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의 신강위글족자치구하면 사람들은 항상 일망무제한 사막과 초원, 달콤한 포도와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위글족 처녀들을 떠올립니다. 최근 들어서는 또 경치가 유난히 매력적인 한 곳이 관광객들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카나스입니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음향1, ,우리 신강 좋은 고장이라네>를 배경음악으로)

카나스는 신강위글족자치구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으며 러시아, 까자흐스탄, 몽골 세 나라와 잇닿아 있습니다. 신강위글족자치구 정부 소재지인 우루무치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아러타이(阿勒泰)에 까지 이동한 다음 그 곳에서 자동차로 4시간이면 카나스에 도착하게 됩니다.(음향2, 카나스하의 물소리)

자동차가 낙엽송과 가문비나무가 우거진 산구에 들어서면서 귀전으로 강물의 사품치는 흐름소리가 들려오면 이미 카나스에 도착했음을 말해줍니다. 카나스는 자연보호구인데 경내 최고의 명소는 심산밀림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고산 호수인 카나스호입니다. 카나스호의 수면 해발고는 1373미터이며 면적은 46평방 킬로미터입니다. 호수 주변에는 눈쌓인 산봉우가 우뚝우뚝 솟아있고 푸른 나무들이 울창한 수림을 이루고 있는데 맑은 호수물과 조화를 이루며 더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펼쳐보입니다. 이 곳은 동식물 자원도 풍부합니다. 낙엽송, 홍송,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를 비롯한 진귀한 수종(樹種)들이 생장하고 있고 벗나무 수림도 많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 외 짐승류나 조류, 양서 파충류의 희귀한 동물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음향3, 이른 아침 물소리, 새소리)

당지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카나스의 새벽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저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창문을 열자 설산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방안에 밀려들면서 엷은 옷만 입고 있었던 저는 추위에 몸을 떨어야만 했습니다. 도무지 한여름 무더운 계절에 신강을 찾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널판자를 깐 오솔길을 걸으며 귀를 기울이자 저 멀리 포효하며 흐르는 카나스강의 물소리와 수림속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가볍게 들려왔습니다. 높이 자란 가문비나무 사이로는 멀리 우의봉(友誼峰) 산정에 쌓인 적설이 한눈에 안겨왔고 산중턱 울창한 낙엽송 수림과 벗나무 수림도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침 해살을 받아 푸른 수림은 금빛 테를 두르고 파아란 하늘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카나스의 진정한 주인인 카나스호 호수가에 도착했습니다. 카나스는 몽골어인데 "아름답고 신비한 호수"라는 뜻입니다. 가이드 이덕화(李德華) 선생의 소개를 들어봅니다.(음향4, 이덕화 인터뷰 내용)

"카나스호는 상류에서 하류까지 길이가 24킬로미터이고 평균 넓이가 2킬로미터입니다. 비록 호수의 면적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저수량은 매우 큽니다. 측정한 바로는 저수량이 50억 입방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선생의 소개를 듣고나서 일행은 해발 2000여 미터의 관어정(觀魚亭)에 올랐습니다. 관어정은 수면보다 600여미터 더 높았는데 카나스호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한 눈에 굽어볼 수 있었습니다. 큰 거울을 방불케하는 수면에는 형태가 각이한 구름들과 50여 킬로미터 밖의 우의봉 산정 그리고 연안의 울창한 삼림 등이 거꾸로 비껴있었습니다. 가끔씩 수면을 스쳐지나는 쾌속정이 물위에 가느다란 흔적을 길게 남겨줍니다.

관어정은 북쪽면만 호수와 잇닿아 있고 동서 양쪽은 모두 절벽입니다. 마치 괴벽하고 거만한 협객이 카나스호 서안의 낙타봉 산정에 외롭게 혼자 서있는 것만 같습니다. 제가 호기심에 정자의 유래를 묻자 곁에 있던 유람객들이 서로 한마디씩 각 자 전해들은 전설을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카나스호의 괴물을 보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한 가지 특별한 물고기를 보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 일행을 수행했던 왕욱동(王旭東) 선생은 관어정은 관광객들이 카나스호의 큰 피리도미(大紅魚)를 관상하는데 편리를 주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음향5, 왕욱동 인터뷰 내용)

" 큰 피리도미는 머리부분만 1~2미터며 몸체가 4~5미터에 달합니다. 과거 이 곳에서 방목하던 소나 양들은 모두 이 호수에 와서 물을 마셨는데 전하는데 의하면 어느날 한사람이 무의식중에 큰 피리도미 한 마리가 수면에 나타나 물을 마시던 소와 양을 통채로 물어 물속에 끌어들이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 물고기는 깊은 물에서 사는 어종으로 만나보기가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큰 피리도미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지만 호수와 산이 만들어내는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자체 역시 더없는 행복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절경 속을 거닐면서 속세의 모든 고민을 깨끗이 털어버린채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보는 일 또한 일종의 향수인 것입니다.

관어정에 올라서면 수려한 카나스호의 풍경뿐만 아니라 몽골족이나 까자흐스탄 목축민들의 넓은 삶의 터전까지 시야에 안겨옵니다. 목장에서는 푸른 주단위에 널려있는 형형색색의 보석마냥 소떼,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고 하얀 천막이 보석함마냥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어정에서 내려오며 일행은 한 투와인 민가에 들렸습니다. 투와인은 몽골족의 한 갈래인데 인구가 아주 적습니다. 카나스에는 약 1400명에 달하는 투와인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 곳은 이들이 세세대대로 거주해온 고향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마음과 영혼으로 카나스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음향6, 추우얼 음악)

이는 투와인들이 자신들 특유의 악기인 추우얼(楚吾爾)로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또 투와인들이 먼곳에서 이 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카나스를 소개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추우얼은 일종의 피리 비슷한 악기인데 아주 희귀한 초본식물로 만듭니다. 외형적으로는 매우 평범해 보이는 추우얼의 낮고 은은한 음악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자 갑자기 조용한 느낌이 흐르면서 문밖 애들의 북쩍이는 장난소리가 삽시간에 사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소리는 타향땅을 밟은 저에게 "고향의 부름소리"를 들려주면서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투와인들의 추구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추우얼 연주를 보여준 예덜시 노인은 올해 67세의 고령으로 지금 중국에서 유일하게 추우얼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음향7, 예덜시 몽골어 인터뷰 내용)

" 저의 둘째 아들이 지금 나한테서 추우얼 연주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미 3~4년을 배웠는데 2~3년 뒤면 다 배워 나와 함께 합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덜시 노인과 작별을 고하고 저희 일행은 카나스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초원의 소와 양떼를 감상하며 저는 카나스의 맑은 물과 우의봉의 웅장한 모습 그리고 추우얼의 은은한 악곡을 가슴 속에 깊이 새겨넣었습니다.

(번역, 편집: 박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