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민(楊建民)

오대산에서 대동까지의 도로는 아름답고고 어려운 노정이였다. 가까운 길을 선택하엿다가 오악의 하나인 항산을 넘는다는것은 애초에 생각지도 못한것이였다. 번기를 경유하여 탕두를 지나 훈원 경계에 들어서자 창밖의 모습이 완연히 달라진다. 원래의 황막하고 나지막한 산등성이가 갑자기 푸른산 맑은 물로 대체된다. 완연 달라진 경관에 졸던 손님들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창밖경관에 눈을 돌린다.

자동차가 아늑한 강변도로를 따라 가는데 양켠의 경관은 사뭇 흉악한 모습이다. 갑자기 입을 벌리고 다가서는 산 골짜기가 보이는가 하면 일그러진 얼굴을 한 산이 갑자기 눈앞에 다가서서 여성 손님은 놀라서 소리까지 지른다. <자, 보십시오. 항산입니다!> 기사의 말에 손님들은 몸을 세우고 밖으로 내다보았다. 깎아지른듯한 이 절벽, 기이한 모습의 산봉들, 이것이 북악 항산이란 말인가? 좁은 문같이 빽빽이 솟은 이 깊은 협곡이 바로 강북 제일산으로 불리우는 항산이란 말인가?

그렇다. 이것이 바로 서쪽으로 안문관에 이르고 동으로 태항산을 넘나들고 남으로 삼진을 막고 북으로 구름속에 솟은 항산이다.

어느 절벽을 지날때 기사가 자동차를 세우고 왼쪽의 절벽을 가리켰다. 아. 현공사! 나는 아슬아슬하게 절벽 중앙에 세워진 현공사를 보며 그의 웅위로움과 험준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현공사는 말 그대로 공중 루각이 아닌가? 이것은 절벽에 그린 조각이 아닌가? 멀리서 바라보니 현공사는 나붓기는 비단같고 공중에 걸린 옥을 방불케 하였다. 이 아름다운 경관을 어찌 그만 지나칠수 있으랴? 나는 여행을 임시 조정해 현공사에 잠간 머물기로 결정하였다. 반 공중에 걸린 현공사는 천년의 고대 사찰로 항산 북쪽 취병봉의 산 허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현공사 위에는 금방 떨어질것 같은 암석이 있고 아래에는 아스라니 깊은 심연이다.

사찰은 몇 개의 기둥에 의지해 있어서 저 골짜기로 당장 무너질듯한 감을 준다. 골짜기에 서서 위를 올려다 보면 저 높은 공중에 사찰이 당그라니 달려서 선경의 누각이 서서히 내려오는듯 해 보는 사람의 마음에 땀을 쥐게 한다. 꼬불꼬불한 복도를 걷고 날아갈듯한 잔도를 지나고 석굴에 들어간다. 현공사가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방 40여칸, 조각 80여점을 보려면 신경을 써서 원숭이처럼 올라가고 내려가며 한바탕 재기를 부려야 한다.

항산 터널을 지나 십리 구름길을 걸으면 멀지 않은 곳에 높이 치솟은 돌로 된 산봉이 보인다. 산봉의 깎아지른듯한 절벽에는 소나무가 거꾸로 걸렷고 절벽에 항종이라는 두 글자가 힘있게 새겨져 있다.

다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 호풍구를 지나면 과로령에 이른다. 과로령을 오르는데는 돌로 된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돌 계단에는 오목조목 짐승 발자국 같은 것이 찍혀 있다. 전하는데 의하면 팔선의 하나인 장과로가 나귀를 타고 항산을 오르며 이 돌 계단에 자국을 남겻다고 한다.

과로령의 동쪽은 구름속에 솟은 만장의 절벽이다. 머리 들어 쳐다보니 아찔하니 솟은 절벽이 무너질듯 하고 고목이 빼곡이 박혀 있다. 이 것이 몸을 버린다는 뜻의 사선암이다. 전설에 의하면 엣날 아름다운 소녀가 결혼을 강요하는 부자를 피해 이 곳에서 몸을 던졌다고 한다. 열녀의 이야기를 듣고 아스라한 사선암의 낭떠러지를 내려다 보고 나니 더 앞으로 나갈 용기가 없어졌다. 비록 앞에는 아늑하고 소나무 울창한 비석굴, 골짜기를 가까이 하고 뒤에 절벽을 업고 남쪽 하늘을 응시하는 북악의 사찰, 그리고 창해를 바라보고 관새를 한눈에 볼수 있는 항산의 주봉이 기다리지만 말이다.

나는 이 모든것을 어두워지는 장막과 함께 시속에, 나의 상상속에 남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