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사회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사: 이 노래는　안휘성을　주요　무대로　하는　황매극（黃梅劇）의 <천선배 (天仙配)>가　아닙니까?

기: 네. 그렇습니다. 천선배는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다 아는 스토리를 엮은 노래로 중국판 "선녀와 나뭇군"이라고 할수 있지요.

사: 그럼 오늘은 안휘성으로 갈 예정입니까? 안휘성 하면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명소가 중국명산의 하나인 황산(黃山)인데요.

기: 황산은 모양이 아름다운 소나무, 구름 바다, 수려한 폭포 등으로 유명한 산인데요. 오늘은 황산으로 가지 않고 황산 기슭의 이현으로 가서 그 곳의 민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 황산 기슭의 이현이요?

기: 네. 한자로 왼쪽에는 검을 흑(黑), 오른쪽에 많을 다(多)로 만들어진 검을 이(黑多)자입니다.

사: 이현이라고 한데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 의미가 있는건 아니고, 과거에 황산을 이산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황산기슭에 위치한 현이라 이름을 이현이라고 하는데요, 이 이현에는 지금까지 완전하게 보전된 고대 민가 3600여 곳이 있습니다.

사: 고대 민가 3600여곳이요? 중국에서 민가가 가장 집중된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기: 그렇습니다. 청산녹수속의 이 현에 들어서면 흰 담벽, 청기와의 고대 민가들이 청신하고 우아한 운치를 자랑합니다.

사: 그런데 이 곳에 이렇게 많은 민가들이 지금까지 완전하게 보전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할수 있죠?

기: 그 이유를 이현에서 나서 이현에서 자란 장위봉(張衛峰)씨의 말로 보겠습니다.

(음향 1 말)

기: 장위봉씨는 산이 많은 이현이 역사적으로 교통이 페쇄되어 예로부터 전쟁의 파괴를 입지 못했다고 하면서 때문에 이현의 고대 민가는 이렇게 완전하게 보전되었다고 했습니다.

사: 이현이 황산의 오지에 위치한 지리적 원인으로, 불편한 교통때문에 고대민가가 보전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이현의 이런 민가들의 역사는 어느정도 됩니까?

기: 네. 지금으로부터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중국 청나라와 명나라때 민가인데 민가의 구도가 교묘하고 장식이 정교한것이 특점입니다.

사: 3600여곳의 민가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곳을 다 볼수는 없고 가장 대표적인 민가를 보려면 어떤 곳을 선택하면 되겠습니까?

기: 전형적인 중국고대 마을로는 서대촌과 굉촌을 들수 있는데 이 두 마을은 "중국 명청민가 박물관'의 미명을 가지고 2000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사: 서대촌과 굉촌, 그럼 먼저 서대촌으로 가볼가요?

(음향 2 노래)

(서대촌입구의 패방)

기: 서대촌은 6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마을입니다. 100년세월이 여섯번 흘러 상전이 벽해되어도 이 곳에는 백여가구의 고대 민가가 그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모여 있습니다.

사: 100여가구의 고대 민가가 집중되어 있으니까 참으로 장관이겠습니다.

기: 네. 공중에서 보면 마을이 선박모양을 이루는데 120여채의 민가가 그 선박의 많은 방을 연상케 합니다.

사: 민가의 구도가 참으로 교묘합니다.

기: 그렇습니다. 가이드 이화(李樺)씨의 소개를 들어볼가요?

(음향 3 말)

기: 이화씨는 줄지은 건물들이 거대한 선체를 연상게 하고 마을 주변의 농경지가 마을을 안고 있어 서대촌은 거대한 선박이 조용한 항구에 멎은듯한 감을 준다고 했습니다.

사: 조용한 항구에 멎은 거대한 선박, 말만 들어도 서대촌의 모양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기: 그리고 골목, 시내물이 민가와 유기적으로 접목되어 조화를 이루기도 합니다.

사: 이 서대촌에도 민가 120여채가 있는데 그 120여채를 다 볼수도 없지 않습니까? 이 서대촌에서 대표적인 민가로는 어떤 곳을 들수 있습니까?

기: 네. 이 서대촌에서 한번 볼만한 것은 수놓이 건물입니다. 처마가 날아갈듯 하고 누각이 높이 서서 무대를 방불케 합니다. 그리고 이 곳은 또한 부자집 따님들이 수놓이 공을 던져 남편감을 고르던 곳이기도 합니다.

사: 중국영화에서 늘 볼수 있는 장면인데요, 무대위의 부자집 따님이 무대 아래에 모인 많은 인파속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이쁜 수놓이 공을 던져 사랑의 마음을 표시하는 일종의 전통이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지요?

기: 네, 21세기의 지금은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지요. 하지만 이 곳에서는 과거의 그런 장면을 다시 보여줍니다. 한번 보시죠.

(음향 4 노래)

기: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이런 음악속에서 붉은 고대 의상을 차려입은 시녀가 가벼운 걸음으로 휘장속을 걸어나와 의식의 서막을 엽니다.

사: 부자집 따님에게 상황보고를 하기 위해서겠지요.

기: 잘 맞추었습니다. 이 시녀가 상황을 보고한 후 조금 지나면 역시 고대의상을 차려입은 주인공 여자가 수줍어 하면서 걸어나옵니다. 그 여자는 긴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소매사이로 무대아래를 번개같이 스쳐보고는 휘장뒤로 들어갑니다.

사: 과거에 중국의 여성, 특히 시집가지 않은 처녀는 외간남자를 마음대로 만날수 없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번개같이 보고 어떻게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고를수 있겠습니까?

기: 네. 그래서 조금 지나면 그 여자가 다시 나와 무대아래를 지켜보다가 수놓이 공을 던지려고 폼을 잡다가는 멈춥니다.

사: 인생의 반려를 선택하는데 그렇게 쉽게 고를수 없지요.

기: 그러기를 몇 번 하다가 끝내는 공을 던지는데 그 공을 잡은 남성은 무대위의 여성과 결혼하는것이 아니라 기념사진을 찍는데 그칩니다.

사: 네. 과거의 혼인방식이 이제는 관광종목으로 되었군요. 이 종목이 관광객, 특히 남성 관광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을것 같은데요.

기: 그렇습니다. 또 과거 그런 장면이 정말로 벌어졌던 고대 민가에서 재현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북방의 관광객 왕도씨는 서대촌에서는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음향 5 말)

기: 왕도씨는 이 곳의 민가는 구도가 교묘하고 소박하고 대범하다고 했습니다.

사: 그 속을 거닐면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가지는 서대촌, 그밖에 굉촌이 있다고 했지요?

기: 네, 굉촌으로 갑니다.

(음향 6 노래)

(그림같은 굉촌)

기: 굉촌은 서대촌에서 20키로미터도 되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서대촌이 거대한 선박모양이라면 굉촌은 거대한 소모양입니다.

사: 소모양이요?

기: 네. 큰 소 한마리가 청산녹수속에 누워 한 숨 쉬고 있는 모양입니다. 멀리서 굉촌을 바라보면 산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마을에는 맑은 시내물이 졸졸 흐릅니다.

사: 서대촌에 비해 굉촌의 특점은 어떤것이라고 할수 있겠습니까?

기: 굉촌의 특점은 마을을 흐르는 시내물과 연관됩니다. 마을의 대다수 민가들속을 시내물이 흘러 "보이는 시내물은 문앞을 흐르고 보이지 않은 시내물은 마루밑을 흐르는"경관을 형성합니다.

사: 아름다운 그림을 연상케 하는 굉촌입니다. 이 마을의 대표적인 민가로는?

기: 네. 150여년전에 세워진 승지당(承志堂)입니다. 이 건물은 그 때 소금업자의 저택인데 건평이 3천평방미터나 되고 특히 나무조각이 유명하고 호화로움으로 이름높습니다. 그래서 승지당은 민간고궁이라는 미명도 가집니다.

사: 민간의 고궁, 베이징의 황궁인 자금성과 비할수 있다는 말인데요. 구조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까?

기: 네. 비슷합니다. 앞쪽이 가장 대표적인데 중앙에 있는 문은 큰 희사가 있을때거나 혹은 중요한 손님이 올때만 문을 열고 일반 손님들은 곁에 있는 문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건물의 또 다른 특점은 일반 손님들이 드나드는 문 위에 상업 상(商)자를 새긴것입니다.

사: 상이라는 글자를 문위에 새긴다. 이 집 주인이 소금장사를 한 사람이이기 때문이라고 이해되기는 하지만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습니까?

기: 네. 가이드 이화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음향 7 말)

기: 이화씨는 고대에 장사는 9대 업종에도 속하지 못하는 비천한 직업으로 보여졌다고 하면서 이에 불만을 느낀 승지당의 주인이 문위에 상자라는 글자를 새김으로써 이 문을 드나드는 일반 손님들은 누구나 상인의 발밑으로 지난다는 의미를 보여주었다고 했습니다.

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했지만 과거에는 비천한 직업으로 인정된 것들이 적지 않았지요. 조선이나 한국에서는 백정이 그러했구요. 그런데 후에는 상황이 변했지요, 중국에서 상인들의 위상도 많이 제고되었구요.

기: 그렇습니다. 기원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현지 상인들의 힘이 막강했습니다. 그래서 남자애들은 나이가 열 서네살 정도 되면 모두 외출해서 장사를 했고 그 때 이 곳에는 점포들이 즐비해 흥겨운 장면을 연출했다고 합니다.

사: 장사가 흥성해야 부가 돌면서 사회의 번영을 촉진하게 되지 않습니까?

기: 그런데도 과거에는 장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되어 돈을 번 부자들이 마지막에는 관리직을 가지는것이 꿈이였습니다.

사: 그래서 승지당의 주인이 중요한 손님이 드나드는 문위에는 상(商)자를 새기지 않고 일반 손님들이 드나드는 문위에만 글자를 새겨넣었군요. 네, 오늘 두터운 문화적 함의가 있는 좋은 민가들을 소개하셨습니다.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서 기회가 되시면 황산의 아름다움을 구경하고 또 황산기슭의 민가에서 과거로 돌아가 그 문화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기: 특별한 좋은 시간 되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이 곳만의 음악으로 오늘을 줄일가요?

(음향 4 노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