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상의 묘족 청년들)

나는 도균(都均)에서 사흘을 보냈다. 도균을 떠나던 그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동행한 친구는 말문을 닫지 못하였다. 도균을 떠나기 전날 저녁에 백자교(百子橋)에서 묘(苗)족의 "변변장(邊邊場)"이라는 행사를 보게 되어 한번에 그 토록 풍부하고 많은 묘족의 의상을 보고 묘족 남녀들의 노래를 싫도록 듣다보니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해 취재기를 눌러 녹음까지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와 함께 흥분해질수 없었다. 차가 빨리 달릴수록 마음속의 슬픔은 커지기만 하였다. "다시 보자, 도균이여, 나 비록 너의 경치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도균인의 착한 마음은 영원히 기억하리, 고맙다. 도균이여."라고 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도균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사건은 도균에 도착한 다음날에 발생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오침을 즐기는 동안에 나와 베이징의 다른 기자는 호텔을 빠져나와 부근상가로 쇼핑을 갔다. 문을 나서자 낡은 오토바이 택시가 굴러와 우리는 그 "택시"를 잡아타고 멀지 않은 슈퍼로 갔다. 쇼핑을 마치고 시간을 보려고 주머니를 뒤지자 핸드폰이 없어진걸 알게 되었다. 다시 주머니속을 살펴도 핸드폰은 어디에도 없었다. 쇼핑이고 뭐고 날듯이 다시 호텔로 돌아와 짐속까지 뒤져도 핸드폰은 보이지를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분실했다고 믿었다.

내 핸드폰은 아주 평범하다. 지금까지 4년을 사용해서 늘 눌러온 건판은 은색의 칠이 벗겨지기 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 핸드폰은 언제나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 자신이 "핸드폰 종합증"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어쩌다가 어느날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오면 혼이라도 나간듯 외계와의 연락이 두절되어 버림받은듯한 느낌을 받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무리 뭐라해도 꼭 다시 집에 들어가 핸드폰을 손에 받아쥐고서야 마음을 놓군 하였다. 그런데 이번 출장길에는 아예 핸드폰을 분실했다.

오후에 우리는 계획대로 사진전시를 견학하였다. 동인들은 너도 나도 아이디어를 내서 결국은 먼저 서비스 중지를 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빌어서 전화를 걸어보니 아뿔사, 번호 중지는 신청 지역에서만이 가능하고 타 지역에서는 불가능해서 번호 중지를 할수도 없었다. 그러자 내 마음은 더욱 우울해졌다. 선불제라 전화카드에 돈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핸드폰이 누구손에 들어가 있는지? 누가 그 핸드폰을 사용하는지를 모르니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수도 없었다.

시간은 때에 따라 아주 늦게 흐른다. 그날 오후 나는 핸드폰 분실사건을 잊으려고 열심히 사진을 구경하고 사진설명도 찬찬히 보면서 사진의 각도와 색채 등을 자세히 보았다. 하지만 핸드폰 벨이 울릴때마다 나는 전기라도 통한듯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내가 기다리는 내 핸드폰이 아니였다. 종당에 나는 핸드폰분실을 잊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입구에 앉아 다른 일행을 기다렸다.

저녁때가 되었는데 일행중의 한 누님이 아이디어를 주었다. 자신의 핸드폰으로 내 핸드폰에 메시지를 보내란다. 그 내용인즉 누가 내 핸드폰을 주었으면 번호 카드만 돌려주기를 바란다고, 그 핸드폰 기계도 그냥 선물로 주고 그 외에 거액의 사의금도 주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내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희망을 포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나 밤장막이 내렸다. 그런데 그 누님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나서 그 누님은 흥분해서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기적, 기적이야!"

그 뒤의 일은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한 남자가 짚차를 타고 호텔로 찾아와 핸드폰을 돌려주며 사연을 간단히 이야기하였다. 그 내용은 자신의 친구가 내 핸드폰을 주었는데 지금 근무중이라 자리를 비울수 없어서 자신이 대신 왔다는것이다. 그리고는 방안에도 들어오지 않고 문밖에서 핸드폰만 돌려주고는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사의금은 아예 비치지도 않고 돌아갔다. 내가 수차 그런 뜻을 비쳐도 그는 웃으며 "도균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라고만 하고는 그냥 차를 운전해 가버렸다.

오늘도 내 핸드폰에는 그 사람의 전화번호가 남아 있다. 이 전화번호는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아 머나먼 서남쪽에 도균이라는 도시가 있고 그 도시에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것을 기억하게 한다.

고마운 도균이여!

(도균에로 통하는 산길)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