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맹(苗萌)

티베트를 보고나서야 나는 극락이 환상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티베트를 보고나서야 나는 숙연함과 거룩함, 신성함과 견결함, 상서로움과 안온함을 알게 되었다.

극락으로 가는 길은 간난신고로 가득 찼고 또한 흥분과 즐거움이 동반했다.

거르무에서 장거리 버스를 타고 라싸로 가는데 버스는 귀우뚱 거리며 고비 사막우를 달리다가는 진흙탕속을 기여가기도 하고 또 혹은 아찔한 절벽위를 건느기도 했다. 망망한 사막은 창망하면서도 드넓고 황막하면서도 조용하였다. 사막에는 보기드문 식물이 자라나 있었고 그 푸름속에서 원시생명의 견정함과 확고함을 엿볼수 있었다. 일년 사시절 흰 눈을 떠인 뭇 산들은 은색의 뱀이 춤을 추는듯 하였다. 처량한 벌판을 지나니 사람을 흥분케 하는 초원이 눈앞에 안겨왔다. 30시간의 노고끝에 이른 새벽 우리는 극락의 소재지 라싸에 도착했다.

버스역 여관에 들어서자 마자 우리는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다. 9시정도에 잠에서 깨니 맑고 푸른 하늘에 희디흰 구름이 하다마냥 성스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행의 간난신고와 고산반응은 티베트에서만 볼수 있는 그 푸른 하늘과 흰 구름속으로 사라졌다. 원래 라싸에서 한 이틀동안 쉬려던 애초의 생각은 어디론가 없어져 우리는 즉시 관광을 시작했다.

그 날 우리는 역대 달레이의 여름 궁전인 뤄부린카를 보았고 이튿날 대조사로 떠났다. 대조사는 문성공주가 장안으로부터 모셔온 높이 1.5미터의 불조 석가모니 상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하여 수천리 밖의 신자들이 모든 어려움을 겪으며 세 걸음에 머리 조아리고 다섯 걸음에 무?을 꿇으며 이 곳을 찾아 대조사 문앞의 광장에 기립해 그 숙연함과 장중함을 묵묵히 느낀다. 이 극락에만 오면 마음이 깨끗하게 변하게 된다. 그래서 극락과 구름과 같이 깨끗한 영혼을 가지게 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는 세낸 짚차를 타고 또 여관을 나섰다. 아름다운 경치로 하여 우리는 수시로 차를 세우고 내려 도보여행을 하군 했다. 사품치며 흐르는 야루쟝부강, 푸른색과 노란색이 어울리는 들판, 노오란 유채꽃 향기가 풍겨오고 저 멀리 뭇산봉을 감도는 흰 구름과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태양, 그 아래의 초원에서는 소와 양떼, 말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너무도 아름답고 안온하고 깨끗한 자연이였다.

세번째 날이다. 우리는 날이 푸름이 밝자 린즈로 떠났다. 창밖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하여 전날의 피곤이 어느새 가셔지고 거기에다가 흐리다가는 개이군 하는 날씨가 신비함을 더해주었다. 산 봉은 구름 모자를 쓰고 산 허리에는 구름 치마를 두르고 산 기슭에는 강물이 사품치며 흘렀다.

가끔 모습을 보이는 설산이 우리와 숨박꼭질 하는듯 했고 구름은 혹은 뭉쳐서 떠 다니고 혹은 실처럼 날리며 춤을 추었고 거기에 반주라도 하는듯 야루쟝부강이 영웅 교향악을 연주하였다.

린즈 지역은 티베트의 강남으로 불리운다. 곳곳에 하천이 흐르고 수목이 울창하고 토지가 비옥하고 풀이 무성해 무릉도원이라는 뜻으로 샹바라로 불리운다. 또한 노래부르며 산속을 흐르는 시내물과 수림속에서 지저귀는 새들, 초원에서 뛰노는 토끼들,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조용한 산천에 생기를 부여한다.

팔일진 북로를 통해 라싸로 돌아가는 길은 티베트에서 가장 좋은 도로라고 한다. 도로는 산과 골짜기를 굽이 굽이 돌아가는데 울울창창한 고원에 산이 푸르고 물이 맑고 소와 양떼 살쪄 있다. 무성한 원시삼림은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들듯 하고 다투어 핀 들꼿의 향기가 자욱하다. 드넓은 강물중앙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푸른 오아시스가 있는데 그 우에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나무들은 이 모든것을 지켜선 수호신이라도 된듯 하다. 이것이 바로 꿈에도 그리던 샹바라-무릉도원이다.

티베트에서 주무라마봉을 보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양주융춰, 카뤄라 빙천, 훙허 골짜기, 르커저를 경유하는 코스는 선택해 길을 떠났다.

양주융춰는 나무춰, 마팡융춰와 함께 티베트의 삼대 호수로 불리운다. 양주융춰호는 정 많은 소녀처럼 청신하고 우아한 자태로 뭇산속에 숨어 있는다. 푸르른 호수물에는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과 청산이 거꾸로 비껴 있다. 줄줄이 이어진 카뤄라 빙천은 옥기둥들이 강 기슭을 지켜선듯 하다. 홍하 골짜기에는 노란색과 푸른색이 서로 어우러져 눈부신 카펫을 방불케 한다.

양주융춰에 비해 주무라마봉은 자태가 세련된 선녀와 같다. 세계의 지붕에 우뚝 솟아 저 멀리 하늘밖을 보고 온 세상을 내려다 본다. 그의 신성한 자태, 웅장한 기세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이 선녀와 눈을 마추는 순간 마음을 감동시킨 그 장려함과 웅위로움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

아, 티베트, 아름다운 극락세계, 20여일간의 꿈과 같은 감동의 나날들이 번개같이 흘러갔다. 극락의 신기함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고 나의 영혼은 극락에 남아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