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안무가 손룡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994년 12월, 중국문화예술계련합회, 중국무용가협회, 중국무용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중화민족 20세기 무용경전작품을 선정, 금세기 초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약 한 세기동안 창작된 무용작품에서 추천된 1천여개 작품 중 <동방홍>, <홍색랑자군>, <련꽃춤> 등 32개의 무용작품이 경전작품 금상을 수여받았으며 <춘향전> 등 44개의 무용작품이 경전작품 지명상을 수여받았다.

중국무용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 행사에서 손룡규가 창작한 무용 <이즈러진 봄>, 양려평의 <공작새춤> 등 독무 세개가 나란히 금상을 수여받았다.

1972년, 손룡규가 고중을 졸업하던 해였다. 연변 예술학교에서 마침 손룡규가 공부하고 있던 길림성 룡정시 개산툰 종업원자제학교에로 학생모집을 나왔던 것이다.

"뜬 소가 울타리를 넘는다"고 할까, 노래와 춤과 거의 담을 쌓고 지내온 손룡규는 시험관들의 혜안(?)에 잡혀 연변예술학교 무용학부에 들어갔다.

무용에는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던 손룡규는 예술학교에 들어서는 날 그만 기절초풍을 했다. 무용 연습장에서 일자형으로 다리를 쩍 벌리는가 하면 몸을 활등처럼 뒤로 제끼고 발목을 잡는 아짜아짜한 동작들을 보노라니 눈이 홱 이마로 올라가더란다.

손룡규는 무용이라는 이미지의 예술에 흡반처럼 빨려들어간다. 언어로 표달할 수 없는 것을 무용언어로 표현하면서 내심적인 감각을 생명체처럼 무용언어에 불어넣는 무용예술은 손룡규를 보이지 않는 실로 칭칭 휘감아버렸다.

그해 겨울방학에 손룡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썰렁한 연습장에는 손룡규 혼자만 고독히 남았다. 얼음궁전같은 연습장이였지만 춤사위와 함께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한 악착스러움도 놀라웠지만 짬짬이 배워서 익힌 피아노며 피리 재간은 그의 예술재능 한귀퉁이를 빠끔히 열어보이기도 했다.

그 특정된 시대에 나타난 본보기극은 손룡규에게 '복음서'였다. 학교에서 늘 농촌으로 내려가 본보기극 공연을 했던 것이다. 손룡규는 <백모녀>에서 양백로를 맡는 등 본보기극 공연에서 많은 무대경험을 쌓았다.

졸업한 후 손룡규는 학교에 남아 교편을 잡았다. 그 동안 그는 주 공작대 사업인원으로 농촌으로 14개월 내려가 있기도 했다.

그토록 가까웠던 농촌생활은 무용학부를 나온 손룡규에게 새로운 화면으로 다가왔다. 흥이 나면 논두렁이에서, 타작마당에서 어깨춤을 들썩이는 고향사람들 속에서 오락뿐만이 아닌 여러 인간상과 그 속의 희로애락을 피부로 차분히 느낄 수 있었다.

별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시절 손룡규는 저도 몰래 민간무용 속에 깊숙이 보습을 박았다.

1979년, 손룡규는 베이징으로 참관을 와서 무용대학과 가무단을 돌아보았다. 이때 손룡규는 처음으로 발레 <백조의 호수>를 관람하게 된다. 책으로만 보았던 <백조의 호수>를 눈으로 처음 보는 그 순간의 감격을 지금도 언어로 이루다 그려낼 수 없다고 하는 손룡규, 이때부터 자신의 이상의 좌표계를 굳히게 되었다고 한다.

손룡규는 베이징무용대학에서 학생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룡규는 그 이듬해인 1980년에 학생모집 시험에 응시했다. 공화국 창립 후 처음 전국적으로 모집하는 이번 학생모집에서 문화대혁명 10여년 동안 잠겨있던 인재들이 저마다 물위에 떠올랐다. 베이징 시험장에만 해도 응시생이 2천여명으로써 합격률이 80:1에 달했다고 한다.

손룡규는 시험을 무난히 통과하고 베이징무용대학 교육학부 민간무용과에 입학했다. 사상 첫 무용본과였다. 베이징무용대학은 중국에서 무용의 최고학부이다. 손룡규는 중국무용계의 이름난 원로들인 가지광, 오소방 등을 스승으로 모시는 행운을 지닐 수 있었다.

이 기간 손룡규는 교원들의 지도아래 민간무용 유산들을 정리하고 교재를 편찬하는 일 등에도 적지 않게 관여했다. 1984년 졸업한 후 손룡규는 베이징무용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1986년 베이징무용대학에서 중국 무용사상 처음으로 안무학부가 창립되었다.

구 소련의 짜할로브, 영국의 로만 등 외국 예술인들이 선후하여 베이징무용대학에 와서 경험을 교류하고 무용극을 만들었다. 손룡규는 틈만 있으면 그들의 강의를 경청하곤 했다.

그동안 쌓아온 생활경험과 지식은 그의 창작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1985년 손룡규는 도리(桃李)컵에서 안무 창작상을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3인무 <바다의 노래>로 또 전국적인 창작상을 안아왔다.

1988년 손룡규는 남자독무 <이즈러진 봄>을 창작했다. <이즈러진 봄>은 창작에서 조선족무용의 기본동작 언어들을 쓰고 있지만 우아하고 함축적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조선족무용의 새로운 발전이라기보다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기법이었다.

독무 <이즈러진 봄>은 무용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공연시 막이 열리기 전부터 박수가 터졌다고 한다.

1990년 손룡규는 홍콩연예학원에서 약 8개월 동안 교편을 잡았다. 이동안 무용서사시를 창작, 인도에서 진행된 국제무용예술축전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그 이듬해 홍콩정부의 초청을 받아 무용극 <룡과 봉의 례악>을 창작, 세계전통음악무용축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1992년부터 중국 여러 지방의 초청으로 특강과 안무를 했다. 초청 건이 너무 많아서 미처 갈 수 없는 일 때문에 "빚을 진 고장"도 한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손룡규는 광서성에서 야회의 가무, 광동성에서 무용극, 하남성에서 무술축전 폐막회, 감숙성에서 무용극 등 안무를 하면서 중국 땅을 주름잡았다.

재래의 민간무용은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광장무용이다. 손룡규는 <이즈러진 봄>, <바다의 노래>, <날린다> 등 무용창작을 통해 새로운 모습의 민간무용을 무대에 올려놓았다. 관중들은 그의 무용작품에서 인간의 내심세계를 읽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걸신이 든 것처럼 밤늦도록 책더미 속에 묻혀있었다는 손룡규는 지금도 책이라면 오금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무용서적뿐만이 아닌 종교서적, 미학서적, 역사서적들이 빼곡이 서재를 채우고있었다. 그런 문화적인 수양이 손룡규의 무용창작에서 깊이 모를 샘의 원천이 아닌가 싶었다. 지난 수년동안 손룡규는 "종교와 무용"(공저) 등 책자를 비롯해 수 편의 무용관련 논문을 펴냈다.

손룡규는 지금 무용계의 최고학부로 꼽히는 베이징무용대학 안무학부의 부학부장을 담임하면서 학술위원회 위원, 중국무용가협회 회원, 연변무용가협회 회원, 베이징시무용가협회 회원으로 있다.

지금까지 안무가 손룡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번역, 편집:김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