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디 짧은 795킬로미터 길이의 압록강은 그 누가 뭐래도 중국의 명하천 대열에 들수 없다. 왜서 압록강이라고 하는지는 압록강 기슭에 이르러서야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 맑고 푸르른 압록강이 푸른 머리의 오리와 흡사하다 해서 압록강이라 부른다고 한다.

나의 압록강 여행은 단동 압록강 출해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날 아침 나는 압록강 공원이 문을 열자 급한 걸음으로 공원 한 쪽에 자리잡은 압록강대교에 올라섰다. 다리아래로는 넓은 강물이 천천히 흘러가고 강물우에는 안개가 몽롱해 두 기슭을 볼수 없고 강과 바다의 경계선도 찾아볼수 없었다. 푸른 압록강 물우에는 대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나는 오른쪽의 다리에 올라 조선측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때 다리우에는 나 혼자만이 있어 나는 엄연히 국제대교의 주인이 된 듯한 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 국제대교를 삼분의 이 정도 걸어 압록강 중심을 훨씬 넘어 조선측의 푸른 나무와 건물들이 점점 더 똑똑하게 보이는데도 누가 나서서 나의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쉽게 그냥 이국의 땅을 밟을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나는 자신에게 물으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앞으로 가는데 다리가 끊어져 더는 앞으로 갈수 없었다. 이 대교는 원래 단교였던 것이다. 수십년전의 전쟁때 비행기 폭격에 이 대교가 오늘의 이 모양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의 압록강에는 이미 수상수송이 중단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하는수 없어 육지를 통해 하류에서 상류로 올가가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수림속을 지나고 강을 건너 며칠을 걸어서야 나는 림강현성에 이르렀다. 림강현성은 장백산 서쪽 기슭에 위치해 있는데 육지로는 내지로 통하는 도로 요충지고 수로로는 압록강에 깔린 돛배가 한때 휘황했던 도시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돛배를 그림자도 볼수 없고 그냥 역사의 한 장에서만 돌이켜 볼뿐이다. 휘황했던 역사는 흘러갔지만 린강현은 역사의 발걸음속에서 침몰되지도 않고 소실되지도 않고 오늘까지 이어오고 또 중국 해방전쟁때 동북해방을 위한 공신격인 "림강 보호전역"이 펼쳐진 곳이어서 내외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림강의 주요 도로가 강가에까지 통하는데 강심에는 아름다운 강심도가 있다. 저녁이 되면 이 강심도에는 불빛이 밝고 울려오는 북소리를 타고 향기로운 음식냄새가 풍겨온다. 강 저쪽 조선의 밤은 어둡고 조용해 그 깊은 어둠의 장막속에서 무한한 신비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강가의 작은 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창밑의 강물은 밤새내내 나의 꿈속을 흘러갔다. 이른 아침이 되어 문을 나서니 푸른 압록강물이 넓이 백미터의 수면을 유유히 흘러간다. 강중심에는 쪽배 하나가 떠 있고 두 사람이 아침해빛 아래 고기를 낚는데 중국인인지 조선인인지 분간할수 없었다. 압록강이 두 나라의 국경선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기슭에 오르지 않으면 되고 강물은 두 나라 국민이 공동으로 활동하는 자유의 무대로 된다.

또 하루의 어려운 여행을 통해 나는 압록강의 마지막 현성인 장백현에 이르렀다. 장백현성 뒤에는 높은 탑산이 있는데 탑산 정상에 13층의 설례탑(薛禮塔)이 있고 그 탑산 아래를 흐르는 압록강은 너비 수십미터밖에 안되고 수심도 깊지 않아 무릎정도까지 온다. 장백현과 강건너 조선의 도시 혜산시 사람들은 이 강물에서 옷을 빨면서 강물속을 오가는데 역시 누가 중국인이고 누가 조선인인지 분간이 안된다. 바로 이 장백산 기슭의 작은 도시에서 나는 압록강을 넘어 중국인으로 말하면 신비하고 알고싶은 나라-조선의 땅을 밟았다.

흘러 흐르는 압록강의 원천까지는 이제 200킬로미터도 남지 않았다. 여기에서 압록강은 더는 도도한 강물이 아니라 내물로 바뀌었다. 이는 내가 이미 그의 원천에 거의 이름을 말해주는것이다. 이틀간의 여정을 거쳐 나는 백두산에서 멀지 않은 골짜기에 이르러 고산 돌속에서 스며나오는 시내에 손을 잠그게 되었다. 이 시내가 바로 압록강의 발원지인 것이다. 이 시내는 멀지 않은 고산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폭포가 변한것인데 인간은 도저히 그 동굴 가까이에 갈수 없었다.

나는 나무잎을 따서 그 물을 받아 입에 넣었다. 물은 시원하고 달았다. 그 시원하고 단 물맛을 나는 영원히 잊을수 없다.

장강과 황하, 주강을 비롯해 중국의 명 하천 발원지를 찾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대신 나는 단동항에서부터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 중조 두 나라의 땅을 밟으며 백두산 아래의 밀림속 깊은 곳에 이르러 호호탕탕한 강물이 졸졸 흐르는 시내물로 되는것을 보았고 그 원천을 보았다. 나는 또 수천년에 걸친 두 나라와 두 민족의 교류사를 보았고 내 선조들의 발걸음을 다시 찾았고 내 생명의 기원을 찾았다.

나는 이에 만족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 생명의 그 신비한 여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