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제2외국어대학 4학년 요화학생

  여러분, 한국 영화 중 에서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를 보셨어요? 저는 대학 입학 전에 그 영화를 봤는데요. 영화내내 여주인공 전지현이 남자친구를 때릴 때마다 하던 그말 기억하시나요? 바로 "죽을래"라는 말이었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내내 그 뜻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랄까요~! 어느새 이 한마디가 제 마음 속에 한국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배운지 벌써 3년 가까이 되어 갑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어만이 가진 독특한 묘미는 아마도 한국어를 접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러한 묘미는 일상생활 중에서도 곧잘 발견되곤 합니다. 어느날 제가 학교 안을 걷고 있는데 마침 한국인 몇명이 제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한국어를 갓 배우기 시작한 그 당시, 한국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저는 "무슨 이야기를 하나"하고 유심히 들어보았더니 대부분의 표현에 "우리"라는 말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예를들면, 우리 엄마, 우리 학교, 우리 오빠 등 입니다. 저는 문득 "우리 남편이라고도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절대 "우리 남편"이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 여자들은 자신의 남편을 "우리 남편"이라고 부르다니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친한 한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한국인들이 "나"보다 "우리"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오랜 농경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동고동락하는, 즉?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는 공동체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속에 묶여있는 사람들은 구태여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 입니다. 이렇다 보니 한국사람들이 말하는 "우리 남편"처럼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생활문화가 담겨져 있는 듯합니다.

"칼국수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어느 날 저는 "칼국수 대통령" 이라는 말을 듣고 "이말이 무슨 뜻일까"하는 궁금증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칼국수와 대통령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알고보니 이 말은 바로 한국의 이전 김영삼 대통령을 두고 이르는 말 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그를 "칼국수 대통령" 이라고 친근하게 불렀습니다. 당시 한국의 경제는 불경기여서 김 대통령은 국내내빈뿐만 아니라 국외외빈을 초대할 때에도 곧잘 칼국수를 대접했다고 합니다. "칼국수"접대는 접대비 지출을 줄여 국가경제에 도움이되고, 또한 국민들에게도 몸소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대통령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국민들로 부터 "칼국수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칼국수"가 대표하는 "간소화 정신"이 저에게는 참으로 인상적이 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이 언어라는 것은 마력이 있나 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한국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저의 세계관이 한층 더 넓어졌으니 말입니다.

지금 중국에는 한류열풍이 불고 있고, 그 열풍은 역으로 한국에서의 "중국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으로서, 그 어느 중국인보다 그 열풍이 가져다주는 문화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문화 혜택 안에서 우리는 때론 중한문화교류 안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잊곤 합니다. 중한문화교류의 가장 밑받침인 언어 교류에 있어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 입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를 단련하여 새로운 중한 문화교류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