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한 속에 둥근 달이 산을 떠나 밤 하늘에 솟아오르자 우수리강에 기이한 경관이 나타났다. 둥근 달이 싯은듯 맑은 하늘공중에 걸려 은빛을 사처로 뿜어 하늘에 빼곡이 박힌 별을 무색케 했다.

강물에 꽂힌 달빛은 금으로 된 긴 검처럼 이쪽 기슭에서 저쪽 기슭으로 비스듬히 비껴있다. 그리고 이 검은 부단히 모양을 바꿔간다. 때로는 칼날이 넓어졌다가 때로는 좁아졌다가 혹은 중앙이 단절되었다가 회복되기도 한다. 중앙이 단절된 곳은 칠흙같이 검다. 그 곳도 흐르는 강물인가? 아무리 보아도 움직이지 않는 검은 유리와 같다. 강변에서 오래 살아온 한 사람이 나에게 그 답을 알려주었다. 그 곳은 이 강에서 가장 깊은 곳이라고 말이다. 깊은 곳은 강물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만약 바로 그 옆에 선다면 그 곳에 비낀 강물은 물결때문에 흩어진 달빛이 아니라 완정한 둥근 달임을 보게 된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며 의아해 있는데 갑자기 단절되었던 부분이 또 다시 연결되어 긴 검이 강물에 비껴 있었다. 후에 알고 보니 달이 쉬지 않고 서쪽으로 가면서 강물에 비끼는 각도가 달라지면서 강심을 비추기도 하고 비추지 않기도 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이렇게 달은 강물에서 길고 완정한 검이 되었다가는 몇 조각으로 끊어진 단도가 되기도 하며 서쪽으로 가기만 하였다.

조용한 강물은 달빛아래 흘러갔지만 흐르는 소리는 없었다. 동(動)적인것과 정(靜)적인것은 언제나 상반된다. 하지만 이 곳에서 동적인것과 정적인것은 서로 묵계를 지키는듯 하다. 이런 동적인것과 정적인것의 사색속에서 갑자기 맑은 물새소리가 들려와 고요함을 깨뜨린다. 물새소리는 강우에서, 양안의 산골짜기에서, 평야에서 오래도록 저 멀리 울려퍼져 "사람은 한가한데 계수나무꽃은 지고, 밤은 조용한데 봄날의 산은 비어있고, 달이 떠오르자 산새 놀라고, 깊은 물속에서 시간가는 소리 듣네" 라는 당(唐)조 왕유(王維)의 시를 머리에 떠오르게 한다. 백로라고도 하고 물수리하고도 하는 이 물새는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는데 달빛 아래 화살같이 수면을 스치며 날아가 물에 비낀 달빛을 산산히 깨뜨린다.

이 때 달은 어느새 공중에 올라 더욱 청명하게 보인다. 강물 양안의 수목은 낯처럼 밝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몽롱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자랑한다. 맞은켠 산봉은 달빛에 걸린듯 기복을 이루고 내가 서 있는 평야는 달빛 아래 더욱 심원하고 신비하다.

달빛은 강물에 반사되어 더욱 반짝인다. 마치 움직이는 골든 사슬과도 같이 반짝반짝 빛을 냈다. 그러다가는 갑자기 두 동강이 나고 혹은 몇개로 나뉘었다가는 다시 하나로 연결되며 무궁한 변화를 보인다. 별빛이 강물위에서 아무런 구속없이 뛰놀고 있을때 기슭에서 우수리강 뱃노래가 들려왔다. "우수리강은 길고 길다네. 푸른 강물은 동으로 흐르고…" 이 노래소리는 어부가 기슭으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어둠이 깊고 몽롱한 강물위를 흘러오던 어부의 배가 달빛속으로 들어서자 물에 비꼈던 둥근 달이 순식간에 무수한 달로 변한다. 달빛속을 지나는 그들의 어두운 그림자, 이런 경치는 정말로 쉽게 만날수 있는것이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