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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타임]명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서지마옛집
2016-05-05 15:08:33 cri

살며시 내가 왔듯이

살며시 나는 떠나네

하얀 손 흔들면서

서녘 하늘과 구름에 작별하리라

개울가 금빛 버들은

황혼의 새신부여라

물결 속에 드리운 고운 그림자

내 마음 속에 물결이 이네

… …

살며시 내가 왔듯이

살며시 나는 떠나네

나그네 옷소매를 휘날리면서

한 조각 구름도 함께 가진 않으리라

서지마(徐志摩)의 "재별강교(再別康橋)"는 중국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명시입니다. 이 작품은 1928년에 시인 서지마가 수년 전 유학했던 케임브리지를 다시 찾아가 느낀 그리움과 이별의 슬픔을 아름다운 대자연의 경치에 담아 담담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서지마는 중국 신월파의 대표적인 시인이고 산문가입니다. 대표작으로 "재별강교", "피렌체의 일야(翡冷翠的一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서지마는 사랑, 자유,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와 그것을 얻지 못한 고뇌, 실망, 삶의 우수를 시로 절실하게 표현해 중국 최고의 낭만 시인으로 평가됩니다. 오늘 "명인의 발자취를 따라서"에서는 중국 최고의 낭만 시인 서지마의 옛집을 찾아 노크해봅니다.

절강성(浙江省) 해녕(海寧) 가흥시(嘉興市) 간하가(干河街) 38호에 위치한 서지마옛집은 적색과 회색의 벽돌을 엇갈아 쌓아올린 아담한 2층 양옥입니다. 옛집 정문 상단에는 서지마의 사촌동생인 소설가 김용(金庸)이 "시인 서지마옛집"이라고 적은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옛집에 들어서면 동, 서 곁채와 현관으로 둘러쌓인 작은 마당이 있고 동서 상루(廂樓)와 본관, 그 맞은켠 건물은 복도로 모두 이어졌습니다. 본관 맞은켠 건물에는 노대(露臺)가 있어 계단을 따라 올라가 옛집 먼발치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본관의 홀과 동, 서 곁채의 바닥에는 모두 분홍색의 꽃무늬 타일을 깔아 전반 서양식 건물의 구조와 어울리지만 실내의 진열은 중국 풍격을 따라서 서양과 중국식이 공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래층 홀에 들어서면 벽 상단에 서예가 계공(启功)이 쓴 "안아당(安雅堂)" 석자가 보입니다. 짧지만 다채로웠던 서지마의 인생이 홀의 동, 서 곁채 진열실에서 한폐이지씩 펼쳐집니다. 동쪽 곁채는 주로 서지마의 사상문화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자료들을 전시했습니다. 유리찬장에는 시기별로 출판한 서지마의 저서와 연구서적들이 들어있고 서쪽 벽에는 서지마와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린 유화가 걸려 있습니다. 서쪽 곁채는 주로 서지마의 생애를 보여주는 흑백사진들을 전시했습니다.

본관 2층 가운데 방은 서지마 모친의 방입니다. 이 방의 가구들은 모두 고색이 찬연한 중국식 목조가구인데 유독 서쪽 벽에 흰색의 벽난로가 놓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서쪽 곁채는 서지마의 본처 장유의(張幼依)의 거실입니다. 서지마 부친은 서지마와 이혼한 장유의를 수양딸로 들여 이 옛집에서 생활하게 했습니다. 이 방에 있는 화장대며 책상, 침대식의자, 여러가지 도안을 새긴 목제 침대는 모두 중국식 가구입니다.

동쪽 곁채는 서지마의 서재로 벽 상단에 백세노인 장극표(章克標)가 "미헌(眉軒)"이라고 적은 현수막 액자가 걸려 있고 실내에는 축음기와 영문타자기, 서양식 가구들이 들어있습니다.

서재와 잇닿은 방이 바로 서지마와 두번째 부인 육소만(陸小曼)의 거실입니다. 그때 서지마의 이혼과 재혼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서지마는 일찍 유학생활로 인해 사상이 개방적이였고 삶은 사랑과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방은 그의 이런 염원과 낭만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방의 벽에는 드레스를 입은 육소만과 정장을 차려입은 서지마의 신혼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방에는 분홍색 옷궤며, 화장대, 침대, 책궤 등 서양식 가구들이 놓여져 있고 짙은 색의 소파가 놓인 바닥에는 각가지 색이 어우려진 융단이 깔려 있습니다. 분홍색의 장식종이가 붙은 창가로 따뜻한 해살이 들어와 이 방에 세련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해줍니다.

건물의 뒤편에 있는 정원에는 다양한 나무들의 그림자가 드리운 작은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나른한 오후 녹음이 짙은 정원에 몸담고 있으면 세속에서 벗어난듯한 참신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9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이 건물은 지금도 세련되고 우아한 인상을 줍니다. 색다른 건축풍격 때문일가 아니면 낭만적인 시인의 흔적이 남아서일가? 오늘도 이 옛집 곳곳에서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번역/편집: 권향화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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