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이란 문자 그대로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몸에 어떤 병적요인이 작용하여 장부, 경락 등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생기게 되고 음양기혈이 조화되지 못하면 여러가지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병이 생기는데 이것을 발병이라고 합니다. 질병의 발생과 경과에 따르는 변화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중의학에서는 크게 정기-바른 기운과 사기-사악한 기운의 상호관계로 말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정기란 유기체의 기능활동과 병에 대한 저항력을 말하는 것이고 사기란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키는 요인을 말합니다.

정기와 사기의 상태는 질병의 발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정기가 왕성하면 사기가 침습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정기가 허약하면 사기가 침습하여 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즉 서로 영향을 주고 제약하는 관계라고 보아야 합니다.

병의 발생에서 중요한 것은 정기의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장부의 기능이 정상이고 정기가 왕성하고 기혈이 충만되고 위양이 튼튼하면 사기는 몸에 침입하지 못하고 또 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안의 정기가 허약하고 위양이 튼튼하지 못하면 사기는 정기가 허한 틈을 타서 침입하여 병을 일으킵니다. 이런 입장에서 볼때 정기허약은 질병발생의 내적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 병의 발생에서 사기는 주요한 요인으로 됩니다. 일반적으로 정기의 상태가 중요하지만 사기도 또한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독성물질 등이 작용할 때에는 정기가 왕성하다 해도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병증 즉 병이 생긴 다음에도 그 증세는 정기와 사기의 강약에 의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병이 생긴 다음에는 정기의 세기, 사기의 성격과 세기, 침입부위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의 병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정기가 강하여 정기와 사기의 싸움이 심하면 실증으로 나타나고 정기가 허약하여 사기에 저항하는 힘이 약하면 허증으로 혹은 허실겸증으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양사를 받아 양이 편승하고 음이 편쇠되면 실열증으로 나타나고 음사를 받아 음이 편승하고 양이 편쇠되면 한실증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 사기가 몸의 어느 부위에 침입하였는가에 따라 즉 근골이나 경맥인가, 장부인가 등 병변부위에 다라 병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발병의 원인에는 또 기후가 적지 않게 작용합니다.

봄에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풍온병이 생기기 쉽고 여름에는 날씨가 무덥기 때문에 온열병과 서병-즉 더위병이 많이 생기며 가을은 건고하기 때문에 조병이 생기고 겨울은 춥기때문에 상반병이 생긴다고 합니다.

특히는 이상기후 현상은 전염병을 쉽게 유발하는 요인으로 됩니다. 예를들면 유행성뇌막염 등은 여름철에 많이 생기고 홍역, 유행성뇌척수막염 등은 겨울이나 봄철에 많이 생깁니다. 이런 질병발생의 외적요인을 잘 알고 그에 맞는 적당한 예방과 치료대책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의 건강상태는 발병의 내적요인으로 됩니다.

사람마다 건강상태가 다르므로 외사에 의한 감수성도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건강상태와 정신상태는 정기의 세기와 주로 관계되는 것입니다. 몸이 튼튼하면 장부기능활동이 왕성하고 정,기, 혈,진약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정기가 많아집니다. 그러나 몸이 허약하면 장부기능활동이 미약하고 정, 기, 혈, 진액이 부족해지며 따라서 정기도 허해집니다.

건강상태는 또 몸단련, 생활섭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절도있는 생활은 여러가지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상태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정서가 명랑하면 기혈이 조합되고 장부기능이 원만하며 정기도 왕성해 집니다. 만약 정서상태가 우울하게 되면 기의 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음양기혈이 조화되지 못하며 장부기능이 영향을 받고 정기가 허해집니다. 따라서 정서상태를 좋게 유지하는 것은 정기를 튼튼하게 할 수 있고 질병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총적으로 볼때 중의학에서는 발병에서 정기의 역할을 상당히 중요시합니다.

병의 침입을 막고 병의 발생을 미리 막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몸안의 정기를 왕성하게 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기를 든든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활섭생을 잘 지키고 몸을 단련하기 위한 여러가지 운동을 늘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여러가지 원인으로 정기가 허약해졌을 경우 중의학에서는 해당한 보약을 쓸 것을 제의하기도 합니다.

(편집: 이명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