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사간호 일각)

나는 우연하게 중국 북방에 "사간호(査干湖)"라고 하는 호수가 있는데 중국 10대 담수호의 하나라는것을 알게 되어 지도책을 펼쳐놓고 그 호수를 찾았다. 나는 지도를 이리저리 ?다가 끝내 내몽골과 길림성 접경지대의 만족 자치현 부근에서 끝내 이 수역을 찾았는데 눈에 띄지도 않았고 이름도 "사간포자(査干泡子)"로 되어 있어 저으기 실망하였다.

북방사람들이 호수를 포자라고 하는것은 서부사람들이 호수를 해자(海子)라고 하는것과 같다. 단, 남방출신인 나는 "사간포자"를 "10대호수"와 연결시키는것은 아무리 해도 믿어지지 않았다.

하여 동북출장길에 나는 특별히 길을 돌아서 중국 10대 담수호의 하나인 사간호가 도대체 어떤 수포자인지를 알고저 사간호를 찾았다. 그 날은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우리가 사간호로 달리는 과정에 길 양켠은 온통 풀들이 바람에 설레는 초원이였다. 우리를 안내하러 온 현지의 가이드는 "몇년전만 해도 이곳은 알칼리성 사막이였는데 우리가 인공으로 녹지로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약 세시간을 달리는 동안 우리의 시야에 안겨오는것은 인공초원과 수림이고 드러난 사막은 아무데도 없었다. 우리가 이곳 사람들의 환경의식과 녹지형성력에 감탄하는 사이에 일망무제한 드넓은 수면이 저 하늘가의 구름마냥 푸른 벌판위에 드러나 우리 시야에 안겨왔다.

바람은 점점 크게 불고 하늘은 비방을까지 뿌렸으나 우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사간호수가에 서서 나는 끝내 무엇이 장려(壯麗)함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잔잔한 물결의 항주의 서호(西湖)만 보다가 태호(太湖)를 처음 보면서 나는 호수도 바다와 같은 파도를 형성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간호에 서서 눈앞의 장려한 경관에 나는 감탄하고 놀라움을 느꼈다. 파도치며 언덕을 때리는 호수물은 노호하는듯 호수언덕을 넘어 대지를 삼키려는듯 하였다. 야성적인 그 기세는 바다도 따르지 못할것 같았다.

현지인의 안내로 우리는 밀페된 쾌속정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사간호 중심을 향해 달렸다. 유리창밖으로 밖을 내다보니 하늘과 호수가 저 멀리서 하나로 이어져있고 주변에는 거대한 산 같은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와 우리의 쾌속정은 그 속을 넘나들었다. 갑자기 거대한 파도가 우리한테로 다가와 우리의 쾌속정은 파도에 포위되어 헬기를 탄듯 공중에 솟았다가는 아래도 곤두박질쳤다….

정신이 없는데 쾌속정은 다시 언덕으로 돌아왔다. 눈을 뜨고 보니 어느새 바람이 멎고 비도 멎고 해빛이 구름사이로 비쳐들어 우리의 몸을 따스히 쓰다듬으며 놀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듯 하였다. 다시 머리 돌려 호수를 보니 금방까지도 거대한 산 같은 파도를 만들던 호수는 언제 그랬냐 싶게 조용해져 잔잔한 서호를 방불케 했다.

사간호는 이토록 천변만화하는 호수였다. 주변의 경치가 똑똑하게 눈앞에 안겨왔다. 저 멀지 않은 곳에 갈대가 무성하고 호수가에는 아름다운 몽고포가 녹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사진설명: 사간호의 갈대) 

사간호 기슭을 따라 산책하는데 발갛고 흰 사찰이 눈에 안겨들었다. 현지인의 소개에 의하면 그 사찰은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마교 사찰이란다. 우리의 찬란한 해빛속에 사찰정상에 오르니 저 멀리로 사간호의 전경이 한눈에 안겨온다. 태양은 서산에 지고 석양이 아름다운 빛을 호수에 찬란히 뿌린다.

서호의 아름다움이 다채로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것이라면 이 북국에서 나는 더 다채로운 호수를 보게 되었다. 사간호는 계절에 따른것이 아니라 몇 시간안에 전혀 다른 풍치와 감수를 펼치는 신비한 호수이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