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매력은 '작은 다리, 흐르는 물'의 아담한 도시 풍광이나 나시족과 나시문화의 신기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건축물들이 소리없이 지난세월을 돌이켜 보도록 하는데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강고성의 일부분인 속하(束河)의 고대 건축물은 더더욱 원모습을 그대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997년 처음으로 중국 서남부의 운남성 여강을 찾았을 때는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작은 다리, 흐르는 물과 청석판 노면, 그리고 달 무늬, 별 무늬가 들어간 전통 옷차림으로 거리와 골목을 오가는 나시족 할머니들이 가장 인상적이였습니다. 두번째로 다시 여강에 찼았을 때는 4년 뒤인 2001년이였는데 건축도 여전하고 작은 다리도 여전했으며 청석판 노면도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 속에는 달 무늬, 별 무늬의 전통 민족 옷차림의 당지 나시족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합류돼 있었습니다. 세번째로 여강을 방문한 저는 이번에는 여강과 4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상거하고 있는 작은 옛도시 속하를 찾았습니다.

속하는 나시족 선조들이 여강평원에 정착하기 시작한 최초의 집거구이며 "다마고도" 연안에서 보존이 가장 완정한 고성입니다. 동시에 나시족 농경문명이 상업문명으로 과도한 살아있는 표본입니다. 나시족 작가 부바선생은 자신의 저서 <말발굽이 이룩한 휘황>이란 책에서 속하는 '다마고도' 연안의 한 역참(驛站)이였는데 많은 주민들은 마방(馬幇)무역으로 하여 이곳에 정착하게 되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곳에 성업중이던 가죽 가공과 철기 제조 등 업종도 모두 마방의 수요로 크게 발전할 수 있게 되였습니다. 속하가의 자연적인 형성은 여강 사방가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속하고성을 찾은 깐깐한 사람들은 고성내의 모든 옛건축물 상단에 형태가 목어 비슷한 장식품들이 걸려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음 여강을 찾았을 때 들었던 목어에 관한 이야기도 떠올려 봅니다. 이번에도 속하에서 목어는 매일같이 눈에 띄이는 살아있는 문물로 정답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이 곳에 있는 목어는 걸려있는 물고기란 뜻에서 "현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당할 법도 한데 나시족 건축 특색의 하나입니다. 전하는데 의하면 역사상 속하에는 양건이라는 태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번은 하급관리 한명이 진급을 위한 목적으로 그에게 두 마리의 물고기를 뇌물로 보내왔습니다. 두 주일이나 지나 직접 양건의 자택은 찾은 이 하급관리는 보낸 물고기가 먹지 않은채 그대로 대들보에 걸려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진급에만 조급했던 관리는 이때에야 비로서 양건의 청렴함을 알수 있게 되였습니다. 그뒤 "현어"는 여강의 청렴함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자리잡게 되였으며 다시 또 방화의 상징으로 불려지게 되였는데 물고기가 있는 곳에는 항상 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속하의 주민들은 자연을 매우 숭배하는데 사람과 산수의 화합과 조화를 특히 추구합니다. 산에 오를 때에는 산체나 수목이 손상을 입지 않토록 조심하고, 물가에 가옥을 지으면서도 물을 사랑하는데 절대 물길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길바닥에는 오색석이 깔려있고 거리나 골목은 시종 물길을 따라 형성되였습니다. 골목과 집사이는 전부 다리를 놓아 연결했는데 어디서나 "작은 다리, 흐르는 물, 물가의 인가"와 같은 풍경화의 아늑한 분위가가 느껴집니다. 속하 사람들은 또 문전에 버드나무를 심기 좋아하는데 나무 옆에 붉은 장미를 같이 심어주기도 합니다. 장미꽃이 피여나면 푸른 버드나무와 어울려 아름다음의 절경을 연출하는데 도시 전체에 생기와 정취를 더해줍니다.

명나라때에 건설한 청석판 돌다리인 속하 청용교에 올라서서 '현어'가 걸려있는 고성내의 농가정원들과 정원 주변의 푸른 잔디들을 바라보고, 청석판 노면을 걸으면서 달빛, 별빛이 어려있는 듯한 전통 민족 옷차림의 나시족 할머니들을 만나니 처음 여강을 찾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속하는 비록 사람들에게 다소 낡고 파손을 많이 받았다는 감과 더불어 경제가 낙후돼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으나 틀림없이 원모습 그대로의 옛도시였습니다.

속하의 전경을 조망해 보기 위해 경내에 위치한 취보산 산정에 올랐는데 멀리 옥용설산과 인근 필가산(筆架山)이 한눈에 안겨오고 전통가옥의 기와지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나시족 작가 부바(夫巴) 선생의 소개를 들어봅니다.

"속하는 원래 다마고도 상의 한 역참이였는데 우리 사회가 전통 농경문화에서 상공문화로 과도하는 시기에 출현한 전형입니다. 옛날 주민들은 주로 가죽 가공에 종사했었는데 이 때문에 속하는 가죽쟁이 마을로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다마고도 연안의 티베트족이나 나시족들이 모두 대량의 가죽제품을 수요했던 것입니다. 가죽 가공의 중심지로 마을 주민들은 모두 가죽 가공에 종사했습니다. 이 곳 건축 배치는 마을과는 달리 작은 도시풍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마고도의 산간무역이 이 곳에서 흥성해지면서 이 곳은 점차 다원문화의 집합체로 변모했는데 티베트족, 백족, 한족과 이족, 나시족이 공동으로 집거하게 되였습니다."

속하의 고대 건축과 소박한 민속 그리고 주민들의 열정은 모두 사람들에게 친절감을 가져다 주는데 지역과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되는 거리감을 없애줍니다.

그날도, 관광가이드로 일했던 양방 여사의 집을 찾았는데 마당에 자리하기 바쁘게 양 여사의 어머니는 나무에서 누런 배를 따서 우리에게 건넸습니다. 한창 맛있게 배를 먹고 있는 도중에 양방은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한번은 일본 관광단이 양방의 집에 들리게 되였는데 마침 중국의 전통명절인 추적날이여서 양방의 어머니는 집에서 월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일본 손님 한명이 돈을 꺼내들고 월병을 사서 맛을 보려고 하자 양방의 부모는 급히 돈을 사양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손수 만든 월병을 대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손님들을 바래면서 속하에 머무는 동안은 손님들만 원하면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 월병을 맛보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습니다.

양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고장 사람들의 친절함과 손님 대접을 좋아하는 전통을 구체적으로 느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