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노자의 화상)

중국 고대의 철학자이며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는 초(楚)나라 고현(苦縣)에서 태어났다. 노자는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주(周)나라의 수장실사(守藏室史) 지금 말로 장서실의 관리인으로 있었다. 노자는 주나라의 쇠퇴를 한탄하고 은퇴할 것을 결심한 후 서쪽을 바라고 길을 떠났는데 도중 관문지기의 요청으로 상하(上下) 2편의 책을 써 주었다고 한다. 이것을 《노자》라고 하며 《도덕경(道德經)》이라고도 하는데, 도가사상을 진술한 첫 저서로 전해내려 오고 있다.

노자는 도(道)의 개념을 철학사상 처음으로 제기하였으며, 이 도는 천지만물 뿐만 아니라 상제(上帝)보다도 앞서 존재한다고 했다. 노자의 도가 사상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도는 형상과 소리가 없어서 경험할 수도 없고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기에 그것은 무(無)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지만물은 도가 있기에 존재하고 생성 소멸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무가 아니라 유(有)다. 천지만물과 달리 도는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실체이다.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한다는 면에서 보면 그것은 '자연(自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것도 간섭·지배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보면 그것은 무위(無爲)하다고 할 수 있다. 통치자가 만약 이러한 무위자연을 본받아 백성들을 간섭, 지배하지 않고 그들의 자발성에 맡긴다면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게 될것이다. 노자의 도가사상에 의하면 일체 사물·사건들은 그들 자신과 상반하는 대립자들을 지니고 있다. 유(有)가 있으면 무(無)가 있고 앞이 있으면 뒤가 있듯이 이들 대립자들은 서로 전화된다. 화는 복이 되고 흥성한 것은 종국에는 멸망하는 이러한 대립전화(對立轉化)의 법칙을 알고 유(柔)를 지키면 강(剛)을 이길 수 있다고 노자는 주장했다. 이 주장을 일컬어 귀유(貴柔)사상이라고 한다.

노자사상은 열자(列子)와 장자(莊子)에 의해 계승되었다고 한다. 노자사상은 한(漢)나라 초기에 성행하였던 황노(黃老)사상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한고조(漢高祖)는 오랜 전란에 시달려온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파괴된 생산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노자의 무위자연사상을 정치이념으로 삼았다. 동한(東漢) 말엽에 도교를 창도한 장도릉(張道陵)이 노자를 교조(敎祖)로 추대하고 노자오천문(老子五千文)을 신도들이 외우고 익혀야 할 경전으로 받들어 노자사상은 도교의 교리가 되었다. 위진시대(魏晉時代)에 하안(何晏)이 도덕론을 짓고 왕필(王弼)이 노자주(老子注)를 저술함으로써 노자사상은 위진 현학의 기본사상이 되였다.

노자의 사상은 <도>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의 학파를 도가, 그의 학문을 도학이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유가에서 말하는 도와 도가의 도는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다. 유가에서 말하는 <도>란 간단히 말하면 사람이 올바로 살아나가고 세상을 옳게 다스릴 수 있는 올바른 <도리> 또는 <진리> 같은것이다. 그러나 노자가 말하는 <도>는 우주와 만물의 근원이 되는 것이며, 또 우주와 만물이 존재하고 변화하는 섭리가 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 <도>는 사람의 지각으로서는 인지할 수도 없고, 또 사람의 지혜로서는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어떤 물건이 혼돈히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하늘과 땅의 생성보다도 앞서 있었다.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형체도 없지마는 홀로 존재하여 변화하지 않고 모든 것에 두루 행하여지면서도 위태롭지 않으니, 천하의 모체라 할만한 것이다. 나는 그 이름을 알지 못하므로 그것을 <도>라고 이름하였고, 그것을 대라고 부르기로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춘추시대에 발생한 노자의 사상은 전국시대에 이르러 장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와 그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이른바 도가가 형성되었다. 전국시대 말엽에 이르러 도가사상은 유가사상 다음 가는 가장 유력하고도 보편적인 한 학파로 발전했다.

(번역,편집: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