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 잠긴 신비의 삼림공원

오랫동  안 도시생활에만 파묻혀 있다 보면 가끔 매일 같이 대하는 차가운 아스팔트나 거대한 콩크리트 구조물들이 주는 억압감에서 벗어나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들의 혼잡한 소음을 멀리한채 나름대로 각박한 현실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대자연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저는 모처럼 휴가기회를 빌어 중국서남부 귀주성 육반수시 경내에 위치한 옥사(玉舍) 국가급 삼림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무릉도원의 아늑함과 유유함을 느껴볼 수 있었으며 전혀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세상과 동떨어진 감마저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니까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도 벌써 옥사 국가급 삼림공원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생겨났을 겁니다. 그럼 꽃피는 춘3월에 있었던 저의 관광경력을 통해 함께 그곳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감수해 보도록 합니다. 

사람들은 자주 <3일 맑은 날씨가 있어본 적 없다>는 말로 귀주의 변화 많은 기후를 형용하고 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관광첫날 아침 6시쯤 까지만 해도 얇은 구름층을 뚫고 일출을 볼 수 있었는데8시 정도가 되여 호텔에서 출발할 무렵이 되자 이미 하늘은 온통 먹장구름에 쌓여있었습니다. 지어 공기속에는 비 냄새까지 가득 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귀주성 소재시 귀양시를 출발해 자동차로 2시간 가까이 달려 옥사 국가급 삼림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에 대한 유감이 가뭇없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왜냐하면 비안개 자욱한 삼림공원이 맑은 날씨에는 도저히 볼수 없는 전혀 새로운 경치를 펼쳐보이기 때문입니다.

공원입구에서 부터 쪼각돌이 깔린 작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다 보니 좌우로 온통 키가 수십미터에 달하는 화산송과 삼나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초봄이라 나무에서 파릇파릇 새싹이 움터나 검푸른 삼림은 마치 엷고 가벼운 비단옷을 입고 있는듯 했습니다. 여기에 수림속 곳곳에서 옅은 물안개가 피여오르면서 공원의 분위기는 한결 아늑하고 한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망망한 삼림속에서 숨결을 죽이고 있으면 온갖 새소리와 곤충 울음소리, 흐르는 물소리에 지어 '스륵스륵' 무성한 풀숲을 스치는 동물들의 움직임 소리도 들려옵니다.

공원을 아무리 돌아봐도 발밑에 나 있는 길과 관광객들의 휴식장소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정자외에는 인공적으로 건조된 흔적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 공설매씨는 옥사 국가급 삼림공원의 부지면적은 24평방킬로미터이며 원래는 임장이였는데 2002년 부터 관광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공원건설 당시 보행길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일부 채벌한 걸 빼고는 지금까지 나무를 추가로 한그루도 베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곳에는 케이블카도 없고 상점도 없으며 대형 오락 시설은 더구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어 쓰레기통마저도 채벌하고 남긴 나무의 뿌리부분을 개조해 만든 것입니다. 이렇듯 공원의 기간시설과 자연환경은 하나의 유기적인 정체로 융합되여 삼림의 원시상태를 최대한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옥사삼림공원에서 해발이 가장 낮은 곳과 가장 높은 곳의 차이는 8백미터에 달합니다. 공원내의 보행길은 산을 등지고 구불구불 기복을 이루고 있는데 보통 한쪽은 우뚝 솟은 산벽이고 한쪽은 깊이를 분간키 어려운 절벽입니다. 거기다 길마저도 좁습니다. 가장 넓은 곳이라 하더러도 두 사람이 나란히 병행하기에는 무리입니다. 가장 좁은 곳은 한사람도 몸을 비틀어야 겨우 통과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평탄한 구간일지라도 자주 튀여나온 암석들이 길을 막아 관광객들은 기여서 올라가지 않으면 기여서 내려가고 때로는 몸을 웅크리고 앉은 걸음을 걸어야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옥사 국가급 삼림공원에서 자상한 관광객들은 공원안의 보행길은 구간마다 모두 설계가 상이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원입구에 금방 들어섰을 때는 길에 조각돌이 깔려있지만 얼마가지 않아 산세를 타고 구불구불 경사도가 생겨나기 시작하면 갑자기 나무를 묶어 만든 떼목으로 바뀝니다. 다시 앞으로 나가 우불구불 하행 구간에서는 또 큼직큼직한 청석판 노면으로 변합니다. 관광과정에 유람객들은 눈으로 삼림의 울창함과 산의 기이함을 체험할 수 있으며 동시에 발로는 각기 수목과 산석의 맛사지 효과를 느끼볼 수 있습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한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작은 정자 하나가 길 중간에 어여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정자에서 잠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가이드 공설매씨는 정자밖으로 자욱한 안개를 가리키면서 매년 4,5월이 되면 맞은켠 산에는 야생화들인 옥란, 두견화 등이 봄을 맞아 다투어 피여나는데 붉은 것은 불같고 흰 것은 백설 같으며 핑크색은 노을을 방불케 만들어 절경을 이룬다고 소개했습니다. 맑은 날씨에 이 정자에 올라 난간에 몸을 기대고 서서 멀리 바라보면 온 산은 고운 이색 단장을 한듯 화려하기 그지없다고 합니다. 산 바람이 스쳐지나면 꽃바다에서는 작은 파도가 일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개를 들으면서 저는 머리속으로 그냥 그때의 아름다운 정경을 그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서운함을 헤아린듯 가이드 공설매 씨는 주변에서 아직 망울을 터치지 않은 두견화 몇송이를 꺾어다 먼저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꽃은 도엽두견이라고 하는데 잎이 복숭아나무 잎과 흡사하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품종인데 대백두견이라고 합니다. 이 두견은 잎이 조금 더 큰 편이며 꽃송이가 특별히 큽니다. 이 품종은 마앵두견입니다. 꽃은 진홍색이면서 아주 아름답습니다. 또 나무의 리그닌(木質)이 특별히 좋고 재질도 아주 단단합니다. >

더욱 감동적이였던 것은 이곳에서 뜻밖에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인 사시나무(珙桐)를 볼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가이드 공설매씨는 사시나무는 국가1급 보호식물이며 꽃은 흰색이고 모양은 날개를 펼친 비둘기를 방불케 한다고 소개하면서 가치가 아주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시나무는 공룡과 같은 시대에 나타난 식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 사시나무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을 직접 본 것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무렵 가이드 공설매씨는 앞쪽에 보이는 산자락을 돌아서면 관광일정이 끝난다고 알려왔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저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관광이 곧 끝난다는 아무런 표식이나 건축물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공원의 기간시설 또는 편의시설이 아직까지 보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이런 인공적인 시공과 자연환경과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 처사가 혹시 공원설계자의 의도적인 뜻을 담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더듬고 있는 사이 한그루 가시나무가 손등에 닿았습니다. 가시나무에서 손을 빼려고 싱갱이질을 벌이다 보니 어느덧 손등에는 자그마한 흔적이 남겨졌습니다. 동행한 가란 여사는 농담으로 이것이 바로 사람이 사람을 만류하지 않으니 나무가 사람의 발길을 잡는 것이라고 하면서 옥사는 우리가 이곳에 좀 더 오랫동안 머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저는 설사 나무가 만류하지 않는다 쳐도 도시의 혼잡한 소음을 멀리 한채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잡념을 잊게 만드는 이 조용하고 깨끗한 곳을 떠나기 싫었습니다. 옥사 국가급 삼림공원은 인류가 대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