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갓난애를 데려온 후 문화숙은 어린애의 이름을 주춘매라고 지어주었습니다. 그때 문화숙 여인은 이미 일곱살 되는 주승일이란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일찍 1950년부터 부대병원의 간호사로 있던 문화숙 여인은 1954년 주성기 선생과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그들 부부에게는 친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던차에 1957년 한 임신부가 어린애를 낳았는데 살림이 너무 어려워 키울 수 없으니 꼭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눈물을 머금고 떠나갔습니다. 그 애가 바로 주승일입니다.

문화숙여인과 남편 주성기 선생은 승일이와 춘매에게 자기의 친자식보다 더한 사랑을 몰부어 열심히 키웠습니다. 승일이와 춘매는 공부도 잘하고 예절도 밝아 늘 동네 어른들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들 부부는 넉넉치 못한 살림이지만 아껴 먹고 아껴 쓰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았습니다. 하여 그들 남매는 동학들과 동네아이들의 부러움속에서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워낙 선량하고 마음씨 착한 문화숙여인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보답을 받겠다거나 자기가 무슨 큰일을 한다고 종래로 생각해본적 없었습니다.

춘매가 중학교에 다니던 어느날 웬 여인이 조용히 문화숙여인을 찾아와 딸 춘매의 친어머니를 알고 있는데 딸을 몹시 그리워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녀를 우리 집에 보내세요. 그 당시 상황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자기 혈육을 버렸겠습니까. 이해하고 있으니 아무 부담도 갖지 말고 저를 찾아오라고 하세요.>

그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딸에게 친어머니를 찾을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딸은 자기에게는 엄마가 한분 밖에 없다고 하면서 문화숙여인의 목을 끌어안고 오래오래 놓지 않았습니다.

세월은 흘러 아들 승일이는 이미 어른이 되었고 후에 군대갔다가 제대했습니다. 그때 슬하에 딸밖에 없는 그의 친부모가 아들생각을 하며 가슴을 앓고있나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문화숙부부는 고생속에 애지중지 키어온 아들을 내놓기 아쉬웠지만 다른 한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아들을 설복하여 친부모곁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그후 딸 춘매에게는 사랑하는 남편과 귀여운 딸이 있게 되었으며 1993년 베이징에서 사업을 벌리면서 그들 온집식구는 베이징으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야 돌아오는 춘매부부이기에 아이는 자연히 할머니에게 맡겨졌습니다.

1996년 5월, 베이징 순의구 쌍유주택구 살림집에서 살고 있던 문화숙 여인은 예나 다름없이 주방에서 한창 아침밥을 짓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문밖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다급한 부름소리에 인차 문을 열고 본 문화숙여인은 어리둥절해졌습니다. 남편이 웬 갓난애를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알고보니 남편이 아침산책을 하다가 길섶 나무밑에 숱한 사람들이 몰려서서 웅성거리기에 호기심에 다가가보니 어른의 속옷에 대충 싸서 버린 어린 생명이 꼼지락거리고 있었기에, 그냥 내버려두면 죽을 것 같아 안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어난지 몇시간밖에 안되는 남자갓난애는 방안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자 그제야 가느다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날부터 어린애에게는 집이라는 것이 있게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누나가 있게 되었으며 복 지자에 소나무 송자를 붙힌 지송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문화숙여인의 나이는 이미 66세, 고혈압과 심장병으로 앓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애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애도 저와 같이 친인들의 버림을 받은 신세입니다. 제가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것처럼 저도 이 애의 친어머니로 되어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테니 걱정마세요.> 말을 마친 딸 춘매는 지송이를 안고 많이 울었습니다.

어린 지송이는 친어머니의 버림을 받았지만 남들보다 못지 않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딸 춘매에게 둘째 딸애가 태어나면서 세아이는 모두 문화숙 여인의 손끝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998년 입곱살, 두살, 한살짜리 자식을 둔 딸 춘매는 교통사고로 불행하게 사망했습니다. 엄마잃은 아이들을 보는 문화숙여인의 가슴은 터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그만 몸져 눕고 말았습니다. 온집식구들은 그를 둘러싸고 근심했습니다. 이때 문득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문화숙여인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슬픔을 달래며 어린애들을 돌보면서 열심히 살아가기로 작심했습니다.

거의 반세기를 지나오면서 도합 일곱명이나 되는 불쌍한 어린이들이 문화숙여인의 구원과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났습니다. 그는 이 고아들의 친어머니였고 그의 가정은 불쌍한 고아들의 요람이었습니다.

문화숙여인의 이야기가 흑룡강성 밀산시에서 베이징의 순의구까지 널리 알려지자 여러 기관과 단체, 주민관리사무소 그리고 이웃들이 뜨거운 지원의 손길을 보내왔습니다. 이들은 계절마다 명절때마다 애들의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을 보내오고 부근의 가게에서는 무상으로 수요되는 물건들을 보내주군 했습니다.

불우어린이들에게 쏟아부은 문화숙여인의 뜨거운 인간애, 모성애는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자신의 빛과 열, 위대한 모성애를 아낌없이 바친 문화숙여인의 사랑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