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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필름속 세상으로] 영화 "일대종사"와 촬영지 적감진(赤坎镇)
2016-05-26 15:43:12 cri

광둥성 강먼시(江門市) 직할인 개평시(開平市)의 중심에서 서남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적감은 동방과 서방의 문화가 융합된 매력적인 곳입니다. 35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이곳은 농후한 영남(岭南)지역 특색과 깊은 문화적 함의를 풍기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백족산(百足山)을 업고 품속에 담강(潭江)을 안은 적감은 사백여년전의 청(淸)나라 때 형성된 마을입니다. 담강의 북쪽기슭에 붉은 땅이 깔려있다고 해서 "붉을 적 (赤)"자를 따서 명명했습니다. 그러다 일찍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을 다녀온 화교들은 해외에서 건축물 설계도를 가져와 개평 현지의 건축예술을 융합해 대량의 상가 건물을 지었습니다. 이 건물들은 백여년간의 비바람을 거쳐도 여전히 우아한 자태를 풍기고 있습니다. 적감진의 제서로(堤西路)는 300여미터의 기루(騎樓)거리가 이어져 있는데 이곳에는 600여채의 옛 기루가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바다와 가까운 이곳의 덥고 습한 기후를 고려해 1층 거실 내부는 장사하는 공간으로 하고 밖의 도로 쪽은 기둥을 사이 둔 빈 공간으로 남겨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건물 2층부터 주거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도로의 공간도 확장하고 땅과 주거 공간에 적당한 간격을 두어 남방의 기후에도 적합합니다. 벽체에는 길함을 뜻하는 중국 전통의 내용이 서양풍으로 입체 조각되어 있고 건물풍도 고딕식과 고대로마식, 바로크식, 이슬람식, 중국전통식 등 다양해 강변은 온통 유럽풍거리로 변했습니다. 외양은 서양식이지만 공간활용은 중국의 전통적인 남방식을 따른 형태입니다. 이곳을 거닐다보면 분명 영남의 마을에 몸담고 있는데 서방의 시골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적감 마을에 자리잡은 적감 영화드라마 촬영세트장은 부지면적이 6천평방미터로 1920년대 광주 건물풍격의 모습대로 설계했습니다. 이 촬영장에는 중국 전통의 건축 조화예술(彫花)을 생동하게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서방의 유명한 부조예술을 곁들어 전반 적감의 분위기와 교묘하게 어우려집니다.

이곳은 왕가위(王家衛)감독의 영화 "일대종사(一代宗師)"의 촬영지로 거듭나면서 또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영화 "일대종사"는 영춘권(詠春拳)의 대가이자 세계적인 무술배우 이소룡의 스승인 엽문(葉問)을 둘러싸고 민국시기 "남북무림" 여러 종파의 대가들의 운명과 인생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극중 영춘권의 대가 엽문과 북방 팔괘권(八卦掌)의 대가 궁우전(宮羽田), 그의 독녀 궁이(宮二), 궁우전의 사형 정련산(丁連山), 북파 팔극권(八極拳)의 대가 일선천(一線天)은 비범한 운명속에서 서로 다른 인생곡선으로 피와 살이 있는 무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명대사 ]

"쿵후가 얼마나 깊은지, 사부가 얼마나 대다한지, 종파가 얼마나 심호한지 말하지 마라.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한다. 수평과 수직! 지는 자는 수평이 된다. 최후에 수직으로 서있는 자만이 말할 자격이 있다."

엽문 역의 홍콩배우 양조위는 특유의 중저음으로 독백을 하면서 강렬하게 등장합니다. 빗속에서 뭇사람들과 대치한 양조위는 영춘권의 동작과 자세로 발길질과 주먹질로 난타하려는 적들을 물리칩니다. 슬로모션을 곁들어 긴장감과 섬세함을 동시에 연출해낸 이 장면은 영춘권의 정수인 민첩과 쾌속의 원리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습니다.

광동 불산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엽문은 취미로 어렸을 때부터 영춘권 제3대 전승인인 진화순한테서 권법을 배웠습니다. 그때 그는 권법연습도 하면서 부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 배우 송혜교 맡은 엽문 부인 장영성은 말수가 적고 단아한 여성으로 그려졌습니다. 장영성의 형상은 양조위의 독백을 통해 그려집니다.

"그녀는 말을 하면 사람이 다치기에 말수가 적었다. 내가 집을 나가면 불을 켜놓았다가 돌아오면 다시 끄곤 했다."

그러던 1936년이였던 팔괘권 궁우전이 불산에서 은퇴식을 치르면서 중화무사회 회장직을 두고 남방 무술계는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남방 무술계는 전 무림을 통폐합한 궁우전의 유일한 적수로 엽문을 추천했습니다. 엽문은 금루에 들어서면서 팔괘장,형의권,잡탕 권법가 3명을 차례대로 꺾고 마침내 궁우전과 대면하게 됩니다.

두 대가는 무술의 기예 대신 "생각"을 겨루었고 궁우전은 엽문의 경지에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의 명성을 이어줄 것을 당부합니다.

궁가64수에는 패배란 없다고 믿어온 궁우전의 딸 궁이(장자이 역)는 엽문에게 다시 도전장을 보냅니다. 금루에서 궁이는 엽문과 겨루던 중 결국 무승부로 끝났고 두 사람은 이름모를 애틋한 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연민의 정을 숨기고 덧없는 세월을 보냅니다. 엽문의 부인 장영성은 이를 눈치채고 조용히 떠납니다.

한편, 궁가의 필살기인 '백원괘인' 초식을 제자 마삼에게 전수하려던 궁우전은 야심가인 그에게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궁이는 복수를 위해 정혼을 파기하고 평생 후사도 볼 수 없고 무예를 전수하지 못하는 댓가로 마삼을 찾아갑니다. 결국 궁이는 마삼을 무릎꿇게 했지만 복수에 일생을 건 그녀는 원기가 많이 상해 꿈도 포기한채 깊은 실의에 빠져 쓸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생전 엽문과의 만남에서 궁이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자신을 보고 하늘을 보고 종생을 보아야 합니다. 저는 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엽선생은 이 길을 잘 걸어가기 바랍니다."

나중에 엽문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홍콩으로 떠나 새 삶을 시작합니다. 홍콩에서 그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영춘권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전반 영화는 "권선징악"을 초월해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키우고 자신을 보호하고 정의를 이루고저 하는 무도인들의 수련목표와 자신을 이기고 천지와 하나가 되어 중생을 구제하려는 무도인들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인들과 그 시대상은 적감촬영지의 배경하에 고스란히 체현되었습니다.지금도 이곳에는 극중 엽문이 궁이와 겨루던 장소인 금루며 장영성이 촛불을 켜고 있던 장소며 엽문이 무예를 연마하던 장소들이 남아있습니다. 촬영배경으로 등장했던 곳마다에 영화스틸컷이 놓여있어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일대종사"의 한 장면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동서방 문화동네 적감,이곳에는 무술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 장엄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글/ 권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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