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산(紫云山)은 베이징 회유현(懷柔顯)에서 북쪽으로 27km 거리의 운몽산(云蒙山) 서쪽 기슭에 위치했는데 산골짜기가 깊고 수목이 울창하고 시내와 샘물이 많고 인적이 드물어 야생미가 다분하다. 정말로 "깊은 골방에 숨어 있으니 아는 사람 없어라"하는 관광명소이다. 얼마전에 나는 홀로 자운산 깊숙이 들어가 더 말할것도 없는 신기하고 자극적인 느낌을 받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다.

자운산 산문에 들어서니 벌써 기이한 경관이 눈앞에 나타났다. 높이와 넓이가 10m되는 철갑모식의 거대한 암석-비래석이 왼쪽 산봉의 한 돌 기둥위에 걸려 있는데 머리는 무겁고 다리는 약해 넘어질듯, 떨어질듯 위태롭다.

산문에서 더 앞으로 나가면 울창한 수림속이다. 산길 양켠에는 푸른 물이 떨어지는듯한 녹음인데 낮은 것들은 풀이오, 높은 것들은 나무들이라 그 속을 걸으니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가 수풀속은 조용하기 그지없어 들리는 것은 왼쪽 협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였다.

산길을 따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현지인들이 석순봉(石筍峰)이라고 부르는 험준한 산봉이 보이는데 산봉은 돌로 된 죽순처럼 적라라하게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산정에는 또 둥글고 꼭대기가 뾰족한 돌 기둥이 있는데 마치 작은 석순을 방불케 한다. 이 크고 작은 암석의 조화를 보며 나는 장강 삼협 중 무협(巫峽)에 있는 신녀봉(神女峰)을 머리에 떠올렸다. 이 때 나의 심정은 기쁘기도 하고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기쁜 것은 중국의 북방에서 남방의 산처럼 수려한 이런 좋은 경관을 보았기 때문이고 우려되는 점은 산 기슭의 시내물을 떠나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산만 있고 물은 없는 메마른 경관이 계속되지 않을가 하는 우려심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 5분도 지나지 않아 나의 우려는 가신듯 사라졌다. 산길이 조금 머리를 숙이는가 싶더니 사품치는 시내물이 눈앞에 기적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강물폭은 7-8m나 되고 양쪽은 아찔한 절벽이고 강물에는 또 1-2m낙차의 작은 폭포가 담소위에 떨어졌다. 담소의 물은 바닥이 환히 보일정도로 맑았다.

시내물을 건너 계속 산길을 따라 걷는데 이번에는 들꽃과 호두나무, 밤 나무가 온 천지에 가득 있었다. 수풀도 더욱 무성하게 산길을 막아 풀들을 쳐가며 나는 길을 걸었다. 양쪽에는 기이한 돌들이 즐비한데 그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은 높이 3m에 넓이 8m의 와석(臥石)이다. 색갈은 검은 회색인데 모양은 거대한 고래와 같다. 암석의 양켠에는 곧게 뻗은 큰 나무 두 그루가 있어서 호텔입구의 보이와 흡사하다.

저 산길 앞으로 높은 산이 보이는가 싶더니 산길은 또 다시 머리를 수그린다. 그러자 눈앞에는 아까 보았던 그 시내물-통천하(通天河)의 상류가 다시 나타났다.

이 곳의 강물폭은 10m이고 강물위에는 거대한 암석이 100여개 널려 있고 물속에는 또 큰 나무 다섯그루가 자라 강물은 이런 암석과 나무곁을 흐르며 우렁찬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나무그늘에 앉아 두 발을 맑고 시원한 시내물에 잠그었다. 시원한 산 바람이 불어오는데 시내물 흐르는 소리를 귀가에 하며 푸른 물 바라보니 이 시내물가에서 영원히 그 조용함과 아늑함을 간직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