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李棟)

나는 초작을 세번 가본적 있다. 한번은 운대산 관광길에서였는데 세 걸음에 담소가 보이고 다섯걸음에 폭포가 나타나는 경관에 탄복했고 두번째는 청천하를 관광하면서 그 산수의 아름다운 경관에 흡인되었고 세번째는 신농산을 오르면서 험경, 유동, 기수-험준한 길, 아늑한 동굴, 기이한 나무에 매혹되었다.

초작에서 출발해 한 시간동안 달리면 신농산에 이르게 된다. 차에서 내려 머리를 들면 신농산이 땅을 차고 솟은 병풍마냥 구름속에 우뚝 뻗은것을 보게 된다. 신농산은 태산의 웅위로움과 황산의 수려함, 화산의 험준함을 함께 가진 산이다.

산을 오르면서 아무리 험준한 곳을 지나더라도 지나고 보면 험준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용의 잔등과 같은 송령을 걸으면서 위를 보니 산 밖에 산이 보이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바로 옆에 있어 현기증이 난다.

얼굴이 흰 한 남자가 이 정경에 놀라 사색이 되어 있다. 그 남자는 땀인지 눈물인지 알수 없는것을 흘리면서 조심조심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가 후회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그 누구도 그를 부축할수 없었다. 왜냐하면 칼날같은 길에서 한줄로밖에 설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앞에서 "앞을 보십시오. 위를 보십시오."하고 말로만 그를 고무할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음을 크게 먹고 금방 지나온 사선대를 돌아보았다. 뭇산이 병풍처럼 둘러서고 천길 나락이 저 멀리 아늑하다. 자연은 이토록 장관을 형성하는 기이한 경관을 만들었다. 만약 이런 경관속에 서지 않으면 이런 느낌을 영원히 가지지 못할것이다. 뭇산이 뒤로 물러가면 하늘높은 구름속에 뭇산위에 군림한듯한 감을 느끼게 된다. 그때면 육체와 의지가 다시 한번 시련을 이겨냈음을 생각해서 격동을 금할수 없게 된다.

등산에 앞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신농산에는 험준한 등산길외에 아늑한 동굴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백초와에 이르니 하! 뭇산의 포위속에 푸른 나무들의 품속에 참마, 지황 등 한약재와 이름도 모를 기화이초가 가득해 들꽃의 백화원에 들어선듯 하다. 그속에 서면 마음이 산뜻해지고 눈앞이 찬란하고 귀가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가벼운 바람이 온 몸을 스쳐 선경에 들어선듯 하다. 들꽃 하나를 꺾어 코앞에 대니 한약재의 향기가 마음속 깊이까지 스며들어 청신하기 그지없다.이것이 바로 전설에 나오는 신농씨가 살던 곳이 아닐까. 이런 천여가지 한약재가 자라니 만병을 치료하는 약이 이 속에 없을리 없다.

내가 아늑함속에 파묻혀 있는데 가이드가 손을 들어 가리켰다. "로군 연단동입니다. " 하늘을 찌르는 고목의 잎사이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높이는 약 2미터 되는데 동굴 기슭을 따라 위로 올라가며 불빛에 동굴 암벽을 보니 산수화가가 붓으로 그린듯 그 색갈이 다양하다.

동굴 천정 중앙에 푸른 하늘을 방불케 하는 종유석이 거꾸로 달려 있는데 투명하고 가볍게 두드리면 음악과 같이 미묘한 선율을 냈다. 눈앞에는 엷은 감자 튀김을 방불케 하는 적갈색의 암벽이고 발 아래는 회백색의 암석이 누워있다. 동굴은 길지도 높지도 않았으나 불빛아래서 암벽이 오색 찬연한 빛갈을 발산했다.

신농산에는 신농가에 관한 전설은 없으나 무성한 원시 자생림대, 모양이 각이한 백학송이 들어서서 보기에 바쁘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움직이였다. 수출속의 작은 꽃들이 정을 가득 머금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나무 가지들은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가지 말라고 우리의 옷 자락을 잡는다. 무성한 수풀이 해빛을 가리고 습기가 자욱해 자연 산소바에 들어선듯 하다. 가이드는 의혹이 가득한 우리의 눈을 쳐다보며 이름도 모를 나무를 가리켰다. "기름 모과나무라고 들어보았습니까? 전에 중국 전 지역에서 이런 기름 모과나무를 모두 몇 그루밖에 발견하지 못했는데 신농산에서 한번에 500그루를 발견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우리는 벌써 그림 모과나무들속에 서 있었다. 이미 멸종위기에 처한, 머나먼 고대로부터 자라온, 우뚝 솟은 이 나무를 만지며 나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뿌리를 느끼게 되었다. 그림 모과나무는 절벽에 가로누운 백송과 함께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듯 하였다.

세번에 걸친 초작여행은 서로 다른 정감과 운치를 주었다. 운대산은 푸름속에서 물과 함께 하고 청천하는 호수 경관이고 신농산은 아늑한 과거로 돌아간듯 하다. 신농산에서 우리는 축소된 자연을 보면서 산과 물의 탄생과 성장, 발전을 보게 된다.

신농산은 시이다. 신농산은 사서이다. 그리고 이 사서를 펼쳐보인것은 바로 초작인들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