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멀리서 본 량산)

주말이 되자 조금도 진정하지 못하는 우리 몇몇은 벌써부터 야외로 나가려도 몸을 들썩이다가 이번 주말에는 호남(湖南)의 량산(良山)을 목적지로 정했다.

호남성 소양신녕(邵陽新寧)현에 위치해 있는 량산은 광동(廣東)의 단하산(丹霞山)과 복건(福建)의 무이산(武夷山) 다음으로 세번째로 발견한 단하지모 경관이다. 지질을 전공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량산은 수백만년전에 내륙호였는데 지각의 운동으로 하여 붉은 모래의 단하지모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상전이 백해되는 이 변화에 끌려 량산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 보다도 나는 중국의 시인 애청(艾靑)이 쓴 "계림산수 천하제일이고, 량산산수 계림보다 나아"라는 시 때문이기도 하였다.

(사진:양산의 암석)

우리는 신녕현에서 자동차를 타고 신계(新桂)도로를 따라 달려 조금뒤에 우비채(牛鼻寨)에 이렀다. 성루의 모양으로 된 문앞에 서서 우비채를 올려다 보니 산세는 웅장하고 위엄이 있어 보이고 모양이 소의 코와 같은 붉은색의 거대한 암석이 하늘에 치솟아 있었다. 그래서 이름도 우비채라고 한다나…

량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순제(舜帝)가 벌써 말한적 있다. 전한데 의하면 순제가 남쪽으로 가다가 이 곳에 이르러 특별히 기이하고 수려하고 아름다운 산수를 보고 "이 산이 량호(良好)하니 량산(良山)이라 하리라"라고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이 산의 이름이 량산으로 되었음은 더 말할것도 없다.

문을 지나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데 보슬비가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도 우산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 일 평생에 이런 운무와 같은 보슬비를 몇번이나 맞아보겠는가? 이 곳의 공기는 필터링을 한 듯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것은 청신함뿐이어서 가능하다면 공기를 담아서 가지고 오고 싶었다.

(사진:양산을 흐르는 부이강)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암석벽을 기여 올라가니 정자하나가 있었다. 그 정자뒤의 암석을 돌아가니 "천하제일항(天下第一巷)"의 입구다. 많은 산을 올라보고 많은 이른바 "일선천(一線天)"을 보았지만 이 골목을 걸어보고서야 무엇이 진정한 일선천인지 알게 되었다. 마치 거대한 암석이 두 쪽으로 나뉘어 가운데 좁은 돌틈이 생긴것처럼 양쪽의 석벽은 0.3미터의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가장 넓은 곳도 0.8미터밖에 안되였다. 이런 좁은 돌 골목을 걷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을 좋게 해준다. 양쪽의 암석은 습윤하면서도 검고 암석에 두터운 이끼가 덮여 있었고 이끼에는 투명한 이슬이 맺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머리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푸르고 넓은 하늘이 푸른 선으로 변해 시내물같기도 하고 채색의 띠같기도 하였다. 골목은 산세를 따라 기복을 이루며 때로는 가파롭게 위로 올라가고 때로는 뉘연히 아래로 내려갔다. 골목의 양쪽에 석벽이 높고 길에 서 있었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사진:암석 사이의 길)

우리는 이 골목만이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는 신선의 창조물인줄 알았지만 가면 갈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경관이 더욱 많아졌다. 선인을 만나는 골목이라는 의미의 우선항(遇仙巷), 말발굽모양의 골목 마제항(馬蹄巷), 달을 잡는 계단이라는 의미의 골목 람월제(攬月梯) 등 명소를 보느라 우리는 정신이 없었다.

푸르고 맑은 부이강(扶夷江) 양안에는 기이한 산봉이 줄지어 있다. 이 강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머나먼 옛날에 부이라고 하는 처녀가 한 총각과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처녀의 부모가 억지로 그들을 헤어지게 하였다. 화김에 총각이 고향을 떠나자 처녀는 매일 산에 올라 저 멀리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렸다. 세월이 흘러 처녀의 눈물이 강물이 되고 처녀도 강가에 굳어져 미녀봉(美女峰)으로 되었다. 후에 타향으로 갔던 그 총각이 장군으로 되어 돌아와 처녀를 찾았으나 처녀가 보이지 않자 총각도 사랑하는 처녀가 변한 미녀봉을 마주보는 자리에 돌로 굳어졌다. 그것이 바로 장군석(將軍石)이다. 한편 사서에 의하면 과거에 신녕을 부이후국(候國)이라 부르다가 후에 부이현으로 불렀기 때문에 이 강의 이름도 부이강이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이강의 유래에 대해 말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나처럼 사서보다는 아름답고 비장한 전설을 더 믿고 싶어 할것이다.

(사진:부이강을 흐르는 대나무 쪽배)

부이강은 길이 24킬로미터이다. 대나무 쪽배를 타고 물결을 따라 아래로 흐르면 물결은 때로는 잔잔하게 흐르고 때로는 험한 여울을 만든다. 노를 젓는 뱃사공 아저씨가 사랑노래를 부르자 강 기슭 어디선가 뱃사공 아저씨의 노래에 화답하는 노래가 들려온다. 하지만 노래소리만 들려오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그 정취가 더욱 다분하다. 이런 부이강이니 그 누군들 취하지 않으랴?

부이강 양안에는 많은 명소들이 있다. 시검석(試劍石), 용구석(龍口石), 군함석(軍艦石), 딱따구리석, 무자천비(無字天碑), 머리 빗는 미인, 장군모를 비롯한 20여개의 명소가 강 양안에 줄지어 있다. 그야말로 "대나무 쪽배 타고 강을 흐르니 푸른 청산이 뒤로 가더라"하는 노래가 그림처럼 보였다. 또 량산의 아름다움은 부이강에 있다는 말도 이해되었다. 갑자기 누군가의 손길을 따라 저 멀리 바라보니 부이강기슭 장군석이 보였다. 높이 75미터, 둘레 40미터의 장군석은 땅을 밟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서 있는데 분명 몸에 철갑을 두르고 손에 검을 든 고대 장군의 모습이었다. 황혼아래 우리 일행은 모두 말없이 머리 들고 장군석을 우러러 보았다. 나는 장군석을 우러러는 모든 사람들이 웅장하고 감개무량함 외에 가슴속 깊이 따스함이 스며드는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이틀이 지나간다. 우리는 또 빌딩들의 숲, 자동차의 물결이 있는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이 곳을 떠나면 이 곳의 푸른 산, 푸른 물은 푸르고 달콤한 꿈으로 남아 있을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의 머리속에서 량산은 꿈에만 그치는것이 아니다. 량산은 나의 가슴속에 깊은 자욱을 내고 남아 있다. 나는 언젠가 또 량산을 찾을것이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