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금방 물이라도 들 듯한 산나물]

봄날의 첫 햇살이 베란다를 비추어 따사로움과 찬란함을 인류에 선물하면 내 마음은 비할바 없이 놀라웁다. 지난 겨울의 눈비와 기나긴 차거움으로 하여 사지는 굳어버리고 겨울 내내 창속에 자신을 담아두어 머리에서 버섯이 돋아날 정도이다. 마음은 더 습기에 젖어 무거운 슬리퍼와도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찬란한 봄날의 해볕을 보니 생명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나는 급히 방안에 두었던 꽃들을 베란다로 옮기고 습기가 꽉 찬 옷들을 베란다에 내다 걸었다. 그리고는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눈을 쪼프리고 해빛, 푸른 산, 흐르는 물, 생명을 잉태하는 흙의 냄새를 탐욕스럽게 들이 마시기 시작했다. 이 한 몸을 담글 방이 있고 몸을 채울 고기가 있고 이런 좋은 날씨까지 있으니 이를 행복이라 하지 않을수 있을손가?

해당화, 난, 플루모수스 아스파라거스, 회화나무, 알로에는 베란다에 매달려 자기들의 주인처럼 해볕의 검열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극히 일반적인 화초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엄동설한을 견디어 오면서 벌써부터 새로운 망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당화만 보아도 그렇다. 이 꽃은 5년전에 아내의 생일날 내가 준 선물인데 이 몇년동안 언제나 제일 먼저 우리에게 봄을 알려왔다. 그는 가장 먼저 발간 꽃을 피워 소박한 집에 다채로운 색채를 더해주었다. 오늘도 해당화는 작은 꽃 봉오리를 준비해 베란다 철 난간위에 부드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나는 화초의 하인이 되어 그를 위해 잎을 다듬도 흙을 부드럽게 해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비료를 주며 꽃 필 날을 기다리고 싶다. 그러노라면 내 몸속에서도 새싹이 돋아나는듯 근지러워진다.

나는 저 멀리 푸른 산을 바라보았다. 푸른 산도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 좋은 날을 어찌 방안에서 허송할수 있으랴? 나는 푸름을 밟고 산나물을 캐면서 봄날을 감지하기 위해 아내의 손을 잡고 문을 나서 산으로 향했다.

[두번째 사진: 그림같은 봄날의 한장면]

냉이는 늘 시내가에, 농가의 뜰에, 넓은 밭에 가지런히 돋아난다. 이런 냉이를 뿌리채 캐서 물만두를 빚거나 냉이만 볶거나 두부를 곁들이면 아주 좋은 음식으로 된다. 미나리는 시내가에 무더기로 자라나는데 푸르고 연해 몸을 굽히고 있다. 진흙을 싯은 미나리로 요리를 만들어 밥상에 올리면 그 싱그러운 향이 비닐 하우스에서 자라난 집 미나리는 비교도 안된다. 들 마늘은 금방 싹이 틀때 캐면 안되고 며칠 뒤에 캐어 국을 만들때 조미료로 하면 그 국물을 마시기도 전에 그 냄새만 맡아도 먹고 싶은 욕망이 강해진다. 이밖에 고사리와 같이 보기 힘든 산나물도 봄날을 맞이해서 왕성하게 자란다. 마음이 급한 시골애들은 벌써부터 삼삼오오 떼를 지어 상앗대를 캔다. 저녁이면 상앗대로 만든 떡을 먹고픈 그 심정은 나도 어릴적에 느꼈던 바다.

산위의 2월이면 난이 벌써 핀다. 나는 음지의 한 소나무 아래에서 푸른 잎속에 둘러쌓여 조용히 피어있는 난을 보았다. 인적없는 산 골짜기에 피어있는 이 난은 그야말로 홀로 산색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난을 꺾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떠날수도 없고 해서 난앞에 엎드려 난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고 난의 냄새를 한껏 맡았다. 세속을 벗어난 그 색갈과 향기를 어찌 그냥 지나치랴 하는 마음에서였다.

반 나절도 되기 전에 우리가 가지고 간 광주리에는 벌써 산나물들이 가득 찼다. 봄날의 이 푸르른 선물을 가지고 옷깃속에 스며드는 봄 바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느 시골집에선가 봄날의 음악이 유유히 흘러나온다. 아, 정말로 봄이구나, 나는 봄빛을 타고 싹트는 종자처럼 즐겁게 나아가리라!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