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남: 하지만 생활속에서는 사랑이 국가, 민족, 종교,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제약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 물론 그렇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나라와 민족, 종교, 정치 등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을 위하여 중국을 찾아 왔던 러시아의 한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 하고 눈물로 베이징 공항을 적시며 떠났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남: 당연히 드라마틱한 한 사랑이야기지요.

여: 화제의 주인공인 러시아 시베리아의 여성 레나는 42년전 중국 연인이 보내 온 편지 주소와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이 옛 연인을 찾아 중국땅을 밟았던 것입니다.

남: 녜, 지난 세기 50년대 중엽이면 중국과 러시아 (그때는 쏘련이라고 했지요.) 관계가 사회주의 진영에서 가장 친근한 두 이웃 나라라고 봐야지요. 그만큼 두 나라 인민들의 관계도 친선적이었고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은 서로 편지가 오갈 정도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 지던 때라 어여쁜 러시아 처녀와 고등 교육을 받은 중국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 참, 있을 만한 이야기지요.

여: 레나에게 참 사랑의 씨앗을 뿌려준 중국 청년은 중국 남방 운남성 이해의 한 중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던 교원입니다.

중국 젊은이 증범송과 러시아 여성 레나는 편지로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8년이 되도록 서로 만나지는 못 했었습니다. 증범송이 레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1962년 10월 31일이고 레나가 그것을 받아 보기까지는 반달 후인 11월14일이었습니다. 수 년간의 애달픈 연애 편지가 오가면서도 이룩되지 못 한 사랑에 지친 레나는 사실 카쟈라는 딸애를 둔 엄마로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결혼 생활은 불행했고 드디어는 이혼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중국 청년 증범송은 마지막 편지를 보낼 때 까지 레나를 그리며 총각으로 있었구요.

남: 42년전 마지막 편지를 보내고 얼마 안 되어 중국 청년 증범송이 이외의 사고로 객사했다지요?

여: 그렇습니다. 이 모든 사실들이 증범송의 대학 시절 동창들과 그가 교사로 일할 때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학생들의 회상에서 나온 사실입니다. 레나가 42년 후 그처럼 자기를 절절히 사랑했던 중국 연인을 찾기 위해 중국에서 사업하는 러시아 친구에게 부탁했고 그 친구가 다시 베이징 청년보를 찾아 도움을 청하여 베이징 청년보에 레나가 연인 증범송을 찾는 다는 보도가 게재되자 동창들이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증범송을 대신하여 레나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던 것입니다.

남: 그러니깐 레나가 중국을 올 때는 이미 옛 연인이 저세상 사람으로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군요.

여: 그렇지요. 살아서 만나 보지 못한 연인의 무덤에 생화 한 묶음이라도 전하고 그가 살아 숨쉬던 땅을 밟아 래도 보려는 절절한 마음에서 였지요.

그래서 은송령 등 증범송의 대학시절 동창생들이 레나를 맞이하고 그를 안내 했던 것입니다. 레나가 수도 공항을 떠날 때 증범송의 동창생들과 제자들이 공항에서 그를 바랬고 레나는 눈물로 전송나온 사람들과 작별하면서 42년전 증범송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전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는 기자와 동창생들은 국경을 초월한 진지한 사랑에 또 한번 감명됐습니다.

남: (편지 낭독)

레나, 편지를 받아 보았소. 당신에게 발생한 모든 불행도 알게 되었구… 물론 사실을 알고 난 내 심정도 당신 못 지 않게 무거운 것이요.

당신에게는 지금 내가 너무나도 필요한 때이지요. 8년의 세월, 우리는 비록 편지였지만 줄곧 진지한 우정을 이어 왔소. 나는 영원히 당신의 행복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고 당신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오.

지금 그가 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지? 물론 그는 종래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요.

지금 내 마음을 그대로 당신에게 고백하는 것을 이해해 주오. 무엇 때문에 내가 26살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자신도 이상할 때가 있소. 하지만 이것만은 잘 알고 있소. 사랑이 없는 생활은 꽃이 없는 봄과 같고 물이 없는 하천과 마찬가지이며 찬란한 태양이 없는 여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내가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오. 사랑이 없는 결혼은 불행이니깐… 레나, 비록 우린 아직 서로 한번 도 만나보지는 못 했지만 나는 한번도 당신과 나를 떼어 놓고 생각 한적이 없소.

지난 8년간 나는 조용히 가슴속 깊이에 당신에 대한 일편단심 사랑을 간직해 왔소. 그 꿈이 이룩될수 있느냐는 고려하지도 않고 말이요. 더없이 당신이 그리워 질 때면 나는 늘 당신이 보내 온 한 통 한통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고 당신의 사진을 오래 도록 바라보며 시를 읊군 했소.-

당신의 사진을 가슴속 깊이에 간직했습니다.

아름답던 날들의 잊혀져 가던 추억들이

내 가슴에 환희를 줍니다. …

지금 나는 날개라도 돋혀 당신과 카쟈 곁으로 날아가지 못 하는 것이 한스럽소. 나는 오래 전에 벌써 당신이 사는 쏘련으로 날아 가는 꿈을 꾸어왔소. 나는 이 꿈을 하루 빨리 실현하기 위하여 걸어서라도 당신과 카쟈 곁으로 갈 것이요. … 도대체 무슨 힘이 당신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도록 부추겼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소. 다만 나의 모든 말이 내 마음속 깊이에서 우러 나온 것이라는 것을 믿어 주기 바랍니다.

지금은 주위가 조용한 저녁입니다. 하늘에는 둥근달이 밝게 걸려 있구요. 저 달빛이 당신과 카쟈에 대한 나의 진지한 축복을 전하기를 기원하면서 8년래 처음으로 당신에게 대담하게 키스하는 나를 용서하기 바라오.

여: 8년간의 편지 내왕으로 맺어 온 사랑- 그 편지 한통 한통들이 금방 읽은 편지처럼 감동적이겠지요. 그런 감동이 있었기에 편지로 맺은 사랑을 잊지 못해 42년이 지난 후 그가 묻힌 중국땅을 밟은 러시아 여인- 진정, 그 사랑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렇게 산답니다" 오늘은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이야기로 엮어 봤습니다.

(김태근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