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눈)

엄동에 북국의 산속에서 눈을 밟아 보는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산밖에서는 바람불고 눈내려 하늘땅이 얼어붙고 떨어지는 물음 금방 얼음으로 되고 내뿜는 입김은 금방 서리로 변한다. 야수도 굴로 돌아가고 새는 그림자도 없고 행인은 더욱 보기 힘들다. 산 아래 평야는 끝간데 없고 하늘가까지 눈이 덮여 있다. 눈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눈을 휘몰아 가지고 다가와 얼굴을 때리는데 그 아픔이 뜨겁게 안겨온다.

일때문에 집문을 나선 사람들은 머리에 방한모자를 쓰고 몸에는 두터운 가죽옷을 입고 발에는 큰 군용솜신발을 신었다. 이렇게 전폭무장을 했는데도 추위를 막을수 없어 손과 발이 지각을 잃고 얼굴도 굳어져 있다.

하지만 일단 산속에 들어서면 바람이 멎은듯 없어지고 수풀만 무성하다. 망망한 수풀이 바람에 설레는 소리는 여전히 귀가에 들려오는데 한기는 조금도 느낄수 없다. 그 때면 모자를 벗고 가벼운 걸음을 옮길수 있다. 산밖과 산속의 기온차는 10도정도여서 사람들은 산속에 들어서면 산림의 두터운 사랑,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산속의 눈은 티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으로 편안히 누워있다. 마치 주름 하나 없는 흰 종이처럼… 그래서 모택동(毛澤東)의 말이 생각난다: …이 종이위에는 가장 새롭고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쓸수 있다…

(겨울의 산속)

산속의 눈은 청량한 봄날 아침의 바람처럼 정신이 버쩍 들게 하고 자신심을 더해준다. 태양이 수풀속으로 비쳐들면 눈의 표면에 무수한 별빛이 반짝이는듯 한데 그 수가 밤 하늘의 별보다 더 많고 찬란하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설경을 보게 된다. 절반 키 높이만한 나무는 두터운 눈 모자를 쓴듯 한데 눈모자의 모양이 천연 조각을 방불케 한다. 긴 용이 눈바닥에 엎디어 있어 발로 툭 건드렸더니 용이 아니라 눈에 덮힌 나무였다. 검은 돌이 눈속에서 우뚝 솟아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소리질렀다. 너 멧돼지냐? 곰이냐? 다시 보니 돌이어서 그만 웃고 말았다.

산속 깊은 곳에 토끼가 걸은 길이 나타났다. 노루 발자국도 보인다. 토끼의 발자국은 한 줄로 나타났는데 노루의 발자국은 선이 아니라 점이였고 두 점 사이의 거리가 1미터 정도였다. 그것은 노루가 산속을 산책한것이 아니라 나는듯 뛰어 갔음을 보여준다.

산속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눈 구덩이들이 보였다. 구덩이 바닥이 굳어 있고 땅 표면이 보이는것은 어제 저녁 야수가 자고간 자리이다. 구덩이 주변에는 어지러운 돼지 발자국이 보이고 이러저리 파낸 흔적이 보인다. 멧 돼지는 겨울에도 먹거리를 찾는다. 이 곳에는 상수리 나무와 호두나무가 있어 이런 열매들이 땅에 떨어진것을 멧 돼지가 눈속을 파헤치고 찾은것이다. 멧 돼지는 눈속을 파헤치고 먹거리를 찾아 배불리 먹은 다음 늘어지게 한 잠을 잔것이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먹거리를 찾으러 떠나갔다. 그 발자국을 보니 큰 발자국은 사발크기만 한데 멧 돼지의 무게가 400근은 족히 됨직하다. 그리고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마리인데 천천히 걸어간듯 여유가 있어 보였다.

(겨울의 노루)

눈속에는 사람의 발자국같은것이 보이기도 한다. 처음 산속에 들어온 사람들은 정말로 사람의 발자국으로 안다. 눈우에는 발가락과 발바닥, 발뒤축이 뚜렷하게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이 겨울에 신발을 벗고 눈위를 걸어다니겠는가? 사실 이 발자국은 곰 발자국이다. 곰은 겨울이면 때로 밖에 나와 먹이를 찾는데 그 때면 서서 걸어 사람이 걷는듯 하다. 그리고 목걸이처럼 한 줄로 뻗어간 발자국은 족제비가 쥐를 찾으러 다닌 발자국이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여러가지 동물의 발자국이 점점 더 많아져 조용한 눈의 평야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노루와 사슴과 같은 큰 동물들이 파놓은 잠 자리에서 동물은 없지만 여러가지 동물들이 눈속을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노니는것이 보이는듯 눈 나라의 자유가 느껴진다.

(눈내린 산속의 길)

완달산(完達山)의 낮은 짧디짧아 벌써 산속을 나와야 했다. 석양이 어느새 나무끝에 걸렸는데 산 밖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소리치며 불어댄다. 딱따구리가 이 나무 저 나무를 좇아다니며 탁탁 소리를 내 마치 나를 배웅하는듯 하고 명년에 다시 오라고 하는듯 하다.

산속을 나서니 바람이 갑자기 커지고 석양이 창백하게 비추었다. 바삐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했으나 한기를 막을수는 없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그래도 산속이 좋다"고 말이다. 산속의 눈이 좋고 산속의 수풀이 좋아 그어디서나 림해설원(林海雪原)의 특색을 자랑했다. 해마다 겨울이면 이 북국의 산속을 찾아 눈을 밟으면서 대 자연을 느끼고 눈의 따뜻함과 사랑을 새기리라 다짐하며 나는 숙소를 향해 걸었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