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나라 때의 저명한 소설가 조설근(1715~1763)이 <홍루몽>이라는 위대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의 비범한 자질과 다방면에 걸쳐 축적된 넓은 견식 때문이였습니다.

조설근은 청나라 8기(八旗)에 속하는 명문 가족 집안에서 태여났는데 강희(康熙) 2년 증조부 조새(曹璽)가 남경에 있는 강녕직조(江寧織造)에 감독 관원으로 파견되면서부터 할버지 조인(曹寅)과 아버지 조옹(曹?), 숙부인 조부(曹?)에 이르기까지 선후로 이 관직을 세습하며 58년 동안 강녕직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강녕직조는 표면적으로는 황궁을 대신해 방직이나 날염 관련 사무를 처리하고 물자를 구입해 들이는 기관이였으나 실제로는 황제를 도와 강남 지방의 민심를 요해하고 만족과 한족 사이의 관계를 소통시키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직책에 충실하고 성과가 뚜렷했던 연고로 조씨 일가는 청나라 강희 황제의 각별한 신임과 총애를 받기도 했습니다. 강희 황제는 6차례의 남쪽 지역 순찰에서 5차례는 별궁을 조씨 일가에 정했었는데 이 때문에 조씨 가문은 한때 대단한 명성을 떨친 적도 있습니다.

옹정 황제가 즉위하고 조씨 집안이 공금에 대량의 결손을 발생시킨 사실이 발견됨과 동시에 황위를 둘러싼 황궁 내부의 권력 투쟁에 연루되면서 옹정 5년 조설근의 숙부인 조부 때에 이르러 조씨 가문은 가산을 몰수당하고 관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다음해, 남방에서 북방으로 이사를 하게 된 조설근 집안은 이미 몰락 일보 직전이였습니다. 건륭황제 초기에 이르러 조설근 일가는 다시 한번 더욱 큰 재난을 격게 되였는데 그후 다시는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13살 전까지만 해도 조설근은 남경에서 부자집 도련님의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성년이 되서는 북경의 서쪽 시교에서 겨우 죽으로 연명해 나가는 가난한 생활에 쪼들려야만 했습니다.

이런 인생변화는 한편으로는 귀족 계층에 속해 있던 조설근을 고통스럽게 괴롭혔으며 한편으로는 조설근에게 많은 사회현실을 폭넓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서 그로 하여금 자기가 겪은 일체를 다시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빈곤한 생활 때문에 조설근은 기개를 꺽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는 술을 즐겨 마시면서 세상의 모든 불합리함을 극도로 미워하는 강직한 성격을 키웠습니다.

그는 명나라 말년부터 이어지는 진보적인 사회조류의 영향을 받아들여 이미 강한 반역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성, 노복, 관료, 교육, 과거제도 등에 대한 자신의 주장과 심미관이 확고했습니다.

이는 의심할바 없는 전통에 대한 도전이였습니다. 특히 많은 여성들의 불행한 조우에 대해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깊은 동정심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조설근은 문화적인 분위기가 아주 짙은 집안에서 태여났습니다. 그의 할아버지 조인은 당시의 유명한 문인이였는데 박식하고 다재다능했으며 시문 뿐만 아니라 연극 극본의 창작에도 조예가 깊었고 많은 문화계 유명 인사들과 깊은 교류가 있는 장서가(藏書家)이기도 했습니다.

조설근의 할아버지 조인은 또 청나라 때 당시(唐詩) 총서인 <전당시(全唐詩)>의 출판 책임을 맡았던 인물이며 음식과 연회 문화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이용해 <기거음찬록(起居飮饌錄)>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조설근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조설근의 친구들 중에는 그의 시와 그림에 반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홍루몽>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한 예술 재능과 넓은 학문은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그의 강인한 성격에 감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죽으로 연명하고 외상으로 술을 사 마셔야만 하던 곤경 속에서 생명의 마지막 순간 까지 10년 동안이나 <홍루몽>의 소설 창작을 견지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빛나는 중국 문화의 정화도 조설근의 창작에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금병매(金甁梅)> 등 작품은 조설근의 사유 공간을 넓혀줬고 유용한 거울이 돼 주었습니다.

확실히 조설근은 전통의 승계를 무작정 부정해 버리는 천재가 아닌 선인들의 어깨를 딛고 고봉에 오르는 예술의 거장이였습니다.

(번역, 편집: 박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