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산 일각)

당삼장이 서경을 구하러 서역에 가던 중, 화염산에서 길이 막혔다. 지나가던 한 장로에게 묻자 이렇게 답한다.

"이 곳 화염산은 춘추가 따로 없이 사시절 뜨겁습니다. 팔백리 화염이 펼쳐 있고 주위에는 풀 조차 살 수 없으며 설사 철갑옷으로 온 몸을 감싼다 할지라도 이 산을 넘으려면 타 녹고 맙니다."

이에 삼장법사는 대경실색하며 뒤로 물러서고 만다.

"서유기"에서 당삼장과 제자 일행 넷은 바로 이 곳에서 철선(鐵扇)공주, 우마（牛魔）왕으로부터 파초선(芭蕉扇)을 세번 빌리는 대목이 나온다.

현실중의 화염산은 천산산맥에서 뻗어나온 한갈래로 5,6천만년 전의 희말라야 조산운동시기에 형성되었다. 화염산은 신강위글족자치구 투루판 분지의 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백여킬로미터 뻗어 있고 너비가 10킬로미터 되며 해발이 5백여미터 된다. "산해경"에서는 이를 "염화의 산"으로 부르며 위글어로는 "커즈르타크"라 부르는데 붉은 산이란 뜻이다. 수당 시기에는 이를 "적석산"(赤石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여름철에 이 곳의 지표 기온은 섭씨 75도까지 치솟아 오르며 열기가 끓어번져 숨쉬기마저 힘들다.

화염산은 왜 이리 더울까?

이에 관해 여러가지 설법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서유기"의 저자 오승은이 책에서 쓴 것이다. 그는 화염산의 형성은 손오공이 천궁을 소란시킬 때 태상노군의 련단로(煉丹爐)에서 뛰쳐나오면서 불에 타고 있는 벽돌 몇개를 인간세상에 떨어뜨려 형성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전설일 따름이다.

다른 한가지 설법은, 화염산의 불은 지하 석탄층의 자연 연소로 형성된 것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이 화염산을 고찰할 때 역사적으로 일찍 이 지역에서 화염이 불탔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는 산체의 지하층에 석탄층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어떤 석탄층은 두께가 11미터나 되었는데 일찍 자연 연소했었다. 사서에도 화염산이 일찍 불바다였다는 기재가 있다. 왕연덕의 "고창행기"(高昌行記)에서는 "북정북산(즉 화염산) 산중에서 자주 운무가 아닌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화염이 이글거리기도 했는데 그 불빛에 짐승들도 벌겋게 보였다"고 했다.

신강 경내에서 석탄층의 자연 연소는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우룸치시에서 42킬로미터 떨어진 유황구 탄전에서 청나라 광서년간부터 "연기가 자오록했으며 갈라터진 바위틈 사이로 화염이 장기간 이글거렸다"고 했는데 이에 앞서 4년의 시간을 들여 2003년에야 박멸했다.

전설에서는 철선공주가 파초산을 사용해 불을 끄고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게 하는 등 49번이나 부채를 저어서야 화두를 완전히 박멸했다고 썼다.

하지만, 현실 중의 화염 박멸방법은 우선 불도저를 사용해 화염구역의 지면을 평탄하게 만든 뒤 화염구에 물을 주입한다. 그 온도가 섭씨 70도 좌우로 내려간 뒤 다시 착정기로 지하까지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반죽된 황토를 부어넣음으로써 화두와 공기와의 접촉을 끊는다. 마지막 절차는 지표에 황토를 두껍게 깔아 석탄층과 산소와의 접촉을 철저히 단절하는 것이다.

"현대 철선공주"인 신강탄전소방공정처는 일전에 가장 늦어서 2015년에 가면 신강 경내의 전부의 탄전 화재가 박멸될 것이라고 표시했다. 그때 가면 신강 경내에서 다시는 불타는 "화염산"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화염산 기슭에서 일하고 있는 석유노동자)

(화염산 지역 대부분 가옥의 절반은 지하에 묻혀있다)

(화염산 지역의 보기드문 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