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는 것, 오래동안 도시에 산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다 이런 아름다운 꿈을 가지기 마련이다. 태항(太行)대 협곡을 보고나서 나는 처음으로 뼈속에서부터 천지인(天地人) 합일의 거대한 미학적 감수를 느끼게 되었다.

태항 대협곡은 산서(山西)성과 하북(河北)성, 하남(河南)성 3성 접경지대의 림주(林州)시 석판암(石板岩)경내에 위치해 있다. 협곡의 길이는 45km, 자연경관 위주로 활공관광을 특색으로 하는 국가급 풍경명승구이다.

자동차가 산으로 들어가자 아아한 뭇 산봉이 우리앞으로 달려와 아찔한 절벽을 보여주고 기이한 돌들이 서로의 모습을 자랑하였다. 우리의 자동차는 산길을 따라 달리면서 산 굽이를 몇 개 돌았는지 모른다. 우리가 예약된 숙소에 도착했을때는 벌써 황혼이 진 뒤였다. 창밖에는 바로 높은 산이 버티고 있고 울창한 수림은 괴물을 연상케 하는데 창을 여니 시원한 산 바람이 불어와 너무 시원하였다.

이튿날 우리는 안개를 밟으며 출발하였다. 굽이진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피곤이 가셔지고 저도 모르게 흥이 났다. 길가 암석을 뚫고 자라난 들꽃과 들풀은 암석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몸을 굽혀 저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깊이를 알수 없는 낭떠러지에 현기증이 돌 정도였다.

한 시간남짓이 걸어서 우리는 화하(華夏)제일 폭포로 불리우는 도화담(桃花潭)폭포에 이르렀다. 폭포앞에 다가서기도 전에 시원한 물기가 다가오면서 시원함과 향기를 풍기고 자욱한 운무를 형성하였다. 폭포 더 가까이 다가서서 폭포를 바라보니 폭포는 흰 명주마냥 날리는 기억속에서 머나먼 공간을 날으는듯 하였다. 폭포의 발 아래는 푸르고 밝은 담소인데 담에서 넘어나는 물이 유유히 흐르면서 찬란한 해빛과 미소를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흐르는 시내물과 함께 웃고 떠들며 걸었다. 시내물을 따라 산 허리에 이르니 네 댓명의 시골 아가씨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자연과 인류가 하나로 융합되어 산천의 한 부분이 되어 아름다운 화폭을 그리고 있었다. 그들은 암석에 옷을 올려놓고 방치로 두드리며 빨래를 했는데 오염때문에 화학물질을 쓰지 않았다. 하여 이 곳의 모든것은 정갈했다. 정갈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샘물가의 풀 한포기도, 암석에 뿌리내린 소나무 한 그루도…그들은 행복하였다. 머리위에 자유로운 흰 구름을 이고 협곡의 싱그러운 원시적 냄새를 맡으며 자연의 속삭임을 들으니 말이다.

비룡협(飛龍峽) 협곡입구에 날아갈듯한 용을 새긴 패방이 있었다. 시원한 산 비가 내린 뒤 시내물은 비룡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또 한번 반란을 시도하여 폭포를 만든다. 우리는 폭포 옆 절벽의 길에 올라섰다. 암석길은 아주 좁아 한 사람만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경이로운 심정으로 암석에 몸을 바싹 붙이고 서니 암석에서 스며나오는 물방울을 감지할수 있어 몸이 오싹 떨리는 한기를 느꼈다. 피부에 닿은 암석을 만지면 영혼이 순식간에 융화된 듯 생명과 자연의 부?침만 감지해 그로부터 정신의 연연함과 진동에 인간이 이토록 자연과 가까이 할수 있다는것에 저로 모르게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자연속에 서면 이 곳에서 시적인 감도 느끼고 야성(野性)도 느끼게 된다. 대 협곡의 높은 곳에 서서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저도 모르게 날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날아옌다는것은 환상에서 오는것인데 이 곳에서 사람들은 이런 환상에 이유를 달아준다.

우리는 또 "태항지혼(魂)"으로 불리우는 왕상암(王相岩)에 이르렀다. 역대의 문인들이 이 왕상암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우리가 이르는 곳 마다 순박한 촌민들이 우리에게 현지의 역사와 신화전설을 이야기해주었다. 왕상암의 높은 곳에 서서 저 멀리 바라보면 발 아래 보이는 뭇 산봉이 심히 장관이고 웅위로운 대협곡이 다 보여 광활함과 웅위로움을 느껴 "뜻은 세상에 있고 사색은 저 멀리 간다"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왕상암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보고 짙은 시골의 정과 순박한 민속도 감지하였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미학적 감수와 유사한 정감을 체현하게 되었다.

태양이 마지막 찬란한 빛을 남기고 산 저쪽으로 넘어가서야 우리는 마지못해 발걸음을 떼였다. 내가 함께 간 친구들을 돌아보니 그들의 눈에 아름다운 감성의 빛이 어려있었다. 내 마음에도 유유히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태항 대협곡 일각)

(태항 대 협곡의 안개)

(태항 대협곡의 폭포)

(태항 대협곡 암석의 길)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