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하늘에 날아올라 흰 구름위에서 취한 눈으로 흡현(翕縣)을 내려다 보면 마치 단풍잎같이 아늑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게 된다고 말이다. 그로부터 나는 안휘성(安徽省)을 흐르는 크고 작은 강물을 떠올렸고 그 강물에 의해 여러가지 모양을 보이는 땅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곳 저곳에서 처음에는 실같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흐르다가 몇 갈래의 강물이 한데 모여 굵고 강한 물맥(脈)을 형성해 역사의 흐름속에서 그림과 시를 그려온 강, 그 강이 바로 신안강(新安江)-시인들이 꿈에도 찾는 강이다!

내가 강남에 이르렀을때는 신안강 기슭에서 새 차를 따고 난 뒤여서 연한 명전차(明前茶)는 맛 보지 못하고 우전차(雨前茶)만 맛보게 되었다. 때는 소낙비가 내릴 때인데 나는 강물이 보이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대나무잎을 두드리는 비소리를 들으며 차의 맛을 음미하였다. 거기다가 강 위쪽에서 쪽배 하나가 산 노래를 싣고 흘러내려 감탄을 자아냈다.

안휘성이 수원인 신안강은 천여굽이를 돌아 절강에 흘러들어 전당강(錢塘江)에 합류한다. 머나먼 길에 수많은 암초와 여울을 만들며 혹은 은은하고 혹은 분노하며 신안강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비온 뒤의 흙에서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청신함이 풍겼다. 나는 흡현에서 신안강의 한 지류를 따라 푸른 산속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숙이니 조용한 물위에 그림자가 비친듯 하였다. 설마 강물에 고대 문인들의 흔적이 떠 있을가? 나는 하늘을 향해 물었다. 수려한 산천에 얼마나 많은 안휘성의 명인들이 취했냐고 말이다. 그러니 흰 구름이 유유히 대답한다. "정주리학(程朱理學)이 이곳에서 싹을 튀웠고 신안강 화파(畵派)가 이 곳에서 시작되었고 최고의 복숭아림이 이곳에 있고 안휘성 흡현의 벼루가 이곳에서 나고 안휘성 상인의 거두가 이곳에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고 안휘성파의 분재가 이 곳에서 형성되었고 경극(京劇)의 아버지가 이 곳에서 무대에 올랐다." 순간 백과사전에 오른 명인들이 강 바람을 타고 내 눈앞에 나타났다. 정이, 주희(朱熹), 왕사신(汪士愼), 나빙(羅聘), 왕도곤(汪導昆), 오승사(吳承仕), 도행지(桃行知), 황빈홍(黃賓虹)…산천은 이들때문에 더 아름답고 그들은 산천의 수려함을 후세에 전한다.

하지만 강가에서 술잔 잡고 시를 읊은 옛 사람들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수려하고 맑은 산천이 피곤하고 우울한 그들의 몸과 마음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그들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어느 정도의 비감에 잠기게 된다.

최초로 신안강에서 배를 타고 소리높여 시를 읊은 사람은 남조(南朝)때의 산수시인 사령운(謝靈運)이다. 시와 서예, 그림에서 "강좌(江左)제일"로 불리우는 이 천재는 신안강의 아름다운 산수를 마주하자 자신과 성격도 비슷하고 재능도 비슷한 하안(何晏)과 육기(陸己) 등이 모해를 당한것을 생각하고 또 자신이 동료들의 배척을 받는것을 생각하게 되어 "멀리 향수(向秀)의 마음과 허유(許由)의 뜻을 본받으리라"라는 비감에 잠긴 시를 남겼다. 향수와 허유는 명분을 담백히 여긴 역사 인물이다. 사령운 역시 종당에는 하안과 육기와 같은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초로 "신안강"이라는 말을 시에 넣은 사람은 시선 이태백(李太白)이다. "일생동안 수많은 산천을 돌아다닌" 이백은 절묘한 경치를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하지만 석양이 비낀 신안강을 마주한 이백은 신안강의 경치가 과거에 자신이 본 경치와 다르다는것을 느끼고 그 산수속에 빠져들어 붓을 날렸다. "맑은 물 내 마음 맑게 해주고 물의 색갈 다른 물과 다르도다. 신안강에 묻노니 이것이 그대의 참 모습이런가." 여기까지 쓴 이백은 술 한모금을 더 마시고 흥이 진하지 않아 계속 시를 지어내려갔다. "사람은 맑은 거울속을 걷고 새는 병풍안을 날으네". 아름다운 신안강을 계속 찬미하던 이백은 술 몇잔이 들어가자 마음속 깊이 스며있던 실의와 고독이 머리를 쳐들어 서쪽으로 지는 석양과 수풀속에 울려오는 처절한 원숭이 울음소리가 슬프게 안겨왔다. 하여 이백은 비탄에 빠져 계속 써내려갔다. "황혼의 원숭이 울음소리, 나그네의 비운인듯 하여라."

이토록 아름다운 산천을 대하면 슬픔과 한탄보다는 아름다운 시를 남김이 당연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잘 나가는 문인들이 그 누가 홀로 산천을 마주하고 감회를 토로하겠는가? 그들이 홀로 쪽배를 타고 어디로 흘러갈지를 몰라 하겠는가? 어려운 인생길에 어두운 앞날을 느낀 사람만이 원숭이의 울음소리와 무정한 강물에서 마음속 깊이의 느낌을 시로 남길수 있었으리라!

내가 멍하니 생각에 잠겼는데 차 따는 처녀의 노래소리가 황혼속에 울려왔다. 저 멀리 산간마을에는 어느덧 불빛이 반짝이고 화목한 집집마다에서 차의 향기가 풍겨온다. 그 속의 사람들은 얼굴에 행복의 미소를 지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복은 명예와 실리와 관계없이 마음의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림같은 신안강, 그리고 쪽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