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백발노인의 글공부> 이런 제목으로 중국 길림성 교하현 권옥정할머니의 글공부 이야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중국어 글공부를 계속 할래요.>

늘 입버릇처럼 이렇게 외우시는 권옥정할머니가 글공부를 시작한 것은 바로 6년전부터의 일입니다.

올해 일흔하나 나이에 머리는 백발이 되었어도 중국어를 배우고 깨우치겠다는 그 열성은 젊은이들도 따를수 없습니다. 6년동안 할머니가 한자를 익히느라고 쓴 공책만도 한곳에 쌓으면 한자높이가 잘되는데요. 또박또박 어떻게나 꽁꽁 힘주어썼던지 공책의 종이장들은 거의다 구멍이 패웠다고 합니다.

노인이 중국어공부를 시작한데는 이런 사연이 깃들어 있습습니다.

중국 길림성 교하현 어느 두메산골의 빈곤한 농민가정의 맏딸로 태어난 권옥정할머니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다보니 웃음이 없는 동년시절을 보냈습니다. 16살에 박씨가문의 맏며느리로 들어간 그는 홀로 계시는 시아버님을 모셨는데 아래로는 나어린 시동생, 시누이까지 있어서 고생이 막심했습니다. 남편은 맡은바 사업에 분주히 보내다보니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세월이 가면서 제 자식들도 하나둘 늘어나다 보니 학교에 다녀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24살을 잡던 해 장춘에서 일하는 남편곁으로 오고보니 집안살림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여섯이나 되는 식구들이 남편의 노임만을 바라고 생활했으니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짐작하고도 나머지가 있을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권옥정할머니는 시동생과 시누이를 대학에 보냈고 자기 자식들도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다 키운 자시들이 시집가고 장가들어 제 집 살림을 따로 하고 또 할아버지도 퇴직하고 보니 별로 부담은 없으나 어쩐지 속은 허전하기만 했습니다. 거리에 나서면 한자로 쓴 간판 하나 제대로 뜯어보지 못하는 자신이 한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이제라도 한자공부를 시작하면 어떨까하고 여러날을 두고 궁리해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께서 한자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웬 일이냐 싶어 빤히 보기만 하더니 공연한 짓을 한다고 나무람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공책에다 연필까지 사기지고 들어오셨습니다. 난생처음 령감사랑을 받는것 같아 고맙기만 했습니다.

권옥정할머니는 노년협회의 모임에 나가 배운 노래의 가사부터 익혀갔습니다. 남들과 함께 부를 때면 그런대로 따라 불렀는데 집에 돌아와 부르자니 캄캄해습니다. 그래서 손자한테 묻고 따라 부르면서 글자를 눈으로 익혔습니다. 그저 눈으로만 보고 기억하자니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의 지도를 받으며 글씨를 한획씩 그어가며 익혀갔습니다. 한달을 지나고 보니 가사를 반복해 쓴 차수만도 34번이나 되었습니다. 이쯤되니 노래가사도 익히고 글자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두세시간의 학습을 꼭꼭 보장해왔습니다.

머리는 검은머리 한대 없이 세였지만 글공부를 하면서부터 마음이 젊어만 간다는 권옥정할머니, 이제야 사는 보람이 있다고 기뻐하시는 할머니가 오늘도 고운 옷을 떨쳐입고 공책을 넣은 손가방을 내흔들며 노년활동실을 찾아들어설 때면 보는 사람마다 기뻐하시며 엄지손가락을 내밀군 합니다.

녜. 지금까지 <백발노인의 글공부> 이런 제목으로 중국 길림성 교하현 권옥정할머니의 글공부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번역 편집: 림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