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거(隱居)는 중국의 고대사회에서 선비나 지식인들이 흔히 선택하는 일종의 생활방식이였습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명산대천이나 암혈유곡을 찾아 세상과 담을 쌓고 숨어서 살았는데 제갈공명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대다수의 은거 선비들은 난세를 피하고 현명한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이런 생활을 시작했는데 상나라 때의 강자아(姜子牙)와 서한 말년의 엄자능(嚴子陵)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당나라의 최고 통치자들도 고대의 현명한 임금을 표방해 자신의 비범함을 보여주고 인재를 농락하기 위한 목적으로 은거중인 영재들을 등용하는 제도를 실시해 인심을 샀습니다.

역사적인 기재에 따르면 당고종, 당예종, 당현종 등은 모두 수차례에 거쳐 은사들을 천거, 중용했다고 합니다. 노홍(盧鴻), 왕희이(王希夷), 오균(吳筠) 등 은사들은 모두 당현종 때 관직을 하사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회풍조 때문에 많은 선비들은 점차 은거를 정치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일종의 첩경 즉 지름길로 생각하게 되였으며 의도적으로 심산유곡을 택해 은거생활을 하면서 고을 등 지방정부의 천거와 조정의 부름으로 벼슬길에 오르기만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은거생활은 당나라 때에 이르러 무수한 선비와 지식인들이 추구하는 일종의 유행으로 성행하게 되였습니다.

사실 이미 과거제도가 정착되여 있던 당나라 때는 과거급제가 곧 벼슬을 상징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급제했다고 해서 바로 관직이 하사되는 건 아니였고 뜻대로 출세의 길이 열리는 것은 더구나 아니였습니다.

진사에 급제한 노장용(盧藏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래도록 기다려도 관직이 내려지지 않자 실의를 느끼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도중 종남산(終南山)을 선택해 은거를 선언했습니다.

종남산은 당시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성 인근에 위치해 있었는데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했던 도사(道士) 사마승정(司馬承禎)도 이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은거해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노장용은 조정의 관심을 끌게 되였고 마침내 좌습유(左拾遺)라는 벼슬을 받고 상경하게 되였습니다.

당시 조정은 종남산에 있는 사마승정(司馬承禎)에게도 여러번 관직을 내렸었는데 사마승정은 번마다 거절했습니다.

한번은 사마승정이 또 조정을 부름을 받고 장안에 도착해서 다시 관직을 사절하고 종남산에 내려가려고 하는데 노장용이 성밖에 까지 사마승정을 배웅하게 되였습니다.

헤여질 무렵 노장용이 멀리 바라보이는 종남산을 가리키며 "종남산은 참으로 영험이 많은 산입니다"라고 말하자 사마승정은 바로 "내가 보기로는 벼슬에 오르는 지름길일 뿐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때로 부터 "종납첩경"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고 관직에 오르는 첩경 또는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뜻으로 쓰여지게 되였습니다.

(번역, 편집:박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