중앙민족대학 조문학부

친구의 요청으로 해발 1708메터나 되는 설악산에 오른적이 있다.내가 설악산의 그 청수함과 웅위로움과 신비함에 황홀해 있을때쯤 친구는 저으기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숙지엔 경치란 존재하지 않는것이구나"고 하였다. 첨엔 남의 흥을 깨버리는 친구의 그 때아닌 감상이 아니꼽기도 하고 그 경치에 맞지 않는 한탄이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퍼그나 시간이 지난 오늘, 그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되는것 같다.

그랬다.내가 처음 베이징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도 나는 만리장성의 그 웅위로움과 자금성의 어마어마함,화려한 밤거리,그리고 코를 싱클하게 하는 문화적분위기에 설악산에서 보다 못지 않게 흥겨워하였었다.하지만 몇년이 지난 오늘 난 더이상 이 모든것에 감동을 받지 못하고 있다.외지에서 놀러온 친구의 성화에 못이겨 한번쯤 끌려나가면 온통 싫증과 피곤함으로 가득찬다. 그래서 태산으로 서안으로 새로운 경치를 찾아 떠났던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불꽃을 추구하는 우리 삶은 또한 이러하지 않는가.인생의 첫부분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오면서 참 많은것을 얻고 배워왔다.

오직 대학가기 위해, 오직 좋은 기말성적을 따내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분투했었고 애간장 태웠었으며 오직 몇마디 칭찬과 박수갈채때문에 감격했고 흥분했으며 가슴뿌듯한 긍지를 느꼈었다.

하지만 그런 시험과 칭찬에 익숙해지자 저도 모르게 밀려오는 허무함에 몸서리친다.나는 어디론가 다른한 미지를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고 싶다.물론 그런 미지가 다시금 익숙해질 때쯤,거기서 느꼈던 행복은 마냥 추억으로, 아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남은채 내곁을 살며시 떠나겠지만….…하지만 나는 행복이란 오래동안 내곁에 머무르는 "정지"의 존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행복은 끊임없는 추구속에서 느꼈던 감동된 순간들의 묶임일것이다.

인생의 길은 끝이 없는 자연경치와 다른바 없다.아득히 먼 곳은 항상 우리에게 강한 유혹을 준다.그 유혹의 끝에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리의 기대에 어긋난 고통과 아픔이 따를지 않을까 걱정할것 없다.추구자체가 행복인만큼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달콤으로 저린 고통일것이다.그리고

경치가 없는 이 숙지,그러나 이곳에는 청춘이 약동하고 있고 이곳에는 현상태에 만족하지 않는 리성이 있다.그리고 이곳에는 더욱 높이 더욱 멀리 진출할수 있는 동력이 있고 두려움 모르는 용기가 있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행복의 그 한순간을 위해 미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