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사(程天賜)

소랑저(小浪底)댐의 황하 삼협을 보면서 나는 세 가지가 생각밖이라고 느꼈다. 하나는 수면이 그렇게 큰것이 생각밖이였다. 망망한 물이 270여 평방킬로미터나 되었다. 두번째는 물이 그토록 맑은것이 생각밖이였다. 내 머리속의 황하물은 말 그대로 혼탁한 황색이였는데 이곳의 황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세번째는 경치가 그토록 아름다운것이 생각밖이였다. 황하 삼협을 한번 보고 나서 나는 영원히 그 모습을 잊을것 같지 못하다.

나는 지난해 늦가을에 이 수중의 미인을 만날수 있었다. 그 날 나는 관광명소 개발에 투자한 한 사업가를 따라 소랑저 수리중추 언제의 북쪽 기슭에서 쾌속정을 타고 황하를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수면이 드넓게 펼쳐지고 기슭은 전형적인 북방의 고원으로 이어졌다. 고원의 벽에는 가끔 페기된 토굴집이 있었다. 그것은 댐 지역 주민들이 남긴것인데 이제는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명소로 되었다. 물우에는 고기잡이 어선들이 가끔 출몰하고 또 황소나 나귀를 싣고 도시로 장보러 가는 선박들도 보였다. 촌민들이 수상 생활을 하는것이였다. 이 곳에서는 북방 가뭄지역의 농경문화와 강남 물의 고향 문화가 서로 침투되어 강한 대비속에서 원시적이고 소박한 함축성을 보여 주었다.

쾌속 유람선이 삼협에 들어서자 수면이 더 넓어지고 삼면이 산봉에 둘러쌓여 댐의 끝에 이른듯한 감을 주었다. 지형에 익숙한 가이드가 어느곳이 팔리협(八里峽)이고 어느곳이 용봉협(龍鳳峽)이고 어느곳이 고산협(孤山峽)이고 하면서 설명했다. 우리는 먼저 팔리협으로 들어섰다. 유람선이 전진하면서 두 산사이로 길고 험준한 물길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양 안의 산이 더 높아지고 절벽이 더 가파로와지고 식물이 더 기이해졌다. 낙엽과 반 낙렵의 관목림속에서 간혹 채색의 풀이 보이는데 그것은 붉거나 노랗게 변한 가을풀이 산야와 아찌한 절벽에 아름다운 옷을 입혀준것이였다. 팔리협은 황하의 마지막 협곡이다. 황하는 삼문협(三門峽)으로부터 소랑저까지의 100여킬로미터사이에서 대부분 낮은 구릉속을 흘러지나며 아무런 거침도 없이 호호탕탕히 흘러온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황하는 왕옥산(王屋山)과 만난다. 왕옥산은 푸른 산봉이 첩첩하고 산세가 준엄한데 황하는 누구도 막지 못하는 무서운 힘으로 산을 갈라 아찔한 형자령(荊紫嶺)과 도산령(陶山嶺)사이에 길이 팔리에 달하는 험악한 물길을 만들었다. 이 구간은 역대의 뱃사공들로부터 귀신의 문으로 불리워왔다.

지금 소랑저에서 황하의 물길을 막은 뒤 팔리협의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어도 잔잔한 물결의 고산협곡 호수를 형성해 대형 선박이 소랑저로부터 이곳을 경유해 원곡(垣曲), 락양(洛陽), 삼문협에까지 직접 이를수 있다. 협곡의 물은 아주 맑은데 정오의 태양이 남쪽의 산봉사이로 흘러내려 물우에 은백색의 기둥을 만들어 차거운 수면우에 대비가 강한 그림자를 남긴다. 해빛이 비치는 수면은 찬란한 금빛과 사랑스러운 푸름으로 출렁이고 해빛이 미치지 못하는 수면에는 푸르다 못해 검기까지 한 음침한 공포가 깔려 있다. 이것은 공기와 해빛과 물 모두가 너무 맑아서 형성된것이지 오염된것이 전혀 아니다. 이로 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도 저도 모르게 맑아졌다. 가끔 우리 곁을 스쳐지나는 쾌속정이 눈과 같은 흰 물갈기를 날리며 지나가는데 구명복을 입은 배우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막론하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우리도 즐거운 심정으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속세를 멀리 떠난 대자연이 열정적이고 친선적인 사람들의 본색을 회복시킨것이다.

황하삼협을 관광하면서 무아의 경지에 빠지고 어린시절의 경계로 돌아갈수 있다면 헛된 관광이 아니다. 내가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쾌속정은 우리는 싣고 부족의 기발이 날리고 옛 바람이 아직도 불어오는 맹량(孟良)수채(水寨)를 지나 두번째 협곡인 고산협 깊은곳으로 들어섰다. 산 굽이 하나를 돌아서자 산처럼 거대한 불상이 우리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높이 백미터의 불상은 사천성의 낙산대불과 모양이 흡사했다. 대 자연이 절벽에 만든 불상은 살아 숨쉬는듯 생동한 모습이였다. 또 한 굽이를 돌아서니 돌로 된 거대한 소가 물속에서 목욕하는듯 했다. 기슭의 벼랑에는 향로암(香爐岩), 기간석(旗杆石), 쌍교봉(雙橋峰) 등 형상이 생동한 그림이 아름다운 산수속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한다.

황혼이 질때 우리는 고산산정에 있는 웅위로운 대하루(大河樓)에 올랐다. 대하루에 올라서니 바람이 불어와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사면의 산수가 한눈에 안겨왔다. 서쪽의 대모봉(黛母峰)은 부드럽고 단정하고 북쪽의 초찬평(焦贊坪)에는 단풍이 불같이 타오르고 동쪽의 천단산(天壇山)은 안개구름속에 잠겨 있고 남쪽의 취병봉(翠屛峰), 맹량채 등은 푸른 산봉 첩첩한데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고대의 대우가 물을 다스리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송나라의 양가장이 맹량을 감화시켰다는 이야기, 오늘에 와서 고산협곡에 호수가 만들어진 상전벽해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이튿날 우리는 용봉협을 관광했다. 용과 봉의 협곡이라는 이름의 이 협곡이 가장 재미있었다. 용봉협은 팔리협 하류에 위치했는데 8킬로미터의 협곡에 아홉 굽이 18개의 만이 있고 도보도 가능하고 유람선으로도 관광이 가능했다. 기슭에는 아찔한 절벽이 솟아 있고 골짜기에는 시내물이 흐르는데 십미터에 하나씩 확 트인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애인섬, 황관정(皇冠頂), 사면신(四面神), 용봉담, 로용구, 심심석(心心石) 등 서로 다른 명소들이 사랑으로 넘친 애교를 자랑해 용봉협은 애인의 골짜기라는 이름을 가진다. 놀다가 가다가 지치면 아무나 반들반들한 돌우에 앉거나 누워서 산의 숨소리와 산의 심장박동을 들으며 산의 체취를 느낄수 있다. 혹은 협곡입구에 돌아가 배에 올라 물의 자태와 물의 기운, 물의 빛을 느끼며 물속으로 곤두박쳐 물고기를 잡는 새의 동작속에서 우주의 오묘함과 인생의 진미를 체험할수 있다.

이렇게 황하삼협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 물을 좋아하는 사람, 고대의 아늑함을 찾는 사람 모두에게 만족을 안겨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