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의 산과 물)

은천(銀川)은 물로 만든 도시와 같다. 이 곳에서는 도처에 맑은 물이 있어 고기비늘같은 하얀 빛을 내며 넓은 은천의 땅에서 반짝인다. 얼핏 보면 물의 흐름을 알수 없는 이런 물들은 거대한 물의 거미줄을 형성해 사처로 뻗어가 황하에 의해 만들어진 충적평야에 위치한 고도 은천을 감싼다. 천만갈래의 물이 소리치며 흘러내려 물위에 뜬듯한 은천은 물에 포위된듯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은천이 중국의 서북쪽에 위치한 은천이 아니라 지중해 북쪽 기슭의 도시인 베니스인줄 착각하기도 한다.

(무성한 수목)

은천의 이 모습은 아주 독특하다. 은천은 서해고(西海固) 환북(環北)지역에 위치해 가물기 그지없다. 1년동안 비가 몇번 내리지 않아 일년 사계절 먼지가 날리고 땅은 항상 갈라 터져 농작물도 수확이 높지 못하다. 그리고 강 바닥도 말라버려 많은 사람들의 생활용수와 가축의 먹이물도 깨끗하지 못한 웅덩이물을 취한다. 은천의 동남쪽과 서쪽의 모우수 사막과 텅거리 사막에서는 더욱 비를 보기 힘들다. 이 지역은 중국에서 가장 가문 땅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위치한 은천에 이르면 별유천지에 이른듯 하다. 눈에 보이는것은 푸른 산이고 비옥한 땅이고 살찐 풀이고 무르익어가는 곡식이기 때문이다.

(흘러내리는 물)

<시경(詩經)>에는 "7월은 불과 같다"고 하였다. 7월의 어느날 해발이 낮은 은천에 들어서니 칼같은 해빛이 머리위에서 쏟아져내려 피부를 갈갈이 찢어 녹이려는듯 하였다. 태양이 이렇게 극성을 부려도 발밑은 촉촉하게 습기가 있고 때로는 시원한 냉기가 풍기며 우리의 머리칼과 옷깃을 흔든다. 이는 바로 줄줄이 이어선 물곬때문이다. 골짜기의 이런 물들이 은천의 기온에 수직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이런 물들은 날아갈듯 흐르다가 이 곳에 이르러 멈추어서는 은천의 땅을 적시며 도도하던 본색을 감추고 맑아지고 투명해진다. 처음에는 날뛰듯 흐르다가 피곤한듯 수그러드는 강물은 산속을 날아넘은 준마인듯 하다. 몇 굽이를 돌아 평야와 골목에 흘러든 강물은 흐름이 더 유유해져 부드러운 토끼와 같다.

(강물이 만든 연못)

"북쪽의 강남"이라는 이름은 은천에 더 없이 적격이다. 7월의 은천에는 벼가 넘실거리고 새우가 헤어다닌다. 7월의 은천에는 나비가 날아예고 연꽃이 가득하다.

은천의 서쪽에 있는 연못이 특히 눈길을 끈다. 구불구불한 모래언덕이 거대한 낙타처럼 호수의 서쪽에 줄지어 서서 이 연못을 보호해준다. 못가에는 수양버들이 줄지어 흐느적거리는데 일부 가지들은 물속에까지 뻗어져 무엇을 찾는듯 하다. 이 물은 어디서 솟아나왔는지 넘칠듯 출렁이며 밭과 높이를 나란히 한다. 수면은 거울같이 조용하다가 바람이 불면 찡그린 소녀의 이마처럼 되었다가도 금방 다시 조용한 모습을 회복한다. 연못속의 연꽃은 둥그런 푸른 배처럼 수면우를 떠 다니며 모였다가는 헤어지고 하는데 마치 특별히 물위에 떠올라 볕조임을 하는듯 하다. 연꽃잎 사이로는 연꽃이 피어있는데 일부는 옅은 붉은 색이고 일부는 흰 색이고 일부는 노란색이어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아한 연못경치를 보며 나는 석모용(席慕容)의 시를 머리에 떠올렸다. (물의 조용한 골목)

나는

활찍 피어난 여름날의 연꽃,

당신이 내 모습 보기를

나는 얼마나 기대하는가.

서리는 아직 나를 침식하지 않았고

가을비도 아직 내 얼굴에 떨어지지 않았네.

짙푸른 계절은 이미 지나갔고

나는 벌써

근심도 없고

무서움도 없네.

석여사의 시가 바로 이 연꽃을 그린듯 하였다.

(연꽃과 아름다운 처녀)

눈을 드니 내 눈에 아름다운 처녀들이 안겨왔다. 치마를 입고 부드러운 다리를 한들거리며 걸어가는 여자들은 물처럼 빛났다. 불어치는 사막의 바람도 뒤를 쫓는 행인들의 눈길도 그들의 얼굴에 어두운 흔적을 남기지 못하였다. 오히려 미소짓는 그들의 얼굴은 활짝 핀 연꽃인듯 꽃 속에 꿀이 담겨 조금만 유의하지 않으면 그 꿀맛이 흘러나와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듯 하였다. <홍루몽(紅樓夢)>에서 정 많은 가보옥(賈寶玉)은 여자는 물로 만든것이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은 세상물정에 눈이 어두운 바보스러운 남자의 헛 된 말인줄 안다. 하지만 은천의 골목들에서 나는 가보옥이 이 분야에서 세심한 관찰을 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은천의 아름다운 처녀들이 푸르고 물의 은덕이 없이 어찌 이렇게 찬란할수 있겠는가?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