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화산(九華山) 뒤산격인 연하원(煙霞園)명소에 들어서니 하늘과 땅 사이에는 온통 정령과 같은 비방울이 뛰놀아 먼 산과 가까운 나무들 모두가 안개 자욱한 속에 있었다. 귀맛 당기는 산속의 비소리를 들으며 비 속에 서 있으니 조물주의 기묘한 생각을 이해할수 있는듯 하였고 비를 만든 조물주의 의도를 어느 정도 알것 같았다. "비는 선경같은 폭포를 만든다. 비와 폭포가 어우러져야 절경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칠포천에 들어섰다. 이날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어찌 칠포천의 그 운치를 감지할수 있었겠는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산 허리에 이르니 갑자기 어디선가 우뢰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저 앞 멀지 않은 곳에서 칠포천 폭포가 누구 상의도 거치지 않고 무조건 우리 시야에 안겨들었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안개속에 몸을 숨긴 벼랑에 흰 눈같은 폭포가 걸려 있는데 바위에 부딪쳐 부서진 옥을 방불하고 혹은 금실은실을 드리운듯 온 눈에 은빛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 앞뒤에, 수풀과 암석사이, 무성한 대나무 사이 그 어디나 샘물이 솟아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샘물은 혹은 돌위를 떨어지며 흰 비단을 드리우고 혹은 하나가 둘로 되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고 또 혹은 잔잔하게 소리없이 흐르다가는 갑자기 소리치며 떨어진다. 소리도 여러가지이다. 졸졸 소리도 있고 북치는 듯한 소리도 있고 하프를 연주하는듯 한 소리도 있고 퉁소소리와 같은 것도 있어 각자 다양한 소리를 내며 즐겁기 그지없다. 샘물소리와 폭포소리가 한데 어울려 즐거운 자연의 대 악장을 연주하는듯 하다.

우리는 폭포 가까이에 다가섰다. 칠포천 폭포는 혼돈상태를 벗어난 거인처럼 일월성신과 자연을 품고 길게 노호하며 막을수 없는 격정을 이 땅에 토하는듯 하다. 찬란한 폭포줄기들은 이끼가 가득한 벼랑아래 바위에, 깊은 담소에 떨어지며 흰색으로 변했다가는 금방 깊고 고요한 담소를 만들어 간다. 벼랑에서 떨어지며 너무 격동됐는지 폭포의 소리가 지나치게 요란했는지 폭포는 담소에 떨어져서는 그토록 소리없이 쉬는듯 하다. 우리의 생명에도 찬란한 클라이막스가 있고 담담한 저조기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생명의 클라이막스에는 마음껏 박투하고 저조기에는 평온하게 침묵을 지키는것이 당연하리라. 폭포를 구경하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것은 온화하고 점잖은 폭포의 모습이다. 그런 폭포를 보면서 우리는 자아를 다시 돌아보고 자신을 평가하게 된다.

나는 머리 들어 폭포의 위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 곳에는 길이 10미터의 암석이 돌로 된 대들보처럼 산 허리에 누워 두 쪽으로 갈라지려는 산을 꽉 잡고 있는듯 하였다. 이 대들보는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정신과 천지와 함께 하는 위대한 정신으로 폭포를 안고 있었다. 이 대들보는 폭포의 흰 몸매와 폭포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하고 싶었으리라, 그러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바쳐 폭포를 만들며 구화산에서 그만의 절경을 만들수 있었으리라!

나는 폭포를 보기전에 "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천대사만산천장 (天臺四萬八千丈)"이라는 폭포를 묘사한 시구를 여러번 읽었다. 하지만 이때 바로 폭포를 앞에 두고 온 몸으로 청신한 푸른 공기를 마시며 이 시구를 다시 음미하니 그 때서야 시인의 붓 아래 묘사된 폭포의 위력과 장엄함이 느껴지는듯 하였다. 날아내리는 폭포를 마주하니 나는 새롭게 태어난 나를 보는듯 하였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