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운거산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경치의 진여선사)

중국에 4대 불교명산 외에 남창(南昌) 바로 지척에 운거산(云居山)이라는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 보게 하는 명산이 있음을 나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운거산의 역사를 펼쳐보면 이 산이 얼마나 남 다른지 알게 된다. 운거산은 원명이 구산(毆山) 인데 당(唐)조 사람들이 이 산의 산세가 웅위롭고 늘 구름이 산 허리를 감돈다고 해서 운거산이라 이름을 고쳤고 혹은 운산(云山)이라고도 하였다. 운거산은 수려한 자연경치와 유구한 역사의 불교도장으로 사람들로부터 "관세절경(冠世絶境), 천상운거(天上云居)"로 불리웠다.

이 산의 천년사찰인 진여선(眞如禪)사는 당 헌종(憲宗) 3년, 기원 808년에 세워진것으로써 지금으로부터 119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불교선종파의 발상지의 하나이다. 역대로 많은 신도들이 모여들었고 고승들이 많아 해마다 이 사찰 불단을 찾는 순례자들이 연 십여만명을 넘는다. 이런 산이라고 하니 나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쏠려 이 산에 올라 예불의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던 어느해 가을의 아침, 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운거산으로 향했다. 창구(昌九)고속에서 105국도를 타고 두시간도 안되니 운거산 산 기슭에 이르렀다. 산 기슭에서부터 산정까지 15km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울창한 수림으로 이어지고 너무 조용해 꿈속 같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차창을 내리고 대기속에 스며있는 소나무 향기를 맡았다.

조금 지나자 차는 벌써 진여선사 문앞에 이르렀다. 산문(山門)을 들어서니 그리 크지 않는 호수가 보였다. 이 것이 바로 전설속의 연화성(蓮花城)이다. 진여선사는 운거산 산정의 분지속에 자리잡았는데 주변에 뭇 산봉이 둘러서고 중앙은 평탄하여 백무(畝)가량 되는 땅과 명월호(明月湖)가 있다. 바람이 없을때면 진여선사의 그림자가 호수에 거꾸로 비껴 붉은 벽, 기와, 전당누각(殿堂樓閣)이 선명하게 보인다. 공중에서 내려다 보면 산의 모양은 연꽃, 중앙은 연꽃 화심을 방불케 한다.

명월호를 지나고 호수뒤 스님들이 농사짓는 백무가량 되는 경작지를 지나면 이 절의 제2대 고승이 직접 심었다는, 지금까지 1100여년의 수령을 가진 은행나무가 보인다. 더 안으로 들어가 대전(大殿) 몇 개를 지나면서는 어느 정도 실망을 하게 된다. 그것은 절의 규모도 크지 않고 건축물도 큰 특색이 없고 다만 구름향이 감돌뿐 다른 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만나는 스님들은 몸에서 담담한 향기를 풍기며 평화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신도들은 삼삼오오 뜰안에 앉아 조용한 미소를 짓는다.

앞뜰을 다 돌고나니 실망이 더 커졌다. 이 곳이 정말로 허운(虛云)스님, 성복(性福) 큰 스님, 해등(海燈) 법사, 일성(一誠)법사를 만든 진여선사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에 시골음식을 먹었다. 산나물과 자체로 심은 야채로 만든 음식인데 요리법도 그닥지 않았고 단, 산나물 특유한 향이 가득해 우리는 저도 모르게 만 포식을 하였다.   (사진:시원한 운거산의 내물)

오후에 선경이라고 불리우는 백화곡(百花谷)을 보았다. 선경이라고 하기는 과대평가인것 같고 단, 돌계단을 따라 폭포가의 푸른 백화계(溪) 언덕을 걷노라니 속세에 물젖지 않은 세상을 거니는듯 하였다. 앵두꽃, 두견꽃, 박달목서의 꽃, 홍매 등이 담담한 향을 풍기며 피어있고 차나무들은 그 나름대도 차의 향기를 풍기였고 그 속에서 가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돌위에는 경문(經文)이 새겨져 있었다. 진여선사의 어느 스님이 돌위에 경문을 새겼는지는 모르지만 바람이 돌위를 스쳐지나고 비가 내릴때면 경문은 바람과 비에 한번씩 읽히군 하였다. 그리고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돌 계단에는 이끼가 끼여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계단을 따라 가면 다섯갈래의 물이 날아내려 자연적으로 형성된 다섯개의 폭포를 만든것이 보인다. 폭포는 또 차례로 여러개의 담소를 만드는데 수풀속에 만들어진 첫번째 담소는 선인들이 목욕하고 노는 곳을 방불케 해서 이름을 선녀욕분(仙女浴盆)이라 하고 찬 한기를 풍기며 노한듯 포효하는 다섯번째 담소는 이름을 화룡과(火龍鍋)라 한다. 담소를 흘러지난 물은 다시 암석을 날아내려 백화곡 최대의 낙차 80m의 폭포를 만드는데 날아내리는 모양이 우아하고 기세도 있어서 친구들은 너도나도 기념촬영을 하기에 정신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실망하는 마음이 여전하여 또 한번 헛 걸음이라고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거산은 나의 상상처럼 그렇게 수려한것도 아니고 절도 내 마음속의 절이 아니였다.

S형의 산길을 따라 산을 내리면서야 나는 내가 틀린 생각을 하였음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가본 명산대천의 절들은 크기는 크지만 이미 상업화가 되었고 이름은 유명하지만 벌써 세속화되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여 불교의 많은 곳들은 잘못 인정되어 소수 사람들이 돈을 버는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진여선사는 줄곧 자체로 농사지으면서 선행을 이어왔다.

나는 "총애와 모욕에도 놀라지 않고 뜰앞의 피고 지는 꽃을 한가롭게 바라보네. 가고 오는데 의식하지 않고 떠 다니는 구름따라 오가네"라는 불교의 기교를 알게 되었다. 운거산이라는 이런 환경속에서만이 이런 절이 있을수 있고 순박한 경치와 심플한 절에서만이 세상의 큰 지혜를 얻을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불교에 말하기를 "말할수 없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나는 스님들의 몸에서 풍기는 담담한 향기와 신도들의 얼굴에 피어있는 조용한 미소를 읽게 되었고 그로부터 진정한 운거산을 느끼게 되었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