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정이라는 것은 쉽게 설명하면 쉽고，어렵게 말하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우정은 단지 함께 노는 친구일 뿐이었습니다. 매일 친구와 같이 학교에 다니고 이야기를 하고 싸움도 하고 장난치던 것이 우정이라고 믿었습니다. 어릴 때는 우정이라는 단어를 알기는 하였지만 그 깊은 뜻은 잘 모른 채 모든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아는 것도 더 많아지면서 우정의 의미도 한 층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때의 친구들은 다른 도시의, 다른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자 할 일이 많아서 그리 많이 연락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방학때 만나면 너무너무 반갑고 늦게까지 수다를 떨어도 하고 싶은 말을 완전히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회상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진정한 우정이라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먼 곳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점점 우정을 잃어가거나 우정을 느낄 수 없는 삶은 보람이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정을 나눌 친구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웃을 일도 더 많고, 기분이 좋을 일도 더 많으며 나쁜 일도 더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우리 방 친구들중에서 엽자와 범총이 한국에 갔습니다. 그러자 시끄럽던 기숙사가 조용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비어 있는 방에 들어와 보면 엽자가 목욕한 후 좀 피곤한 듯 침대에 앉아있던 모습과 범총이 침대에 누운 채로 소설을 보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두 친구가 학교에 있을 때는 그런 것들이 소중한 모습이라는 것을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네요…… 요즘 그들과는 매주 통화를 합니다. 전화 할 때 방 친구들이 다 전화기 옆에 둘러 쌓입니다. 서울의 날씨는 어떤지, 부산의 사투리는 얼마나 심한지, 좋아하는 한국 여자는 생겼는지 등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합니다.

저는 이제 우정이라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담겨 있어서 표현하지 않으면 볼 수도 없고 보여줄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이 세상에서 가족은 아니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