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마야문물]

메히꼬 동부의 유카탄반도 내륙우림에 위치한 파룬커는 유럽인들이 마야문화를 새롭게 발견한 첫 고전기의 마야 도시이다. 이에 앞서 전반 마야문명은 구름속의 달빛같이 희미하고도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18세기 말, 카르데론이라 부르는 한 유럽인이 이 수림속에서 의외로 이 유적을 발견했다.

파룬커는 뭇산속의 한 구릉위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메히꼬만 연안의 대 평원을 마주하고 있었다.

파룬커는 고전시대 마야의 제일 아름다운 도시로 사람들은 심지어 그를 "아메리카대륙의 아테네"라고 부를 정도였다. 파룬커의 중심광장은 봉폐된 것이 아니라 동측의 왕궁과 남측의 비명(碑銘)금자탑을 제외하고 서측과 북측이 모두 개방식으로 열렸으며 울울창창한 열대수림이 광장을 둘러싸고 멀리 뻗었다. 많은 아름다운 사묘와 저택은 모두 광장 동측의 산 기슭과 수림속에 분포되었다.

파룬커에는 비석조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모든 건축물의 표면에는 모두 정묘하기 그지없는 흙 조각, 석회와 석판 조각이 장식되어 있었으므로 "조각의 도시"라는 미명을 얻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비명신전"(碑銘神殿)은 9층 계단을 따라 거대한 돌 금자탑의 꼭대기에 세워져 있다. 신묘에는 5개의 문이 있고 신묘 내 방안의 세 벽에는 617자의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마야명문 중 제일 긴 것이다. 신전은 이로 하여 비명신전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1950년, 메히꼬 고고학자 루즈 루일리에가 비명신전 내의 한 밀실에서 국왕의 릉묘와 거대한 석관을 발견했다. 묘실은 길이가 10미터, 넓이가 4미터, 높이가 7미터 되었으며 네 벽에는 마야신화속의 9개의 야신(夜神)을 대표하는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전반 석관은 5미터 길이, 3미터 넓이의 거석을 깎아 만들었는데 이 관속의 인물은 바로 왕조의 창시자 파카르국왕이었다.

비명금자탑 속의 파카르묘장이 발견되기 앞서 사람들은 마야에는 강대한 왕권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금자탑식의 신묘도 국왕의 릉묘가 아닌 보통 신묘일 것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다시 세상에 드러난 파카르릉묘는 마야성에는 강대한 왕조와 유명한 국왕이 실존했음을 증명해 주었다.

티카르는 마야 고전시기의 최대의 도시이다. 티카르가 형성될 때 마야의 문명중심은 이미 남부로부터 중부에로 옮겨졌다. 기원 292년, "미주호의 발톱"이라 불리우는 왕이 왕조를 개척해서부터 티카르는 제1차 번성기를 이루었으며 그 뒤로 기원 7세기로부터 8세기에 이르기까지 티카르에는 세개의 강대한 왕조가 나타나면서 두번째 전성기를 이루었다. 즉 아카고왕, 야크징왕과 치탄왕 이 세 왕이 두번째 전성기의 창조자들이다. 오늘날 고고학 발굴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티카르성은 이 세 조대의 태평성세에 건설된 것이다.

고전기의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할 때 티카르는 도시면적이 65평방킬로미터를 초과했으며 주민이 5만명에 달했고 3천개 이상의 금자탑, 제단, 비석 등 유적이 있었다. 그들의 영향력은 구역 주위 5백 평방킬로미터에까지 미쳤으며 근 2백만명의 인구를 통제했다.

티카르의 중심광장에는 몇개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는 당시의 자연현상, 정치사건과 중대한 종교의식이 기재되어 있었다. 제일 일찍한 비석은 기원 292년에 새긴 것이며 제일 늦은 것은 기원 869년에 새겼으며 그 후로는 돌연히 모든 조각공사가 중지되었다. 이와 동시에 무비의 강대함을 자랑했던 티카르는 수림속에 버려진 폐허로 되고 말았다.

기원 835년에 파룬커의 금자탑신묘 공사가 중지됐고, 기원 889년에 티카르에서 건설 중이었던 사묘군락 공사가 중단되었으며 기원 909년에 마야인의 최후 도시도 건설 중이었던 절반이상의 돌기둥 공사를 폐기했다. 전반 9세기에 이르러 수백개의 마야 부락과 도시는 분분히 버려졌고 번화하던 도시는 거의 동시에 역사속에 소실되고 말았다. 그 옛날 무수한 기적과 신화를 창조했던 마야인들은 집과 익숙한 거리와 광장, 신묘와 궁전을 등지고 떠났으며 천고의 비밀을 후세에 남긴 채 그 중의 일부는 유카탄북방의 황야에로, 나머지는 수림속으로 흩어졌다.

마야인들은 왜서 자기의 도시를 버렸을까?

화산폭발? 지진? 온역? 농민봉기? 내전? 외세의 침략?

추측은 다양했지만 어느 하나도 충분한 증거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년래 "생태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이 수수께끼의 가장 접근한 답안으로 되었다.

이 생태위기론은 마야문명의 배경으로부터 분석했다. 마야문명은 문명기에 이르렀지만 주로 옥수수농업에 기초했다. 자고로 마야의 농민들은 극히 원시적인 "미르파"경작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우선 수목을 모두 잘라버리고 일정한 시간이 흘러 건조해진 다음에 그것을 불에 태워 초목의 재를 비료로 사용해 빈약한 우림의 토양을 덮었다.

한번 불태워서 옥수수를 심은 다음에는 1년내지 3년간 경작을 멈추어야 한다. 어떤 곳에서는 심지어 6년이나 경작을 못할 때도 있다. 그것은 초목이 자라서 비교적 무성해진 다음에야 비료의 원료로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기 문명이 번성할 때는 인구가 대량 증가할 때이므로 농업압력도 날이 갈수록 커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마야문명은 인구가 대량 발전한 후 생태환경의 악화와 생활자원이 고갈된 엄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구의 주체를 이룬 농민들이 배를 불리지 못한다면 사회상황은 말할나위 없이 일락천장이 되었을 것이다.

더욱 엄중한 것은 신권정치 체제하의 마야 왕족과 제사들은 이러한 "몰락상"을 신의 불만으로 간주하고 급기야 신묘를 더욱 많이 건설하고 더욱 빈번하게, 더욱 요란스레 제를 지내어 기도함으로써 신의 힘을 빌어 흐트러진 사회를 돌려세우려 한다. 결과는 더욱 많은 인력낭비와 자원낭비를 초래했을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의 악성순환도 초래되었을 것이 뻔하다. 기아로 하여 마야인들은 도시를 떠나게 되었으며 백여년의 쇠퇴와 사회 몰락을 거친 후 중앙 저지에 놓였던 도시들은 울울창창한 열대림속에 묻혀지고 녹색의 식물은 이 거대한 비밀을 가뭇없이 감추어버렸던 것이다.

후 고전기의 맥락을 거쳐 지금도 메히꼬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는 2백만명 좌우의 마야족 후손이 살고 있다. 그들은 25가지의 마야어 방언을 사용하며 선조의 땅우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들은 선조가 이룬 거대한 문명을 거의 모른다. 그들은 수림 심처에 버려진 옛 마야 문명의 폐허와 같이 실락한 문명의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