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훈제육

자귀(姉歸)에 갔다온 사람들은 모두 랍육(臘肉)이라는 이름의 훈제육을 먹기 좋아하고 지어는 자귀의 훈제육을 기념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자귀의 훈제육에 대한 그들의 평가 또한 한가지-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중국 각지에 훈제육이 있는데 왜 자귀의 훈제육만 맛이 일품이라고 특별히 높은 평가를 받을가? 자귀의 훈제육에 대한 관찰과 비교를 통하면 자귀의 훈제육이 만드는데서부터 저장하는데까지 그리고 훈제육을 가지고 요리를 만드는 전 과정이 다른 곳과 달리 아주 독특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온다.

자귀는 장강 삼협의 하나인 서릉협(西陵峽)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에서는 감귤이 많이 난다. 자귀인들은 훈제육을 잘 만드는데 해마다 겨울이 되면 농가들마다 돼지와 양을 잡아 훈제육을 만는다. 고기를 여러 부위로 분류하여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소금물에 담그었다가 훈갱(薰坑)이라는 이름의 흑가마속에 넣어 불에 굽는것이 아니라 불을 쏘여준다. 고기덩이를 흙가마에 넣어 불에 쏘일때는 연기가 아니라 보이는 불을 사용한다. 그리고 감귤나무로 불을 땐다. 그래야만 감귤나무에서 나는 향기가 훈제육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훈제육과 야채볶음

훈제육을 만들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한번 훈제육을 만들려면 최소 2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이 되면 훈제육을 만드는 흙가마둔덕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사람들은 아예 훈제육을 만드는 가마주변에서 한 식구가 모이거나 손님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들은 흙가마주변에 둘러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군 고구마를 먹거나 하면서 담소한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만들어진 훈제육에는 따뜻한 인정미까지 스며든듯 하다.

훈제육을 만든 다음 저장도 아주 중요하다. 제대로 저장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끼기도 한다. 자귀인들이 훈제육을 저장하는 방법은 세세대대 전해진것인데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건조한 곳을 선택해 마른 겨속이나 콩잎속에 넣어두고 사이사이에 마른 감귤껍질을 깔아준다. 이렇게 저장하면 훈제육은 장마철에도 더운 여름에도 변하지 않아서 자귀에서는 1년 4계절 훈제육을 맛 볼수 있다.

훈제육 찜

훈제육을 먹기 위해서는 손질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흙가마속에서 꺼낸 훈제육은 너무 질기고 단단해 직접 먹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훈제육을 다시 익혀서 물에 30분간 담그어둔 다음 훈제육의 까만 표면을 긁어버려야만 노란색이 나고 맛을 풍기는 식용이 가능한 훈제육이 된다. 솜씨 있는 주부들은 깨끗이 손질한 훈제육을 썰어서 참죽나무와 부추졸임을 함께 섞어서 단지속에 넣어두었다가 끼니때마다 꺼내서 간편하게 먹는데 참죽나무와 부추의 향까지 함께 해 향이 더욱 좋다.

그리고 훈제육을 끓일때도 자기그릇에 넣어 약한 불에 은근히 오래동안 끓인다. 약 2시간이 지나야 훈제육이 익는다. 그리고 훈제육을 끓일때 감귤껍질을 넣는데 그렇게 하면 훈제육이 지방이 많으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된다. 그러는 바람에 훈제육을 끓일때는 온 뜨락에 감귤의 향과 훈제육의 향이 풍긴다.

자귀인들은 훈제육의 조리법을 다양하게 알고 있다. 훈제육을 볶거나 기름에 튀기거나 찌거나 삶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맛나는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그리고 훈제육 요리에 현지의 다양한 특산을 곁들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훈제육 전골에 마른 콩을 넣기도 하고 들 버섯과 훈제육을 함께 볶기도 하고 절임 고추와 훈제육을 함께 기름에 볶기도 하고 훈제육에 밀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기기도 하고 훈제육을 잘게 썰어 야채찜이나 곡물찜을 만들기도 하고 훈제육을 물만두소로도 사용한다.

자귀에서 부모님들은 멀리 도시에 나가있는 자식들에게 깨끗이 손질해서 직접 먹을수 있는 훈제육을 보내주어 도시에서도 집에 손님이 오면 훈제육을 꺼내 대접하는것으로 손님에 대한 예의를 보여준다. 자귀에서는 더 말할것도 없이 끼니마다 훈제육이 떨어지는 경우가 없고 훈제육이 남아돌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지어 머리가 총명한 사람들은 자귀랍육이라는 브랜드로 훈제육 관광상품을 개발해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한다.

자귀는 삼협공사로 인하여 첫번째로 외지로 이주한 동네이다. 하여 자귀의 훈제육은 자귀인들이 새롭게 뿌리내린 곳에서 여전히 이어지면서 향기를 풍기고 있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