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손요리)

1. 봉단죽화(鳳蛋竹花)-계란 대나무 꽃 요리

이런 식물이 있다. 일생에 한번만 꽃이 피고 꽃이 피었다 지면 그 식물도 죽는다. 그 꽃은 아름답지도 않고 찬란한 꽃잎도 없고 화려한 색채도 없다. 하지만 생명중에 한번만 피는 꽃이다. 이 식물이 바로 대나무이다. 대나무의 일생에 한번만 꽃이 피기 때문에 대나무 꽃의 진귀함은 이를데 없다.

이런 대나무 꽃으로 만든 요리는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노란 대나무 꽃과 노란 계란을 가지고 요리를 만들면 색갈이 심플하면서도 노란색이 서로 다르다. 요리를 입에 넣으면 계란의 향을 듬뿍 안은 부드러운 꽃술이 이발사이에서 오가는데 그 맛을 덮을 조미료가 없다. 대나무 꽃 자체의 청신함은 계랸의 향긋함과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부드러운 계란과 사각사각한 대나무꽃이 한데 어울려 모순된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어 다시 그 요리에 저가락이 가지 않을수 없다.

2. 화폭죽엽(火爆竹葉)-큰 불에 볶은 대나무 잎 요리

대나무 잎이란 노란색이 나는 죽순의 가장 바깥부분을 말한다. 노오란 대나무 잎과 붉은 고추를 섞어서 큰 불에 볶으면 순식간에 온 방안에 향이 퍼진다. 요리를 보면 노란 대나무 잎들이 몸을 옹송그리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붉은 고추가 있어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이 요리는 씹는 맛에 먹는다. 바삭바삭한 대나무 잎을 입에 넣고 씹으면 대나무의 향이 온 입안에 퍼지고 거기에 고추맛까지 온 입안에 가득하다. 더 씹으면 더 새로운 맛이 생겨나고 코에까지 퍼져 온 공기속에 요리의 향이 넘친다. 마지막에는 대나무 잎에서 매운 맛은 사라지고 단 맛만 남아 무궁한 맛을 남긴다.

3. 삼초죽손단(三椒竹蓀蛋)-세가지 고추에 볶은 죽손요리

죽손은 일명 그물버섯, 투망버섯이라고도 하는데 식물이면서도 투명한 닭알 흰자와 노른자를 가진다. 많은 아미노산을 함유한 죽손은 대나무가 있는 곳에서만 볼수 있는 버섯이다. 이런 귀중한 버섯을 사천에서 나는 고추, 운남에서 나는 작은 고추, 운남의 피망을 함께 볶는다.

이렇게 만든 죽손요리는 색갈이 투명한 청록색인데 가장 겉에 부분은 사각사각하고 그 다음은 부드럽고 또 그 다음에는 작은 구멍이 가득한 죽손의 노른자인데 세가지 고추의 매운 맛이 각각이어 맛이 이를데 없다.

4. 고순선단(苦筍饍段)-죽순과 뱀장어 요리

대담한 요리사들이 비릿한 냄새가 많으면서도 호방한 뱀장어와 청신한 맛이 나면서도 우아한 죽순을 함께 볶아 요리를 만들었다. 죽순은 살이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연한 감이 든다. 반대로 뱀장어는 묵직한 맛인데 그것이 날아갈듯한 죽순의 맛에 토대를 마련해주어 죽순의 맛을 진하게 잡아주고 또한 죽순의 청신한 맛때문에 뱀장어의 비릿내가 간데온데 없이 사라진다.

이 요리를 처음 맛 보는 사람은 보통 이 요리를 입에 넣으면서 이마를 찡그리지만 배속 깊이에서 시원한 맛이 올라오면 고진감래를 느껴 금방 얼굴에 웃음을 떠 올리며 다시 저가락을 그 요리에 가져가게 된다.

5. 삼선죽손(三鮮竹蓀)-세 가지 맛의 죽손볶음요리

푸른 야채잎이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죽손-그물버섯을 둘러싸고 있고 죽손이 드러누운 맑은 국물에 분홍빛의 소세지와 흰 닭고기가 깔려있다. 죽손은 구멍이 많아 물을 많이 먹는다. 그래서 죽손의 맛이 더욱 일품이다.

이 요리의 국물은 죽손, 소세지, 닭고기, 돼지고기 뼈 등으로 만들어 영양도 충분하고 맛도 좋다. 이 요리를 먹을때는 저가락으로 죽손을 집어서 죽손에 스민 국물을 짜면 맛이 못하다. 먼저 가볍에 죽손을 접시에 담은 뒤 국물을 두 숟가락 정도 얹어서 입에 넣으면 그 향긋한 맛이 입안으로부터 목안, 위에까지 가득해 음악이라도 듣는듯 취하게 된다. 그리고 입안에는 죽순이 남아 향기를 계속 풍긴다.

(대나무 밥)

6. 죽통탕(竹筒湯), 죽통밥(竹筒飯)-대나무통에 만든 국과 밥

대나무 요리에는 반드시 대나무 통에 만든 국물과 대나무 통에 만든 밥이 따라야 완정하다.

죽통탕은 대나무 통에 소세지와 버섯 등을 넣어 끓인 국이다. 대나무 통을 식탁에 올려서 조금 뒤에야 뚜껑을 여는데 그것은 첫째 국물이 너무 뜨겁기 때문이고 둘째는 국물이 대나무의 향을 더 많이 받게 하기 위한것이다. 국물에 스며든 대나무의 향을 맡으면 정말로 일종의 향락이다.

대나무 통 밥은 대나무에 쌀을 넣은 뒤 익힌 것이라 대나무의 향이 더욱 가득한데 가끔 파아란 완두콩이나 발간 훈제육이 보이면 색갈도 색갈이거니와 맛 또한 일품이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