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재원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주수견의 이름이 기이한 분재들속에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역대로 인재들은 그 어떤 환경에 처하든지간에 언제나 뛰어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노신(魯迅, Lu Xun)선생에 의해 "어두운 밤의 빛, 닭 무리속의 학"으로 불리운 작가 주소견은 남병에 거주하는 1년동안 정원대가로 되었다. 주소견선생은 매화와 소나무 분재를 정성들여 키우면서 엄한에도 머리 숙이지 않는 자신의 심성을 다듬었으리라. 그로부터 1년후 다시 상해로 돌아간 주소견 선생은 <조국의 휘장(祖國之徽)>, <망국노의 일기(亡國奴日記)>, <매국노의 일기(賣國奴日記)> 등, 함께 일본군과 싸울것을 호소하는 많은 글들을 써서 민중의 마음을 울렸다.

높이 걸린 찬란한 햇빛이 마을가의 무릉계(武陵溪)우에 비친다. 나는 남병촌을 둘러싼 금죽산(金竹山), 임력산(淋瀝山), 남병산으로 걸어갔다. 비 내린 뒤라 질척거리는 길은 걷기 힘들어 나는 임력산의 기슭에 위치한 다방에 눌러앉았다. 어젯밤에 갑자기 내린 비에 남병산의 산봉, 나무, 풀, 시냇물, 길, 정자, 골목과 민가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깨어난 듯, 풍상고초를 겪은 남병고촌은 이로서 더 성숙해진 듯 했다. 아침바람속에서 남병고촌은 충신과 간신의 영광과 치욕의 흔적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남병촌을 찾은 사람들에게 과거사를 이야기 해준다…

(사진설명: 남병고촌 일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