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영(武國榮)

애초에 나는 그 곳의 물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때는 8월이였는데 한 친구가 마제사를 보러 가자고 하였다.

쟝예에서 출발해 남으로 서너시간 남짓이 가면 기복이 심하지 않고 조금은 밋밋한 곳에 이르게 된다. 좁은 골짜기를 지나니 삼삼오오 널려 있는 몽고포가 초원에서 숨박꼭질 하는듯 하다. 친구가 흥분되어 말했다. "저것 봐, 저것이 바로 초원이고 저것이 마제사야." 그 말을 듣고 그 초원을 한번 보고나서 나는 구시렁 거렸다. "이것이 어디 내가 꿈에도 그리던 초원, 환상속의 초원, 내가 동경하던 초원의 모습인가. 여기서는 <하늘 푸르고 벌판 창망한데 바람 불어 키 높은 풀 몸을 숙이니 그 속의 소와 양떼 보이네> 라는 노래말처럼 아름다운 초원의 운치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라고 말이다.

아름다운 초원도 보지 못하고 마제사를 보면서 나의 흥취는 훨씬 줄어들었다. 소수민족 처녀가 직접 만든 청과주도 나는 마시는 흉내만 하였다. 모든 관광이 주마관등식으로 진행되었다.

마제사에는 꽃 종류가 많지 않았다. 다만 땅에 바짝 붙은 풀 더미우에서 타오르는 파란색의 마련화가 있었다. 힘껏 피어오른 마련화는 세상을 향해 끝없이 무엇을 호소하는 듯 하였다. 이곳의 마련화는 내 고향 길가에 피어난 마련화와 똑 같았다. 파르르 떠는듯 피어나 웃음을 머금은 이 꽃을 보며 나는 나의 어릴적을 생각했다. 그 엄마는 마련화가 필때면 나를 데리고 현성으로 장보러 가군 했었다. 그 때 나는 즐겁게 뛰어 가면서 길가에 피어난 마련화를 꺾어 꽃 모자를 만들어 하나는 엄마에게 주고 하나는 내가 쓰군 했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고 내 심정도 즐겁기 그지없었다. 그 즐거움 속에서 우리는 가난함과 배고픔과 같은 마음 아픈 일들을 잊어버렸다.

어릴때의 일을 생각하노라니 저도 모르게 눈앞이 흐려왔다. 나는 회억에서 벗어나려고 머리를 들었다. 그러자 뾰족한 산봉이 나의 시야에 안겨왔다. 그 산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산에서 물의 흔적이 엿보였다. 다시 산 아래를 보니 산 골짜기에도 도처에 물이 있었다. 묻지 않고 생각하지 않아도 이 물은 산위에서부터 흘러내린 것임을 알수 있었다. 똑똑 줄줄하는 물소리가 가장 좋은 증거였다. 이것이 흙산과 돌산의 다른점이라고 생각한다. 돌산의 물은 산속에서 흘러나오고 흙산에는 물이 적고 설사 있다 해도 산 아래에서 솟아난다. 내 눈앞의 마제사는 뾰적한 산에서 물이 흘러내려 산 골짜기에 떨어져서는 못을 하나 만들고 다시 방향을 돌려 물이 모인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처음에 본 것은 시내물이였다. 마제사의 큰 강은 이튿날에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날 아침 해가 뜨기전에 날은 벌써 밝아왔다. 날이 밝자 현지 사람들, 관광객들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 모두들 푸름을 밟아본다고 야외 깊은곳을 향하는데 멀리서 사품치는 물 소리가 우리의 주의력을 끌어당겻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산 기슭으로부터 물 한 줄기가 소리치며 솟아나 비탈진 산 기슭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이였다. 가파로운 산세를 따라 흘러내리는 물은 아무런 거침도 없이 소리치며 앞으로만 쏟아지다가 작은 산 마루를 넘어서 좁은 만을 지난 다음에는 갑자기 온순하고 부드러워져 조용히 천천히 우아하게 아늑하게 마제사내의 잔디 중앙을 유유히 흘러가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이 강물이 지나는 곳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공기에도 습기가 더해져 손을 내밀면 손바닥에 물을 받을수 있을것 같다. 강물 저 편의 모든것이 어슴프레하게만 안겨오고 너무 작아서 파르르 떠는 풀잎에도 작은 물방울이 대롱대롱 달려 한들거리다가는 끝내는 물방울의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가문 곳에서 온 나에게 이 물은 끝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사품치며 흘러내리는 강물속에 두 손을 넣으면 투명하고 찬 물이 내 손과 얼굴에 와 닿고 내 마음에도 흘러든다.

마제사를 떠날때 나는 갑자기 저 머나먼 곳에서 해빛아래 찬란한 빛을 뿜는 희디흰 설산을 보았다. 줄줄이 이어진 설산들의 산 허리에는 흰 종이를 감은듯 희디희였다. 그것을 보고서야 나는 호호탕탕하고 낙넉하고 끝없이 흘러내리는 마제사의 물이 모두 그 곳에서 발원함을 알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