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밤이 되면 천지가 칠흙같이 어두워지지만 도시에서는 밤이 되어도 명멸하는 불빛때문에 어두운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베이징에 대 도시에서는 찾기 쉽지 않은 밤같은 밤이 몇 군데 있고 또한 같은 곳이라도 낮에 보기와 어두운 밤 그 운치가 전혀 다릅니다.

한국 등 외국의 관광객이나 베이징 외의 지방에서 온 국내 관광객들은 베이징 하면 만리장성, 자금성, 의화원 등 유명 명소만 생각하고 그런곳만 찾기 마련인데 사실 그 외에도 베이징 도심에서 볼만한 명소도 적지 않습니다.

1. 사찰해(什刹海): 스차하이는 꿈을 만드는 강입니다.

베이징은 바다는 물론 큰 강도 끼지 않은 도시지만 북해(北海) 등 바다 해자가 들어간 명소가 몇곳 있습니다. 북해에 비해 사찰해라는 이름의 강은 시같이 조용한 강인데 이 배를 타고 이 강물우를 흐르노라면 베이징 특유의 억양이 섞인 베이징말과 경극소리, 은은한 베이징 전통 악기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곳에서 베이징서 가장 아름다운 굽인돌이를 감지하고 양안에 즐비한 붉은색의 중국 전통의 문속에서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불고기집들이 보이고 바나 다방의 불빛이 어렴풋이 보여 운치를 자랑합니다.

2. 만춘정(萬春亭)에서 보는 일몰:

베이징 자금성 북쪽의 경산(景山)공원 정상에는 만춘정이라는 정자 하나 있는데 이 곳은 베이징 중심에서 최고의 정상입니다. 황혼무렵 계단을 따라 만춘정으로 오르면 낮의 번잡함이 발 아래의 녹음속에 묻히고 은은한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베이징시 중심의 만춘정에서 베이징시를 바라보면 이상한 기분에 잠기게 됩니다. 베이징시가 지척에 있는데 마치 저 멀리 있는듯한 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높은곳에서 보는 베이징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것을 알게 됩니다.

만춘정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고색이 찬연한 종루가 있고 서쪽을 바라보면 호수우로 거침없는 일몰이 한눈에 안겨옵니다. 만춘정에서 보는 북해는 북해호수우에서 보는 북해와 또 다릅니다. 일몰 전후로 둥지를 찾아드는 제비들이 분주하게 주위를 날고 남을 바라보면 석양아래 더욱 황금색을 뿌리는 자금성이 한눈에 보입니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면 경산 만춘정은 저 멀리 불빛이 명멸하는 도시속에서 조용하고 어두운 명소를 형성합니다.

3. 적수담(績水潭): 옛날 황실 코끼리 목욕하던 곳.

일찍 원(元)나라때부터 미얀마에서 가져온 코끼리가 황궁의 수송도구로 사용되었는데 여름이 되면 적수담에서 코끼리 목욕을 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수담에서 오늘은 코끼리의 모습을 볼수 없습니다. 오늘은 빌딩숲에 포위된 호수가 파도 한 조각 없어 황혼아래 금빛으로 찬란해 거울을 방불케 합니다.

4. 후해(后海): 뒤바다라는 뜻.

호수우에는 발간 초롱을 단 배들이 오락가락하고 노가 물속을 헤가르는 소리가 잔잔히 들려옵니다. 이 후해에서 유명한것은 호수 주변의 베이징 전통의 후퉁-골목입니다. 골목양켠에는 작은 집의 사합원도 있고 깊은 뜰을 가진 호화로운 저택도 있어 달밝은 밤 아늑하고 깊은 골목을 걷는것도 좋은 한때가 될수 있습니다.

5. 오탑사(五塔寺)의 도화원.

베이징 백석교(白石橋) 부근에는 굽이 굽이 흐르는 강 하나 있습니다. 이 강을 따라 걸으면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성해 깊은 산을 방불케 합니다. 더 앞으로 나가면 강가에 오탑사가 있는데 적막한 사찰, 회색의 건물이 저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줍니다. 금방 지난 도시의 번잡함이란 조금도 찾아볼수 없어 다른 세상-도화원에 온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6. 보인대학 화원.

"달이 서쪽으로 기우니 바람에 문이 반쯤 열리네. 벽을 사이두고 꽃이 한들거리니 아름다운 여성인듯 하네."

이 것이 바로 보인대학 화원의 모습입니다. 녹음우거진 보인대학 옛 유적은 경왕부의 한 부분입니다. 경왕부는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 화원의 원형으로 고전 원림이 완정하게 보전된 곳입니다.

여기는 낮에는 글을 읽기 가장 좋은 곳이고 밤에는 데이트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불꼬불한 복도, 무성한 수풀은 안온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7. 왕부정의 밤.

밤 11시 향기나는 커피 한 잔 들고 왕부정 골목에 나서면 찬란한 불빛이 어느정도 적어지고 저 건너 교회당도 한적한 적막에 빠진것이 보입니다. 낮에 골목안에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은 어디론가 다 가버리고 훈훈한 바람결에 긴 의자에서 잠을 자는 사람 몇몇만 보입니다.

백화점, 동안 시장 등 이름난 백화점과 미장원 등이 여전한 모습으로 조용해 넓은 도로와 너비를 자랑하는 이 보행거리에 혼자만 남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