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니 역시 물이 맞이해주었다. 천만년전의 순결에서 흘러나온 물이라서 한 방울만 손 바닥에 받아도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듯 했다. 동굴천정의 종유석들은 혹은 영지버섯과 같은 상서로운 기운을 풍기고 혹은 바다의 천년 거북이처럼 점잖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 어느 하나 속세의 것과 같은 것이 없었다. 또 땅에 뿌리 내린 석순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그래, 이런 종유석들은 원래 물이지 않았는가? 가장 원초적인 물이 굳어져 오늘날의 종유석을 만들었다.

습기찬 돌계단을 걸으니 발아래 계단 하나 하나가 녹고 있는 드라이 아이스였다. 왕안석(王安石, Wanganshi)은 "더 깊이 들어갈수록 들어가기 힘들고 보기도 힘들도다"라는 시를 남겼는데 꼬불꼬불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철삭교를 지나 지하수에서 래프팅을 즐기고나니 왕안석의 이 시가 이해되는 듯 했다.

(사진설명: 지하협곡에서 즐기는 래프팅)

나는 동굴을 적지 않게 보았다. 동굴이라고 하면 대부분 은근히 깊어 동굴속에 있으면 빨리 그 곳을 나와 현실세상으로 돌아오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동굴을 흐르는 지하수에서 래프팅을 즐기면서 나를 잊고 무아의 경지에 빠지기는 처음이었다. 작은 고무배에 올라 아무런 도구도 없이 노대신 손으로 물을 쳐서 고무배를 움직이니 물과 내 몸속의 피가 함께 끓는 듯 했다. 사람들은 이 지하수가 동해까지 직통한다고들 했다. 물의 흐름이 점점 완만해져 물위의 배는 물결위에 뜬 물방울과 같은데 머리위에서는 채색의 등불이 명멸하고 양쪽 기슭으로는 역사가 흘러가는 듯 했다. 눈에 보이는 경치는 어제인듯 오늘인듯 하고 정신도 몽롱해져 신화의 세계, 꿈속을 다니는 듯 착각이 들었다. 짧은 700m의 래프팅을 즐긴 시간이 기나긴 한 세기의 풍경속을 다녀온듯 했다.

중국의 많은 명소들은 시와 노래, 그림에 실려 있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한 관광지인 산동(山東, Shandong) 지하 대협곡은 신기하고 생동한 진실속에 있었다. 귀를 어지럽히는 소음을 멀리하고 땅속 깊이 위치한 룡강의 지하 대 협곡에 서면 그 누구든 현자(賢者)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