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자동차의 번호판도 아니고 핸드폰 번호 마지막 네자리 숫자도 아닌 "2784", 외국인들은 이 번호를 그다지 상서로운 번호가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장대높이뛰기선수인 이신바예바에게 있어 "2784"는 매우 소중한 번호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이 번호를 유니폼에 달고 5.05m의 성적으로 신기록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최근 베이징을 찾은 이신바예바가 자신의 행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번호패를 중국의 체조스타 이녕(李寧 Li Ning)에게 증정했다. 중국의 브랜드와 계약을 맺은 첫 월드스타인 이신바예바는 이녕을 만난 자리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번째:

이신바예바가 긴장했던 것은 오래전부터 숭배했던 선배를 만났기 때문이며, 또한 장대높이뛰기종목이 체조에서 시작된 것이므로 체조운동에 특별한 친근감이 있기 때문이다.

1982년 이녕이 제6회 체조월드컵에서 6관왕에 올랐을 때, 이신바에바는 러시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신바예바는 어릴적부터 올림픽 체조 우승자가 되려는 꿈을 지니고 있었으나 키가 컸던 탓에 꿈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열다섯살 나던 해, 이신바예바는 이미 키가 174㎝에 달했고, 장대높이뛰기종목에 도전해보지 않겠는가고 묻는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번째:

사람들은 이신바예바를 "여자 부브카", "장대높이뛰기 여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26살난 이신바예바가 일찍 현역군관이었으며, 군대의 계급은 상위였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부분이다. 이신바예바는 원래 러시아 철도병구단의 선수였는데 경기장에서 뛰어난 성적을 인정받으며 러시아 연방 철도병 지휘부로부터 소위를 수여받았다가 나중에 중위, 상위까지 승급했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이신바예바는 할리우드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느냐는 스카웃 제의를 받았던 적이 있으나,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번째: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신바예바는 지난 6년동안 26차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사람들은 번마다 1㎝씩 제고되는 성적에 의문표를 던지고 있다. 이신바예바는 그 원인데 대해 "사람들이 나에 대한 관심도와 장대높이종목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함이다. 관중들에게 자주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서이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만약 내가 한꺼번에 5.10m를 성공한다면 나 자신도 이 종목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릴 수 있다, 5m를 넘어서부터는 1㎝의 높이도 나한테는 도전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다섯번째:

어떤 사람들은 이신바예바를 하늘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여인이라고 말한다. 이신바예바는 "장대를 들고 하늘높이 솟아오르면서 고독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고독을 즐긴다. 이런 고독이 나로 하여금 더 높은 높이를 추구하게 한다"고 밝혔다. 경기를 3일 앞둔 날부터 이신바예바는 거의 모든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배고픈 고통을 느낄 때에야만이 더 높이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신바예바는 그 이유를 밝혔다.

여섯번째:

세계의 많은 기자들이 이신바예바에게 아직도 성적을 얼만큼 더 제고할 수 있냐고 묻는다. 이신바예바는 "나 자신도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극한을 초월하여 더 높은 성적을 따낼 자신은 있다"고 말했다.

5m와 5.05m는 지금까지 여자 장대높이뛰기 실내, 실외 세계기록이다.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육상월드컵, 국제육상연맹 총결승 등 인류 최고급별 경기에서는 모든 우승컵을 독점했다.

최근 주최측의 스케쥴에 따라 이신바예바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구경하게 되었다. 이신바예바는 "끝내 장성을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바로 나의 목표이다"라고 밝혔다.