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래산)

모두들 "이 산에 서면 저 산이 높아 보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태산에 오르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태산이 "높은 산 하나가 낮은 뭇산을 내려다 보는" 기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태산정상에 서서 ?은 구절은 "저물어 가는 해빛이 성곽을 비추니 문수(汶水)와 조래 그림같도다"였다. 나는 태산을 보고나서도 조래를 가까이 해 황혼속에 조래의 수림속을 걸었다.

중군장(中軍帳)은 나를 사색에 빠뜨리는 곳이다. 풍수를 모르는 나지만 중군장이 조래산에서 풍수가 좋은 곳이라고 나는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큰 암석이 어떻게 불상의 모양을 하고 있겠는가? 그 소나무 세 그루는 또 어떻게 오랜 세월의 풍상고초를 겪고도 그토록 푸르고 잎이 무성할수 있겠는가? 또 오왕(吳王)은 왜서 제(濟)를 침략할때 이 곳을 중군으로 택하였겠는가? 강희(康熙)제때는 또 왜서 이 곳에 삼청전(三淸殿)을 세웠겠는가?            (사진설명:조래산의 벼랑)

소나무, 측백나무, 떡갈나무, 홰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이 한데 어울리고 대불암(大佛岩)은 산이고 산은 불상이다. 산은 마음 넓고 몸집이 풍만하고 "큰 배에 천하의 어려운 일을 다 담는"미륵불이다. 이런 불상을 함께 하고도 왜 절을 세우지 않고 삼청전이라는 도교 암자를 지었을까? 생각해보면 우연만이 아니다. 불상이 이미 이곳에 있는데 왜 덧 없는 짓을 해서 절을 세우겠는가? 도교에게 자리를 남겨주어 함께 사이좋게 지내는것이 불교의 아량과 포용을 더 잘 보여주는데 말이다.

"조래의 소나무, 신보의 측백이라"는 말이 있다. 시경(詩經)에 벌써 조래산의 소나무가 규모를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소나무가 오늘까지 살아온 것은 드물다. 조래산의 동쪽 광화사(光華寺)에 태산 옥천사(玉泉寺)의 소나무와 똑 같은 일무송(一畝松)이 있는데 가지가 넓어 땅 몇 무를 덮고도 고독해 보인다. 자하동(紫霞洞)곁의 소나무는 1950년대에 벌써 잘리워 집을 짓는데 사용되고 지금은 큰 나무 그루만 외롭게 남아 몸을 도사리고 있다.

중군장의 소나무가 몇백겁을 거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것은 정말로 기적이라 할수 있다. 문에 들어서면 보이는것은 영객송(迎客松)이고 대불암앞의 두 그루 소나무는 용풍송(龍風松)이다. 영객송은 산문앞에 홀로 서서 시원하고 편안하게 높이 솟아 있고 용풍송은 두 그루 나무가 서로 연결되어 구불구불 무상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세그루 소나무는 하나같이 푸르러 소나무 진에서까지 푸른 물이 떨어지는듯 하다.

태평정(太平頂)은 내가 가끔 톺는 곳이다. 조래산의 정상이 태평정인데 해발이 1027미터이다. 산정은 농구장만한 평지인데 TV 송신탑외에 별로 눈에 띄는것이 없다. 사람을 흡인하는것이라면 인생길처럼 경치가 추구하는 목표에 있는것이 아니라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 있다는것을 등반과정을 통해 알려주는것이다.   (사진설명:조래산의 물)

태평정의 동쪽과 서쪽, 남쪽은 모두 아찔한 기암절벽으로 내려다 보면 바위가 공중에 떠 있어서 가슴이 떨린다. 도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거대한 돌이 길을 막고 있고 산길은 암석을 에돌아 원을 만든다. 암석은 혹은 공중을 나는듯 혹은 땅을 차고 하늘을 찌르는듯 하다. 사랑하는 연인이 키스하는듯 정이 흘러넘치는 바위, 옥새가 공중에 떠 있는듯 우려를 자아내는 바위, 깊은 바다를 거니는 거북이와 같은 바위, 노한 호랑이가 하늘로 솟아 오르는듯한 바위, 여와가 돌로 하늘을 깁는듯한 바위…들이 있다.            (사진:조래산의 소나무)

청(淸)조의 명인 조국린(趙國麟)은 이런 말을 남겼다. "태산은 암암(岩岩)하어 바위가 숨어 보이지 않고 조래는 아아(峨峨)하어 태산의 갈래지만 바위로 유명하다". 조래산은 높이에서는 태산에 뒤졌지만 조래산의 바위는 태산이 닿을수 없는 경치를 만든다. 조래산은 이처럼 자신의 풍격을 가졌기 때문에 태산의 기슭에 있으면서도 머리를 쳐들고 태연한 자세로 유지할수 있는 것이다.

추천가(秋千架)-그네터는 내가 늘 그리는 곳이다. 차를 타고 조래산을 오르면 산길이 멀게만 느껴지고 양켠에 수목이 무성하지만 산세가 급하게 오르내린다. 그래서 조금만 주의하지 못하면 그 경관이 금방 곁을 스쳐간다. 그 중 추천가는 꼭 보아야 할 괜찮은 명소이다. 송곳모양의 산봉이 나란히 있는데 비래석(飛來石) 몇개가 송곳 정상에 추천가-그네터를 만들었다. 이 그네는 선인만이 탈수 있는것이라 한다. 전하는데 의하면 태산의 여신 벽하원군(碧霞元君)이 상서로운 구름이 감도는 날에 바로 이 곳에서 그네를 타고 발을 굴러 태산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석양이 비낄때면 나는 소나무숲을 지나 추천가의 뒤에서 일몰을 본다. 연연한 뭇 산 아래로 문하(汶河)가 흐르고 호수는 거울을 방불케 하는데 지는 석양아래 온통 금빛으로 반짝인다. 하늘가에는 비단띠와 같은 노을이 비껴 있는데 태양이 그 노을뒤에서 뛰쳐나와 붉어진 얼굴을 몇분간 보이다가 그네를 뛰는것 처럼 구름속에 다시 몸을 감추고 더는 종적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의 장막이 내려 산을 내리니 반달이 추천가의 푸른 산공에 걸려 있고 그 바로 곁에 커다란 별 하나가 동무해 있다. 어둠을 어깨에 걸치고 매 한 마리가 저 멀리서 날아오는데 하루의 일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듯 하다. 그 때 태안(泰安)시의 집집마다에 등불이 밝혀진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