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곧 "하늘은 푸르고 들은 망망하며 바람이 불고 소와 양떼 흐르는" 풍경은 먼 서역땅의 특허품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 천고에 유전된 시와 그림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운몽 산정에서 나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때 나는 놀라움과 망연감을 금할수 없었다. 운몽초원의 비범함 때문이 아니라 언제가 만난듯한 그 느낌과 독특함, 신기로움 때문이였다.

이곳은 운몽산 동쪽에서 해발 5백미터 되는 산세가 평평한 곳이다. 가을이 가고 봄이 오며 한 해 또 한해 거듭되면서 수천만년의 세월을 거치며 온 산에는 허리를 치는 풀들이 자라났다. 이런 풀밭은 대자연의 품속에서 둘레 28킬로미터 되는 독특한 "공중초원"을 이루었다. 멀리 바라보면 가을바람에 풀들이 파도처럼 설레이고, 멀리 운무에 가리운 산이 어렴풋이 보인다. 몽골포는 흰점마냥 여기저기 널려있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싱싱한 풀과 꽃들이 향기를 뿜고, 귀를 기울이면 산바람속에 들벌레의 울음소리가 귀맛을 당긴다. 풀밭에는 혹간씩 괴석이 서있다. 저녁노을속에서 이런 괴석은 넓고 조용한 초원에 야성적인 미를 더해준다.

갑자기 등뒤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린다. 청춘 남녀들이 말을 달려 오는데, 손을 한번 휙 저어 보이고는 웃음소리와 함께 저 멀리 사라진다. 달리는 말은 가을의 초원 풍경에 활발한 분위기를 돋구어 준다.

"도원"이라고 이름한 풀밭 비탈을 따라 걸어가노라면 길 양켠에는 "귀곡자"의 14편으로 명명한 14채의 정자가 나선다. 정자는 고풍스럽고 운치로 넘친다. 태양동 서쪽켠에는 대형 한백옥 암벽석각이 우뚝 서있으며 "귀곡자" 병서의 전문이 새겨져있다. 전한데 의하면 이곳은 일찍 종횡가의 선조인 귀곡자가 군사를 조련하고 병법을 연마하던 곳이라고 한다. 당시 귀곡자는 풀을 베어 말로 삼았고, 콩을 뿌려 군사로 삼아 팔괘진, 반룡진 등을 생각해냈다. 손빈, 방견, 소진, 장의 등 춘추전국시기의 기이한 인재들은 모두 이곳에서 귀곡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학업을 이룬후 천군만마를 거느렸거나 재상으로 있었으며 역사기문을 엮어냈다.

초원 동쪽의 거석 위에 서서 굽어보니 초원이 한눈에 안겨왔다. 실로 천지의 조화는 놀랍기 그지없다. 독특한 변강 풍경속에는 오랜 역사가 숨겨져 있었다. 나는 또 방불히 무수한 깃발이 날리는 조련장에 몸을 둔듯 했다. 지모가 뛰어난 귀곡자를 보는 듯 했고, 손빈과 방견의 싸움을 보는듯 했으며 소진과 장의의 합종 연횡을 보는듯 했다.

옛 사람들은 역사속에 사라졌지만 그들의 호매로운 장거는 이 세상에 남아있다. 간사한 무리들은 사람들의 질투를 받고 나중에 비바람속에서 사라져갔으며, 충성스럽과 관후한 지사들은 한 세대 또 한세대의 숭배를 받고 있다. 그들은 천지간에 승화되어 역사에 길이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