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청탁

열차는 서쪽으로 달리다가는 북쪽으로 달리고 다시 서쪽으로 끝도 없이 달렸다. 남창이 흘러가고 섬서성이 멀어지고 녕하와 감숙도 뒤로 밀려났다. 거대한 사막언덕이 다가오고 끝간데 없는 고미사막이 눈앞으로 다가들고 연연 만리를 뻗은 천산이 가까워 졌다. 초원에 날리는 푸른 바람을 맞이하며 희디흰 설봉이 안겨주는 무한한 창망을 느껴보며 우리는 끝내 신비한 서역에 이르렀다.

천산 북쪽의 우룸치시가 먼저 두 팔을 벌리고 우리를 반겼다. 우룸치란 몽골어인데 그 말은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이다. 하지마 우리의 시야에 안겨온 우룸치에는 고층빌딩들이 수풀같고 도로가 드넓고 차들이 빼곡히 흘러가고 거리가 번화하여 초원의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었다. 도시주변에 솟은 거대하고 황막한 야마리크산이 아니면 우리는 우리가 중국 서부의 한 도시에 있다는것을 상기할수 없었고 세계적으로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진 도시에 와 있다는것은 더 상상도 하지 못했을것이다.

우룸치시의 홍산 산정에 오르면 이 변강 도시를 한눈에 굽어보고 저 멀리 보그다 산봉의 만년 적설을 볼수 있다. 홍산 보탑은 천산을 안고 도는 구름에게 저 머나먼 세월의 보탑역사를 이야기 하는듯 하다. 홍산 기슭에는 개조후의 우룸치하가 조용히 흐르고 녹음속에 묻힌 대로들이 소리없이 천산기슭으로 자취를 감춘다. 험준한 산길을 따라 힘들게 산을 오르면 신기한 천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 천지가 바로 전설에 나오는 곤륜산의 선경인 요지이다. 수천년전 서주(西周) 목(穆)왕이 이 서역을 여행했고 서왕모(西王母)가 바로 이 곳에서 다른 신선들과 함께 만찬을 차려 주목왕을 맞이했다고 한다. 천연적으로 형성된 고산 호수 천지는 천산 바거봉 기슭에 위치했는데 반월형의 맑은 호수위에 은빛 파도가 반짝이고 주변에 높이 솟은 산봉이 둘러서고 산에는 가문비 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이 곳에서는 물도 보고 잔디도 보고 설산도 보고 삼림속에 들어가 푸른 나무와의 아늑한 밀회도 즐길수 있다.

천신만고끝에 우리는 끝내 준갈분지의 끝간데 없는 사막을 지났다. 눈앞에 펼쳐진 싸리무호가 푸른 출렁임과 아련한 잔디, 흰 구름같은 양떼, 점점의 몽고포로 우리의 초조함과 피곤함을 가셔주고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싸리무호에서 멀지 않은 곳이 바로 아름답고 신기하고 중서 문명 교류의 천년 통로로 불리운 궈즈 골짜기이다. 천산속에 위치한 길이 28킬로미터의 꾸불꾸불한 이 깊은 골짜기에는 수목이 무성하고 시내물이 흐르고 날씨변화가 많다. 궈즈 골짜기의 시내물 흐르는 소리와 소나무 설레는 소리에서 우리는 천만년 동안 멈추지 않은 말 발자국 소리를 듣는듯 하였다. 1219년에 칭키스칸이 10만 기마병을 이끌고 바로 이 곳을 통해 중앙 아시아와 서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갔다. 시내물 흐르는 소리와 소나무 설레는 소리에서 우리는 또한 낙타의 숨소리를 듣는듯 하였다. 수를 헤아릴수 없이 많은 낙타가 바로 실크로드의 요충지인 이 골짜기를 지나 중앙 아시아와 서 아시아, 유럽으로 간것이다.

우리가 주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곳을 다녔지만 지도를 보니 우리가 다닌곳은 서역의 한 귀퉁이에 지나지 않았다. 서역은 멀고도 따뜻한 곳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