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 차 중 벽라춘이라는 명차가 있는데 여기에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벽라춘을 풀이하면 푸른 소라의 봄이라는 뜻입니다.

머나먼 옛날 서쪽 동정산에 아름답고 근면하고 착한 처녀 벽라가 살고 있었는데 벽라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 그의 노래 소리는 달디단 샘물처럼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감싸주었습니다.

벽라의 노래소리는 물을 사이둔 동쪽 동정산에 사는 총각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아상이라고 하는 이 총각은 몸집이 장대하고 무예가 좋고 정직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를 좋아해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벽라는 호수가에서 그물을 뜨며 노래를 부르고 아상은 호수에서 고기를 낚으며 서로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들의 사랑이 열매를 맺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해 봄날, 뜻하지 않은 재해가 그들을 찾아왔습니다. 호수에서 흉악한 용 한 마리가 나타나 광풍폭우를 만들며 벽라를 자신의 태호 부인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아상은 이 용과 싸워 벽라와 마을사람을 구하기로 작심하고 어두운 밤 고기잡이 창을 들고 소리없이 서쪽 동정산에 올라 용이 잠든 기회를 타서 창으로 용의 잔등을 찔렀습니다. 중상을 입은 용이 아상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아상과 용은 밤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싸웠고 그날 밤까지 싸웠습니다. 그 통에 하늘이 어두워오고 산과 호수가 뒤흔들리며 산과 호수에 점점의 피자국을 남겼습니다. 아상과 용은 옹근 칠일낮과 칠일밤을 싸웠는데 용도 죽고 아상도 중상을 입어 혼미상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벽라는 아상을 집에 데려다가 밤낮으로 간호하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중상을 입은 아상의 병세는 날로 더해가고 그것을 보는 벽라의 마음을 칼로 에이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아상은 벽라가 자신을 간호하는것을 알고 말은 못해도 눈으로 벽라를 응시하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어느날 벽라가 아상과 용이 싸우던 장소에 나갔다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는것을 보고 아상이 용과 싸운 견증이라고 생각해 잘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찬 바람에 얼가 걱정되어 벽라는 입김으로 차나무 잎을 감싸주기도 했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자 그 차나무는 여린 푸른 잎은 한 쪽 두쪽 드러났습니다. 벽라는 이 차나무가 아상의 피로 물들어졌고 자신의 입김도 함께 한것이라 생각하고 그 잎을 따다 물에 타서 아상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상이 그 차를 마시자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고 말도 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쁜 벽라는 차잎을 따다가 매일 아상에게 차를 마시게 했습니다. 아상의 병이 다 나아져 벽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벽라도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었는데 그 동안 쌓인 피로때문에 벽라는 아상의 품속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아상은 벽라를 차나무옆에 묻어주고 마을사람들은 그 차나무를 벽라춘이라 이름지어 아름다운 벽라를 기념했다고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