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버리고 산길을 따라 천천히 위로 약 두 시간동안 올라 끝내 아늑한 곳에 위치한 관산(關山)천지(天池)에 이르렀다.

천지는 하늘위에 있있다. 저 아래의 도목산(桃木山)은 벌써 짙은 안개에 휩싸여 그 산의 드넓음과 우뚝 솟음이 보이지 않았다. 그 산 허리와 산 아래의 농가들은 더욱 종적이 모연하여 유독 닭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가끔 들려올뿐이다.

하지만 천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희미한 구름바다 기슭에 망망한 푸른 물속에 큰 불덩어리가 혹은 떠올랐다가 혹은 가라앉으며 눈부신 찬란한 빛을 뿌렸다. 그리고 몇 점의 쪽배가 파도위에 둥실 떠 있어서 그림자처럼 오락가락한다. 만약 산 아래에서 오지 않았다면, 만약 지금 서 있는 위치가 황토(黃土)고원이 아니라면 당신은 기필코 이 천지를 바다로 여기거나 어부의 노래소리가 화답하는 강남의 호수로 생각할것이다.

관산천지는 서부의 특이한 지리현상이고 이 천지는 감숙성 동부의 절승 풍경명소이다. 관산천지는 동시에 중국 문화적 함의를 내포한 보물고의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원고시대 신화에 나오는 중국의 시조 복희(伏羲)의 이름과 연결되어 더욱 신비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복희와 감숙과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 복희씨족 부락의 발원지, 특히 복희의 출생지에 관해서 고금중외의 서적에 의하면 모두 오늘의 감숙(甘肅)성 장랑(庄浪)지역의 호로하(葫蘆河)유역을 가리킨다. 관산천지는 바로 이 호로하의 원천지이다. 중국의 역대 문인들은 모두 복희대제(大帝)를 칭송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인문시조(人文始祖)", "조시인문(肇始人文)"이라는 구절을 사용하였다. 심오한 한자에서 "시(始)"는 "태(胎)"자와 동일한 어원(語源)이고 "조(肇)"자는 성과 연관된다. 나의 발밑에 누워있는 관산천지는 바로 원시적인 생식숭배의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관산천지는 육반산(六盤山)과 롱산의 접경지대, "이용희주(二龍戱珠)"의 "주(珠)"에 자리잡고 있다. 풍수 지맥적 시각에서 보면 관산천지는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가장 숭배하는 "아들낳는 땅"이다. 때문에 나는 원고시대에 사람들이 이 곳이 복희대제의 탄생지라고 인정한것은 그야말로 너무 적당하다고 인정한다.

나는 다시 한번 머리숙여 위무당당한 복희대제를 "생육"한 이 관산천지를 자세히 보았다.

관산천지는 앞뒤로 두 개의 큰 못이 자리잡고 그 주변에 많은 작은 못들이 별처럼 박혀 있다. 앞쪽에 있는 못은 일명 "영지(零池)"라고도 하는데 추두산(湫頭山)을 배경으로 해발 2857m, 면적 30무(약 20,000평방미터-역자 주), 누워있는 누에모양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영지는 그 깊이를 알수 없는데 가뭄이 들든 큰 물이 지든 수위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못내에 무수한 샘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지는 삼면이 산에 둘러쌓여 있는데 양쪽이 조금 낮은 편이나 물이 못에서 흘러넘치지 않고 오히려 못에서 약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내물이 땅속으로부터 용솟음쳐 못의 꼬리가 물을 뿜는듯 하다. 영지의 주변은 파아란 풀과 흰 돌로 된 개활지이고 못속에는 수초와 갈대가 자란다. 수면은 푸르기 그지없고 하도 맑아 물속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고기와 개구리가 한눈에 보인다. 호수가에 서면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가벼이 물결치는 호수물속에서 가끔 "꾸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 소리가 호수밑바닥에서 샘물이 솟아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수면위에는 새들이 날아예면서 음악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그 순간 주변은 더 한적한 고요속에 빠지는듯 하다.

뒤쪽의 못은 추두산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데 앞쪽의 못과 아주 가까이에 있다. 이 호수는 모양이 반달과 흡사하여 때로는 좁아지고 때로는 넓어지고 때로는 깊어지고 때로는 옅어지며 수시로 변화한다. 호수밑바닥에는 붉은 수초가 자라 호수면도 붉게 보인다. 호수의 사면에는 키 높은 수목이 울창하고 풀이 무성하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해마다 여름과 가을이 되면 이 호수에서 우렁찬 소리가 나며 백여리 밖에까지 울려간다고 한다. 또 그때마다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려 마을 사람들은 복회대제가 오는것을 여와가 마중하기 때문에 그렇다고들 한다. 뒤쪽의 못은 천 가지 만 가지로 변해 때로는 푸르고 때로는 붉어져 그 속에 있노라면 이 세계의 기묘함과 아름다움을 한껏 감지하게 된다. 이 곳을 본 한 사람은 "이 곳의 돌과 풀에도 원시적인 참신함과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썼다.

여기까지 보고나서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모양이 여성의 자궁과 같고 원시 인류의 호로와 같은 관산천지는 그야말로 인류를 생육하는 이상적인 장소라고 깨달았다. 전설속의 복희대제가 먼저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 곳에서 자라났고 나아가서 아름다운 숙녀 여와와 손에 손 잡고 호로하 유역에서 사랑을 가꾸며 후대를 번식했다는 것은 아름다운 생활을 동경하고 희망했다는 원고시대 인류의 상징이라고 말이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