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는 일생에서 10년간을 오늘의 사천성에서 보내면서 1000여 수의 시를 썼는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시만도 800여 수에 달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천성 경내의 풍물은 거의 모두 두보의 시에 반영되여 있는데 유독 사천성에서 가장 유명한 해당화만 빠져 있습니다. 무엇때문일가요?

역대 시인과 평론가들은 이 물음에 다종다양한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생활난으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던 시기라 꽃구경을 즐길 수 있는 심정이 아니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연하게 소홀이 빚어낸 결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잘 쓸 자신이 없어 혹시 망신이라도 당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심 때문에 안쓰게 되였다고 분석했고 일부에서는 틀림없이 썼을텐데 전해져 내려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지어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어머니의 이름자가 해당이였기에 이를 피하기 위해 두보가 일부러 해당화를 쓰지 않았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견해나 주장은 모두 실제 상황에 부합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화는 꽃향기 보다는 어여쁜 자태로 고상함이나 우아함을 상징하는 관상용 가치가 높은 식물입니다. 그러나 해당화의 원산지는 중국이 아니였습니다. 신라국에서 불원천리 중국을 찾아 뿌리내린 꽃나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당나라 중엽까지만 해도 중국사람들은 거의 해당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최초로 해당화가 거론된것은 당명황과 양귀비의 인연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당나라 개원년간의 어느 봄날 당명황이 심향정에 올라 새봄을 즐기다가 주변에 양귀비를 불러 시중을 들도록 명을 내렸습니다. 당시 양귀비는 술을 깨지 못한채 잠자리에서 자고 있었는데 황제의 부름이라 시녀들의 부추김을 받으며 황제 앞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취기가 가셔지지 않은 양귀비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다운 것을 보자 당명황은 웃으면서 "이는 귀비가 취한 것이 아니고 분명 해당화가 잠에서 덜 깬 것이니라!>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해당화가 이미 외국에서 중국에 들어와 있었고 귀한 꽃으로 궁중에 심어져 황제의 관상용으로 활용되고 있었음을 알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황제도 양귀비를 해당화에 비할 수 있게 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까지만 해도 해당화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황궁 등을 제외하고 기껏해야 명문가나 귀족들이 조금 심어놓고 있던 실정이였습니다. 당시 두보가 비록 장안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하찮은 하급 관리였던 만큼 이런 꽃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사천성에 도착한 두보는 친구인 엄무가 당지 최고 군정장관인 절도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연고로 한때 절도사 관저에서 벼슬자리를 얻어 이 곳을 드나들기도 했습니다. 당시 절도사 관저에 해당화가 심어져 있었다면 두보도 틀림없이 이를 보게 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지금까지 당시의 절도사 관저에 해당화가 있었다는 기록을 찾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통해 우리는 당나라 중엽 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해당화를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사천성이 해당화로 유명해지게 된 시기는 더구나 그 뒤인 당나라 말엽 부터였습니다.

이로 부터 두보는 종래로 해당화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송나라의 시인 왕십붕과 당대의 문학대가 양만리 등은 시문으로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두보는 뛰여난 업적을 남긴 현실주의 시 문학의 대가입니다. 이런 대가가 보지도 못했던 해당화를 시문에 담았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충분하게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또 설사 두보가 우연한 기회에 이런 보기드문 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항상 엄숙한 태도로 시가 창작에 임했던 그가 꽃의 외적인 아름다움만보고 내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상당한 요해가 없이 경솔하게 이를 시문에 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번역, 편집:박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