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표현한 두목의 시)

한 사람의 여행흔적은 그 사람의 인생과 흡사하여 행선지도 늘 생각밖으로 정해지고 경관도 늘 원래의 상상을 초월한다.

갑신(甲申)년 늦봄에 홀로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원래 이름난 도시를 찾아 봄을 느끼려 했는데 생각밖에 신문사에서 통지서가 한 장 날아왔다. 그 내용인즉 공농업 관광시범기지 검험팀을 따라 안휘성(安徽)으로 가란다. 시간은 약 2주 정도이고. 애초에 나는 이번 여행에서 시적인 경지를 보리라고는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차려진 검험 코스는 안휘성의 강남이였다.

첫날 저녁은 마안산(馬鞍山)에서 보냈고 두번째 날은 무호시(蕪湖)를 지났는데 세번째 날엔 보슬비 내리는 저녁에 현지 관광국 담당의 안내를 따라 지주(池州)시 귀지(貴池)구의 행화촌(杏花村)에 이를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과거는 흐르는 장강물마냥 흘러가고 우리의 봄날 여행 휴식의 한때는 옛 시의 경지에 머무르게 되었다.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나 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현지인들은 행화촌이 일반 마을이 아니고 그의 문화적 함의가 중국의 많은 마을 중 단연 첫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였다. <행화촌 12지(志)>는 <사고전서(四庫全書)>(청나라때의 유명한 사서-역자주)에 수록된 유일한 촌지(村志)이라고 한다.

황공주(黃公酒)는 행화촌 12경 중 4경이다. 이 명소가 앞자리를 차지하게 된것은 과거 두척사(杜刺史)가 할일없이 이 곳을 거닐다가 목동에게 이 술집을 물은것과 연관된다. 그 때 이 술집이 파랗고 발간 복숭아꽃속에 숨어 있었는지? 은은한 목동의 피리소리에 향기로운 술냄새가 정말로 흘러나왔는지? 내리는 보슬비속에 숨어 있는 술향기가 넋을 잃은 나그네의 마음을 감쌌는지? 이에 대해 사서는 기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째이지 못한듯한 청(淸)조 문인들의 이런 흔적이 사람들에게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술집인 황공주로는 크기가 적당한 목조로 되어 있는데 부드러운 불빛과 은은한 고대 음악이 미소어린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고색의 운치를 자랑한다. 창가에 놓인 자리에 앉아 저 멀리를 바라보니 거리에는 불빛이 하나 둘 많아져 건물의 그림자를 던져준다. 행화촌은 일찍 봄에는 "푸름이 가득한 호수위에 안개 끼고 갈대위에 내리는 비가 꿈속같았고" 여름에는 "연꽃이 만발한 그림같은 장면"이였고 가을에는 "가을비 내리는 골목의 나그네 술집을 찾아드는" 시같은 경지였고 겨울에는 "옥같은 안개 산봉을 에돌고 찬 바람 서로 바라보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경관이였다. 하지만 자연의 조화로 형성된 이 경관이 직립동물이 자신을 광고, 모방, 쇼에 의해 포장된 제품으로 진화하자 늘 고립무원하고 허무맹랑함을 느끼게 된다.

인공흔적이 역역한 행화촌에서 나는 이름못할 슬픔을 느꼈지만 이런 슬픔은 행화촌여행의 흥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다. 그날 나는 우산을 받쳐들고 오래도록 시내가의 잔디밭을 거닐며 때로는 두 눈을 감고 때로는 하늘을 쳐다보며 주저하는 두목(杜牧)의 그림자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장강 중하류에 위치한 지주의 귀지에서는 입춘 후 보슬비속의 복숭아꽃을 쉽게 볼수 있다. 청명날 거리의 버들은 노란 망울을 터치며 푸름을 자랑했으리라. 하지만 지주의 척사(刺史)인 두목은 그 때 시름을 안고 비오는 아침을 홀로 걸었으리라, 더 적절하게 말한다면 지향없이 걸음을 옮겼으리라. 그는 서안(西安)에서 태어났지만 세월의 흐름속에서 본의가 아니게 어쩔수 없이 타양을 떠도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으리라. 그는 선조의 묘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을 보고 인생의 무상함과 어려움을 생각하며 허망함을 느껴 "청명날 봄비 내리는데 길가는 행인 정에 우네"라는 시를 읊었으리라. 길가는 자신도 제사지내러 가는 사람도 모두 허망함을 느끼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자신도 행방이 묘연한데 내리는 비를 보고 어디선가 비를 피하고 추운 몸을 덥히며 다음 시구를 생각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으리라. 그래서 그는 목동에게 술집의 행방을 물었고 소 잔등위에 있던 목동은 불던 피리를 허리에 꽂고 손을 들어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을 가리켜 두목은 완정하고 자연스럽고 새로운 절세의 시구를 완수했으리라!

여기까지 생각하니 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향기로운 술같고 그 술에 젖은 꽃들은 부드러운 향기를 풍기고 그 속에서 고정원(古井院), 행원장랑(杏園長廊), 양조방(坊), 비랑(碑廊), 촌지관(村志館) 등 건물들이 찬란한 불빛속에 그림자를 만들며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세상의 조화로움과 변화다단한 세태에 간혹 분명한것이 진실성이 없어 보이고 어렴풋한 것이 오히려 진실해 보일때가 있다. 세상사도 그렇고 부딪치는 경우도 그렇고 인정도 그럴진대 글 또한 그러지 아니할수 있으랴?

생각이 금방 여기까지 미치자 우산을 두드리던 비가 갑자기 멎어버려 사위는 쥐죽은듯 고요해졌다. 나는 우산을 접어들도 정신을 가다듬었다. 봄날의 초목이 자라를 소리가 들리는듯 하였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